[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공장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환자가 추가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노동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업계 일각에서는 메탄올 중독사고가 지속될 경우 '제2의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6일 노동건강연대는 지난 1월 22일 고용노동부에 최초로 메탄올 중독 실명 환자가 보고된 후 5명의 환자가 확인됐으며, 최근 실명 환자 2명이 추가로 제보했다고 밝혔다. 

연대에 의하면, 최근 추가로 제보된 메탈올 실명 환자 2명은 모두 삼성전자의 핸드폰 부품 생산공장에서 일했다. 메탄올에 의한 시신경 손상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 주변 권유로 산재신청을 준비 중 제보했다.

<사진제공=노동건강연대>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추가 환자 2명은 모두 남성으로, 1명은 29세, 1명은 35세 청년이다. 29세 남성은 작년 2월 4일 덕용ENG(작년 12월 피해자 발생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파견노동자, 35세 남성은 BK TECH(올해 2월 피해자 발생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지난 1월 16일 실명한 파견노동자다.

연대 측은 추가 환자 1명의 주변에 실명 피해자가 1명 더 있다고 들었으나 해당 노동자가 연락 두절 상태라고 전했다. 이 경우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노동자는 총 8명으로 늘어난다. 

연대 측은 “고용부 대응과 조사가 부실했다는 반증으로 추가 환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작년 말부터 올해 1~2월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해 그 시기에 집중된 어떤 요인이 발생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대 측은 “추가로 확인된 환자 1명은 작년 2월 최초 발병해 문제 규모가 훨씬 광범위할 것”이라며 “다른 추가 환자 1명은 파견 받은 사업장과 파견회사 모두 고용부가 관련 근로감독과 임시건강진단을 활발히 하고 있을 때였지만 환자 발생 사실을 숨기기 위해 환자와 개별적으로 합의 종결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에서 공개한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의 추가 메탄올 실명 피해자 관련 자료 중 일부

연대 측은 하청업체가 합의 종결을 시도한 피해 노동자의 경우 4대 보험 미가입으로 산재보험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며, 이런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 측은 이번 추가 환자 2명에 대해서도 산재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대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노동자 모두 3차 하청업체 근무자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파견업체와 하청업체, 노동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고 있지만 추가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원청업체를 대상으로도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는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메탄올을 사용하는 업체에 일을 주지 않겠다며 메탄올 프리 선언을 하면 해결된다”며 “그런 의견서를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에 보냈지만 자신들은 모르므로 책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만 몇 천개에 달하고 3차까지 가면 수만 개에 이르기 때문에 모든 협력업체를 다 파악할 수는 없으며, 경영간섭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1차 협력업체에 2차와 3차 협력업체의 안전 및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추가로 실명 피해자가 발생한 3차 협력업체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 중이다”고 전했다.

◇ 스마트폰 부품 공정 메탄올, 무엇이 문제인가

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대응 한국 NGO 모임에서 주최한 보고대회 모습 (사진=참여연대)

실명 피해자가 발생한 공장에서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위험한 메탄올을 사용했으며, 신제품 출시 시기에 메탄올 노출 빈도가 높아져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대 측이 ‘2016 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맞이 보고대회’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직업성 질환이 발병한 노동자들이 하던 업무는 CNC 공정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가공품을 절삭·가공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 노동자들은 알루미늄 절삭용액으로 메탄올을 사용했다. 일정한 형태로 가공된 알루미늄 제품에 남아있는 메탄올을 제거하기 위해 에어건(air gun)을 이용하는데, 보안경과 보호장갑 등을 착용하지 않아 메탄올이 눈과 피부 등에 튀고 공기 중 남아있는 메탄올을 흡입한 게 원인이었다.

특히 직업성 질환이 발생한 후 산업안전공단 부천지사에서 측정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메탄올이 법정 노출 기준의 10배에 달했다고 연대 측이 밝혔다.

아울러 메탄올은 에탄올로 대체 가능하지만 업체에서 메탄올을 사용하는 이유는 에탄올보다 3배 정도 저렴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강행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출고 시점에 부품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그런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과도한 노동과 속도로 작업해 메탄올에 노출되는 시간과 양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 노동부, 메탄올취급제조사업장 점검결과

한편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서울강서병,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메탄올 취급 취약사업장 점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의 36. 1%가 법정의무인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 측정을 하지 않고 있는 등 노동부가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올 중독으로 집단 실명 위기 환자 발생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1일부터 3월 10일까지 전국의 메탄올 취급 취약사업장 3100개소에 대하여 일제 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국내 제조업 5인 이상 사업장의 2014년 기준 메틸알코올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 미실시율은 36.1%로 추정됐다.

또한 노동부의 점검이 특수건강진단 및 작업환경측정 미실시 관련 점검이 35.4%, 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 등 관련 점검이 38.8%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근로자의 유해인자를 줄이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인 국소배기시설 설치나 적정 보호구 제공 등에 대한 점검은 전체의 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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