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멈출 수 없어, 수년내 더 큰 변화...포용이 중요하다”
“크기보다 속도가 중요, 대기업도 플랫폼 제공 못하면 약점 될 수 있어”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서울시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은 여러 혁신이 통합되는 것으로 전혀 새로운 기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은 여러 가지 혁신이 함께 통합되는 것으로 전혀 새로운 기술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18일 오후 1시 한국전력공사와 교보문고 주최로 서울시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의 대담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초기단계로 3~4년 후에 더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며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이 변화를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대담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됐다 - 제4차 산업혁명 이후 도래할 미래사회를 말하다’였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크기보다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큰 조직을 지양하고 대기업도 규모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찍 산업 변모의 필요성을 깨달은 독일은 인터스트리4.0을 통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기업이지만 플랫폼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며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대기업도 플랫폼을 제공할 수 없다면 약점을 가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발언 전문이다.

세계경제포럼과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소개해달라.

-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중 이해 당사자들이 모이는 자리다. 하나의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는 협업적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은 하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기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향후 우리가 당면하게 될 도전 과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작년에는 제4차 산업혁명이 하나의 비지니스뿐만 아니라 사회나 개개인의 전체 모양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제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해 세계가 전체적으로 다 대비된 건 아닌 것 같다. 1년 전에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12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는 말만 했던 것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세계경제포럼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해서 정부와 기업, 사회가 제4차 산업혁명을 좀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

-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과 조금 다른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제1차 산업혁명에서는 처음 증기기관차를 발명했다. 증기기관차로 여러 가지 기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기계의 힘을 활용해서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제2차, 제3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연관된 것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포드의 자동차가 등장했다. 아울러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와 디지털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하나의 발명에 그치는 게 아니다. 단순한 디지털로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여러 개의 혁신이 함께 통하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도 있을 수 있고 인공지능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많다. 내가 쓴 ‘제4차 산업혁명’ 책을 보면 3개 이상의 기술이 설명돼 있다. 이런 모든 기술들이 함께 통합돼 새로 적용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같이 결합되면 이전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게 가능해진다. 

첫 번째 차이점은 단순히 하나의 발명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상호 연결된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속도다. 이것은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속도를 갖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 몇몇 사람들은 자율주행자동차를 경험했고 나도 2년 전에 경험했다. 지난주에 실리콘밸리에서 실제 테스트도 해봤다. 현재 갖춰지지 않은 게 규제적 프레임워크다. 

한 가지 차이점이 또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고 시스템을 통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버 서비스가 있다. 우버는 새로운 제품이나 상품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모든 시스템이 같이 연결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어서 제3차 산업혁명과 매우 다르다. 우리의 소비행동과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진다. 과거에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

뇌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같이 생각해야 할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다.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은 프라이버시나 투명성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사고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이런 변화는 우리 주변에 벌써 침투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까지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 우리의 삶이 5~10년 후에 어떻게 달라질 건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사람들은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 정치 써클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얘기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결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현재는 중요하지만 조금 지나면 사라지는 게 트렌드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트렌드가 아니다. 과거 제1차 산업혁명에서 등장했던 증기기관 같은 경우 다른 것으로 대체됐다. 

제4차 산업혁명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삶을 너무 바꾼다,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 포용하고 미래를 향해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계속 우리 주위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도태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을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은 초기단계다. 3~4년 후에 더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등 경제 발전 정도가 다른 나라들에서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나.

- 나라마다 개발 정도가 다르더라도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주위에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이 와 있다. 개발도상국 같은 경우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속도가 다른 게 아니라 형태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꼭 다르게 기억해야 하는 게 있다. 개발도상국들 중에는 아직 2차나 3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혜택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경우도 있다. 16억 인구 중에는 전기나 인터넷의 혜택을 완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폰을 전부 다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전기 생산을 이제는 중앙집권화하지 않고 분산화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가능성이다. 충분히 모든 국가에 혜택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발도상국이라고 해서 혜택을 못 받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걸 계속하는 목적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것이다. 파리회의에서도 언급했지만 탄소를 많이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그린 테크놀로지를 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미국은 규제가 까다롭지는 않다. 그래서 기업들이 여러 가지 제재를 많이 받지 않고 혁신적인 기술을 많이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빅데이터의 경우, 사실 데이터를 모두 축적해야 빅데이터가 나온다. 어쩌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처럼 모든 규제를 다 적용받았다면 이런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국은 어쩌면 규제가 좀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애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일을 예로 들어보겠다. 독일은 산업을 변모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찍 했다. 그래서 이때 독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스트리 4.0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산업에만 초점을 맞췄다. 독일은 산업에 대한 혁명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독일의 경우 여러 회사들, 중소기업들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굉장히 혁신적이다. 글로벌 마켓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시장의 리더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반드시 규모가 크지는 않다. 중소 규모이지만 매우 특화된 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한국 같은 경우 재벌 시스템이 있고 대기업들이 있다. 한국은 정말 인상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잘 꾸려나간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같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법적 제도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번에는 카이스트도 방문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토론에 같이 참여했다. 서울의 창조경제센터도 방문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뛰어나고 다양한 모델들이 한국에 존재한다. 강력한 다이나믹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부 정책들이 산업을 많이 변모시킨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산업구조에 대해 제4차 산업혁명과 연관해서 말하자면,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크기 문제가 아니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들도 이제 다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너무 거대한 조직은 지양해야 한다. 이제 규모가 작더라도 떼로 움직이는 물고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전통적인 산업이 아직 많이 존재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더라도 기존 산업들이 완전히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산업들이 능력을 더욱 더 향상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과 결합하거나 다른 특징과 결합해서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업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나의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할 수 있다. 

애플이나 삼성도 있지만 이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구현될 수 있는 플랫폼이 제공되는 것이다. 전통 산업 제품과 비교했을 때 아이폰이나 갤럭시의 차이가 무엇일까. 단순히 전화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로 접근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런 것들은 과거에 제공했던 서비스와 다르다. 과거 제품과 다른 것이다. 애플의 플랫폼을 활용해서 다른 많은 서비스들을 하는 것이다. 우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글을 예로 들어보겠다. 구글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다. 물론 큰 기업도 성공할 수 있는데,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우 이제 세계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 이런 큰 기업들이 전통적인 영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게 아니다. 독일 지멘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하나의 플랫폼을 제공할 수 없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길+> <4차+>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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