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에 적용한 모듈형 스마트폰 1년 만에 접나...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 잃게 돼 큰 타격 우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일요경제] LG전자가 세계최초로 스마트폰에 도입한 모듈 전략을 1년 만에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스마트폰 G6에는 모듈형이 아닌 일체형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뉴스1>은 G5에 모듈형을 적용할 때부터 개발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던 데다 유격 현상 등 하드웨어 결함 등의 문제로 모듈형을 포기하기로 한 것 같다는 LG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보도와 관련 “확인된 바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앞서 LG전자가 지난달 7일 신작 ‘V20’를 쿼드 DAC 내장형으로 출시해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에서 모듈형 디자인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LG전자가 차세대 스마트폰에 모듈형을 적용하지 않게 되면 이미 판매한 주변기기는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과 호환이 안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존 G5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G5를 구매한 일부 고객들은 모듈 프렌즈 호환을 믿고 구매했는데 모듈형을 단종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G6이 일체형으로 개발된다면 LG전자의 일방적인 디자인정책에 기존 G5 구매 고객은 테스트용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LG전자가 야심작으로 내세웠던 모듈형 프로젝트를 사업 1년 만에 접는다면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돼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LG전자의 야심작은 왜 실패 했나

현재 LG전자의 MC사업 부문은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조 사장은 적자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MC사업부의 '구원투수'로 나서 지난해 'V10'에 이어 지난 3월 세계최초로 카메라·오디오 등 주변기기를 서랍처럼 넣고 빼도록 만든 ‘모듈형’ 디자인의 ‘G5’와 ‘프렌즈’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G5는 출시 초기만 해도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결함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제품에서 기기와 모듈(부품) 연결 시 아귀가 맞지 않는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고객들의 교환 요구가 잇따랐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요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물량을 공급하면서 불량제품을 양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LG전자는 휴대폰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LG전자의 해명과는 달리 본체에 모듈을 끼우는 과정에서 유격이 발생하거나 결합(탈부착) 버튼이 반쯤만 물리는 등의 문제로 일부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꿔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실제로 G5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제품 결함에 대한 불만이 속속 올라왔다.

모듈-기기 결합과 관련해 단차나 유격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당초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판매도 곤두박질 쳤다.

G5를 찾는 소비자가 줄고, 불량을 호소하거나 반품을 문의하는 구매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지면서 LG전자 스마트폰 국내 시장점유율은 중국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 6월 24일 리서치전문기관 아틀라스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G5는 4월 첫째 주 판매량이 반짝한 이후 3개월째 내리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5월 시장점유율이 8% 대로 추락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LG전자는 G5 한대를 사면 한 대를 공짜로 주는 ‘G5 1+1’이벤트 들고 나오는 등 굴욕적인 마케팅도 마다치 않았다.

LG전자가 세계최초로 내세운 최대 야심작 G5의 추락은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갤토느7 단종 호재에도 'V20' 고전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7'이 결함으로 단종되면서 최대 호재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V20은 국내에서 하루 평균 6000대 수준의 판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갤노트7 단종 이후 대체폰으로 주목받고 있는 갤럭시S7 시리즈는 국내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는 이동통신 3사를 통해 하루 1만5000대가량 개통되고 있다. 갤럭시S7 시리즈가 출시된 지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아이폰7 출시를 대비해 다음 달 갤럭시S7 블루코랄 모델을 새로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위기감에 휩싸인 LG전자는 지난 19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위치한 스마트폰 V20 생산라인을 언론에 전격공개했다. 

여기에는 LG전자의 절박함이 숨겨져 있다. 갤노트7 단종이라는 최대 호재를 맞았음에도 삼성전자와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쟁탈전에서 밀릴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복잡한 속내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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