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속 증권가 전망도 엇갈려
두산밥캣, 수요예측 흥행 실패 전철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오는 11월 기업공개(IPO)를 하는 삼성물산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 평가방법이 적절한지가 쟁점인데, 증권가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IPO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흥행 여부가 갤럭시 노트7 리콜과 삼성전자 ‘어닝 쇼크’ 문제와 더불어 이재용 부사장 체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다. 오는 26~27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8일 공모가액을 확정한 후 11월 2~3일 일반공모 청약을 받는다. 11월 중순으로 IPO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의하면, 희망 공모가는 11만3000원에서 13만6000원이다. 총 주식수는 6616만5000주로, 희망 공모가에 의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저 7조5000억 원에서 최대 9조 원에 달한다.

오는 11월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과평가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지난 8월 인천에서 ‘바이오제약의 미래와 기회’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희망 시가총액이 고평가라는 논란이 이는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 적자이며,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또 다른 대어인 두산밥캣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매출 912억 원에 20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 1051억 원, 영업적자 1200억 원에 비해 경영 실적이 더 악화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되는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인 스위스 론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10조원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희망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적은 매우 높다. 론자는 작년에 한화 기준 매출 4조6500억 원, 영업이익 52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을 통해 2011년 설립 후 매년 적자를 시현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 특성상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과 설비, 우수인력 확보 등 사업 초기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작년 1공장(3만L) 생산이 정상화됐으며 2공장(15만L)과 건설 중인 3공장(18만L)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미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차입금은 2013년 1230억 원에서 올해 반기 말 8292억 원으로 574.15%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설립 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해 운영자금과 생산설비 투자금 조달 등을 위해 매년 차입 등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며, 흑자를 기록할 때까지 IPO 공모 자금을 활용해 공장 투자와 채무 상환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연구, 개발을 하는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현재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희망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한 이유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현재 시점에 포함했기 때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기업가치 대비 생산능력(EV/Capacity)’과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방법을 활용했다. 현재 생산능력은 1~2공장을 합해 18만2000리터이지만 오는 2018년 3공장이 완공되면 현재의 2배 수준이 된다는 것.

아울러 오는 2021년까지 연평균 51.4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4~2016년 론자의 매출 성장률 5.33%의 10배 수준이다.

◇ 두산밥캣 수요예측 흥행 실패, 희망공모가 줄이고 일정 연기

소형 건설장비를 제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IPO가 흥행에 실패해 한 차례 연기된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 IPO가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으로 꼽히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10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후 13일 이사회를 통해 오는 11월 18일 두산밥캣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두산밥캣 측은 공모 희망가를 기존보다 30% 적은 2만9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두산밥캣 측이 애초 IPO를 통해 약 2조원의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차 공모 철회로 IPO 수혈 자금이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수요예측은 오는 11월 3~4일, 일반공모는 11월 8~9일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의 IPO 일정 일부가 겹치며 기관투자자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 증권가 전망 엇갈려, “적정시총 10조5000억” VS “가치평가 적절한지 관심사”

증권가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희망 시가총액이 적절한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19일 자회사 지분가치를 포함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 시가총액을 10조5000억 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1, 2공장은 오는 2022년까지 수주를 받아놓았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희망 시가총액 상단 이상의 평가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 김미현 애널리스트의 경우 지난 10월 “투자자들은 최근 상장하는 기업에 보다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며, 11월 상장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두”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적자 상태로 가치평가 방법으로 EV/Capacity, EV/Sales, EV/Pipeline을 제시했는데, 그 방법이 적절한지가 관심사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IPO 과정에서 구주 매각(8230억 원)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며,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거래에 참여해 10%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7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물산(52.1%)과 삼성전자(47.8%)가 99.9%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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