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6 동호회 카페 등에 소비자 불만 글 속속 올라와
르노삼성 “안전 공지는 고객들에게 불안 조장할 것”
르노삼성 최근 5년 간 판매 대수 대비 리콜 '최다' 불명예

한 QM6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배출가스 경고등 사진

[일요경제] 지난 달 출시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야심작 중형 SUV QM6 계기판에 ‘배출가스 장치 점검’ 경고표시가 뜨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QM6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동호회를 통해 이 사실을 서로 공유하고 있으나, 아직 르노삼성 본사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일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파악을 하고 개선점을 내놓는 것에 대해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해 현재로선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QM6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모인 네이버의 한 동호회에는 지난 달 말부터 차량 계기판에 ‘배출가스 장치를 점검해 주십시오’라는 경고 표시가 뜨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동호회의 한 사용자는 “60KM 밖에 안 탔는데 배출가스 경고가 떴다”라고 밝혔으며, 다른 사용자 역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주행거리 150KM를 넘어가니 배출가스 점검 경고가 떠서 안 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회원은 “계약한 차량이 다음 주 출고된다 해, 미리 시승하러 갔는데 시승차량도 배출가스 점검 경고가 떠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요경제> 취재 결과 르노삼성 측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내부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현재 QM6차량의 배출가스 점검 등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이와 관련해 그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한편,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물음에 르노삼성의 관계자는 “언론 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았다. (기사를 쓴 매체 기자가) 알려줘서 내부적으로 알아보게 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일 중형 SUV QM6의 출시 파티인 '프리미어 나이트' 행사 장면. 사진은 배우 이병헌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왼쪽).

◇ 르노삼성 “문제는 10건”.. 콜센터 상담원 “주유뚜껑 다시 제대로 닫아보라”는 말만 반복

취재 결과, 르노삼성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QM6 계기판에 배출가스 경고등이 뜨는 문제를 내부적으로 10건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QM6 동호회를 중심으로 정비소나 콜센터에 배출가스 경고등 문제로 상담을 문의했거나 교체를 의뢰했던 건수는 인터넷 게시판 후기만 봐도 10건을 훨씬 넘었다.

21일 기자는 직접 콜센터에 이 같은 내용을 문의하니 상담원은 “배출가스 경고등이 점등된다면, 주유하셨던 주유 캡이 제대로 닫혀있지 않아서 그 부분 때문에 경고등이 표시될 수 있다”라며 “정차한 상태에서 주유캡을 열었다가 똑딱 소리가 날 때까지 닫아서 한번 운행을 해보시고요. 하루 정도 운행을 해보셨는데도 문제가 이어진다면, 그 때는 서비스점으로 유선 문의하고 입고를 해서 점검 받아 보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이런 경우가 많냐고 직접 물어보니, 상담원은 조금 망설이다가 “네” 라고 답했다. 이어 상담원은 “배출가스 경고등 문제의 경우, 주유캡 부분을 제대로 닫으면 보통은 하루 정도 지나면 다 소등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이 지난 9월 말 발생 초기엔 주유 후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례가 많아, 주유구 마개를 열었다 다시 닫는 등의 방법을 설명하는 정비사나 상담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사용자는 “자꾸 주유구 타령이다. 하나같이 다 물어보는 게 주유 중 시동키고 마개는 잘 닫았는지에 대한 것. 다른 차를 탈 땐 시동 키고 막 넣고 다녀도 이런 일 없었는데..”라고 답답해 했다.

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이 QM6 계기판에 배출가스 경고등이 뜨는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나, 르노삼성 측은 원인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고지나 공식 발표 등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 문제는 2차센서?.... 르노삼성 측, “안전 공지는 고객으로 하여금 불안 조장할 것”

최근 정비소 직원이나 동호회 회원들은 ECU(엔진 등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적 문제와 산소센서 등의 하드웨어적 문제를 동시에 거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나 물리적 문제가 아닌 차량 자체 구조나 설계 문제라는 주장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센터를 찾은 사용자들의 후기에 의하면, 차량 내 산소센서 중 2차센서를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센터 직원의 설명을 접한 사례가 특히 두드러진다. 현재 르노삼성 측도 2차센서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들에게 2차센서를 교환해 주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일 <일요경제>와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2차)센서를 교환만 해드리면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라며 2차 센서 문제를 원인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제가 덮인 것은 아니다. 새로 교환해주는 2차센서 역시 기존 차량에 장착됐던 것과 동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제조사가 만든 동일한 제품인데, 만일 2차센서 자체의 결함이 원인이라면 교환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교환 후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에 대한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QM6 구입자들은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제대로 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같은 제조사 제품(2차센서)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라며 “다른 개선된 제조사 걸 발주하고 새로 연구를 하고 만들고 하려면 1년 넘게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현재 새로 교체 후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출시 후 초기 물량 3000대 가량이 풀리고 나면 이런 경우가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센서 교체 등 이 문제에 대한 대처를 빨리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차 센서 교체 후 새 제품을 받는데 2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동호회 회원은 “사업소 기사님께 엄청 화를 내고 부탁을 하고 해서 겨우 새 제품을 받았다. 주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교환 후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 문제와 관련된 차량을) 10건 정도로 파악했는데, 현재 3000대 정도 나간만큼 확률 상 많지 않은 일에 대해 일일이 고객 모두에게 이 사실을 고지한다는 것은 불안을 드린다는 점에서... ”라고 말했다.

이어 “주행거리가 1000KM 미만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초기에 문제를 잡아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그 이상 주행거리 차량에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나가기도 전부터 이런 경우가 발생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은 좀.... ”이라며 “실제 시간을 내서 교체를 진행하고 계신 고객 분들에겐 죄송하고... 개별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차량 소지자에게는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전반적으로 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 나오는 이슈에 비하면, 2차 센서 문제는 안전 문제완 관련이 없는 것인데 이런 것을 부각시켜서는 더 고객 분들의 불안만 세지는 거다”라며 문제에 대한 공지가 고객들의 불안을 조장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 르노삼성 결함 은폐 시도한 전례

이 같이 르노삼성이 QM6의 문제를 쉬쉬하고 있는 동안 과거 르노삼성자동차의 차량 불량에 대한 대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르노삼성은 QM3를 국내 출시했지만, 앞 유리 균열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QM3는 룸미러와 앞 유리가 결합되는 부분에서 다수의 균열 사례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서비스센터 관계자가 앞 유리 불량을 호소하는 한 사용자에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르노삼성은 문제에 대한 규모나 원인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지난 9월 르노삼성은 SM6의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해 귀를 닫고 쉬쉬하다가 정부가 움직이자 그때서야 리콜을 진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SM6는 ECU(엔진 등 전자제어장치)로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지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 논란이 됐다.

한편,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르노삼성자동차가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 간 판매 대수 대비 리콜을 가장 많이 한 업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후덕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5년 간 총 76만5435대를 리콜했다. 또한 르노삼성의 SM5는 최근 5년 간 단일 차종 중 가장 많이 리콜된 차량으로 발표돼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SM5는 20만6871대가 리콜됐다.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리콜된 차량 역시 르노삼성의 SM3로, 18만5182대가 리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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