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갤럭시 노트7의 첫 발화 사고 당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의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SDI 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12만원 대였던 삼성SDI의 주가는 현재 갤노트7 리콜 사태 이후 9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열린 삼성SDI 정기주주총회가 소액주주들의 성토의 장이 됐던 것에 이어, 다시 한번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지난 12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해명이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이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처음 갤노트7을 생산할 때 삼성SDI와 중국ATL의 배터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해왔다. 그러나 갤노트7 발화 사건이 발생한 뒤 당시 원인으로 지목된 삼성SDI 배터리 탑재를 중지하고 중국ATL의 배터리를 새 갤노트7 제품에 전량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 갤노트7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가 전세계서 진행됐음에도, 미국 등에서 발화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등 2차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삼성SDI 배터리만 문제’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갤노트7 제품 자체의 결함 문제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삼성과 전문가들은 배터리 결함 문제보다는 기기 자체의 복합적인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애초 발화 원인으로 지목돼 논란이 됐던 삼성SDI의 주가는 현재 9만원대 수준으로, 발화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8월 12만원대와 비교해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이에 삼성SDI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은 삼성SDI와 삼성전자 경영진에 향해 거센 불만의 목소리 솓아내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와 관련해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기술표준원을 상대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현장조사 결과보고서 내 삼성SDI와 ATL의 정상 배터리 제품을 비교한 CT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갤노트7 관련 삼성SDI 배터리의 발화 원인이 당초 삼성의 주장대로 공정상의 결함이 아닌 설계결함 때문이라고 지난 12일 밝힌 바 있다.

정유섭 의원은 당초 삼성이 갤노트7 발화의 원인으로 밝힌 공정상 결함이 아닌 설계결함을 이유로 든 것이다. 이후 정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갤노트7 배터리 출시 전 KC인증 획득 과정에서 삼성SDI의 배터리가 전기용품 안전인증 기준마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갤노트7 발화의 원인을 삼성SDI 배터리의 '생산 공정'으로 돌린 것을 반박한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참여 없이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ATL 배터리 제품을 탑재한 새 갤노트7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는 만큼, 삼성SDI 측이 조사에 참여할 명분은 현재로선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의 주주들은 12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하락한 주가를 이유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삼성SDI 46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다며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어 결정적으로 삼성SDI 제품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삼성SDI 조남성 사장은 3월 당시 주총장에서 “소형 배터리 중심에서 중대형 배터리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TV 브라운관 및 PDP 사업 철회와 합병, 잦은 경영진 교체 등으로 삼성SDI의 2차전지 제조 경쟁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현재 삼성SDI 배터리가 갤노트7 발화의 원인으로까지 지목된 만큼, 삼성SDI의 2차전지 부문 사업성에 대한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SDI가 그간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삼성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증권 업계는 삼성SDI가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올해 3분기에 약 48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9일 삼성SDI 관련 보고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451억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으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매출도 1조3220억원으로 3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발 불확실성도 삼성SDI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안타증권 이상언 연구원은 갤노트7 생산 중단과 더불어 중국 전기차 보조금 이슈도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현재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인증받은 업체에만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인증을 못 받으면 중국 내 배터리 판매가 쉽지 않다.

갤노트7 사태와 중국 보조금 규제 문제가 일시적인 사항에 그칠지, 아니면 장시간 지속될지의 여부에 따라 삼성SDI의 향후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태양광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어 투자를 고려해 볼 때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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