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체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안돼...징벌적 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해야”
“美 피고가 입증책임,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있어 선진국 제품 경쟁력 높은 것”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 입법을 준비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우리의 손해배상제도는 원고가 모두 입증 책임을 지는 등 실직적 구제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피해자인 원고가 피해 정도와 고의나 과실 등 모든 입증 책임을 진다”며 “그래서 피해를 입어도 소송까지 못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 입법을 준비 중인 박주민 의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법체계로는 가습기 살균제나 아모레퍼시픽 치약 피해자들 전반에 대한 피해구제가 되지 않는다”며 “배상체계를 통해 실질적 피해 보상이 되려면 징벌적 배상제나 집단소송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미국의 경우 피해자인 원고가 피해 입증을 하기 어려우니 피고인 기업이 무죄를 입증하라는 식으로 입증 책임을 전환시켜주는 제도가 있다”며 “증거도 피고가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원고가 알고 싶은 증거 등 양쪽의 증거를 재판 초기에 다 공개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얘기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기업이 망한다고 하는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제품이 경쟁력 있는 건 이런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우리는 기업이 이윤 추구를 앞세워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하청구조에서 노동자들의 눈을 멀게 하는 등 구조가 너무 후진적이고 비인간적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 등 국정을 농단하고 부정부패한 사람들을 도려내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며, 최근 검찰이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부검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국회의원으로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주민 의원의 인터뷰 전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피해 소비자 300여 명이 사측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 우리나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구조는 원고가 다 입증 책임을 진다. 내가 이 제품을 사서 사용했다는 점, 이 제품으로 피해를 받았다는 점, 그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된다는 점, 이 제품의 하자에 대해 피고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는 점까지 다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 소송으로 가면 현재 법체계에서는 원고가 이기기 어렵다. 300여 명 정도는 비용과 시간, 열의를 내서 소송을 하는데 아마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다. 소송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관련법은 아모레퍼시픽 피해자들 전반에 대한 피해구제제도는 아니다. 구제방법은 아니다. 배상액을 또 얼마나 해줄 것인가. 사실 이런 부분에 때문에 현재 제도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확하고 적절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아모레퍼시픽이 자기 제품에 하자가 있고 문제의 성분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소송으로 가서 대법원까지 가는 것보다는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져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송을 안 한 분들을 위해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기금을 만든다든지 하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배상체계를 통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상이 있으려면 징벌적 배상제나 집단소송제 입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제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집단소송제라도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미국의 경우 입증 책임을 전환시켜주는 제도가 있다. 원고가 입증하기 어려우니 피고가 무죄라는 걸 입증하라는 것이다. 이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걸 피고가 입증하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의료소송도 그렇다. 의료시술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됐는지 어떻게 일반인들이 입증하나. 기록은 다 병원에서 갖고 있다. 환자로 진료를 받아보면 다 안다. 피를 뽑아도 환자에게 나오는 것은 데이터밖에 없다. 피는 병원이 보관한다. 소송을 하면 이 제도 상태로는 원고가 피고인 병원을 이기기 어렵다. 그런 경우에는 입증 책임을 전환해서 피고가 입증을 하라는 경우가 선진국에는 많다. 

증거도 소송 초기에 다 공개하라는 제도도 있다. 상대방이 증거를 더 많이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제품에 대한 정보들을 다 갖고 있다. 재판 시작 전에 증거를 다 공개해서 개시하고, 그러고 나서 재판을 시작하는 제도도 있다. 원고가 이런저런 증거를 보고 싶다고 하면 피고가 그걸 갖고 있을 텐데, 양쪽이 조정해서 양쪽 다 그 증거들을 갖고 오라고 해서 먼저 증거를 공개한 후 소송을 진행하는 제도다. 

옥시의 경우 1500억 원의 배상액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참여연대는 영국이었다면 피해 배상액 외에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1조8000억 원을 벌금으로 부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당장 기업이 망한다고 한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이런 굉장히 촘촘한 규제를 통과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좋은 제품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런 제도를 통과했으니까 사람들이 믿고 신뢰도가 높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규제가 꼭 나쁘고, 이런 제도가 반드시 기업에 해롭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가 중국 제품을 믿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은 우유도 가짜일 거라고 생각한다. 분유도 가짜일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건강에 좋지 않은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조차 사먹지 않는다. 촘촘한 여러 가지 규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팔리는 제품이라면 얼마나 소비자들이 안심하겠는가. 그러니까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분유 등 여러 제품들을 사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앞세운 나머지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와 가습기 참사 다 그런 것이다. 스마트폰 하청과정에서는 알코올 세척을 잘못해서 노동자들의 눈을 멀게 한다. 에탄올과 메탄올이 몇 백 원이나 차이가 나나. 현재 하청구조는 너무 후진적이고 비인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규제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있어 배상액 규모가 더 많다. 독일 도이치방크는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 불완전 판매로 미국에서 15조5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 미국은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시스템이 있다. 나는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 판매의 경우도 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집단소송제도가 있어야 충분히 보상된다. 

우리나라도 제2금융권의 보험이나 주식, 회사채 등 불완전판매가 굉장히 많았다. 헷지상품의 일종인 키코의 불완전판매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모든 부분에 대해 다 소송을 제기해서 대법원까지 가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다보니까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그런 부분들을 차단할 수 있다. 아예 잘못된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당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저울질을 할 것이다. 리콜 비용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7명이 실명한 사건이 발생했다. 

- 우리나라 민법이나 하도급법 등 관련법이 도급 시스템에 의해 도급 단계가 낮아질 때 원청자나 발주자의 책임을 거의 묻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그것도 바꿔야 한다고 시민사회단체 쪽에서 얘기한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제도를 장악하고 있다면 낮은 단계의 하청업체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원청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법을 고치든지 법을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정국 혼란이 신속하게 안정되면서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을 했던 사람들이 도려내지도록 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경제 부분에서는 대기업들을 너무 봐주기만 해왔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적정하게 바로 잡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인세 문제도, 기업들의 윤리적 책임도 그렇다. 법인세를 적정하게 올려야 한다. 적어도 참여정부 시절 때만큼 올려야 한다. 23~25% 정도로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술로 승부하고 그렇게 승부해서 얻은 것을 국민들과 나누는 구조는 아니다. 낙수효과가 없다는 건 이미 OECD나 세계개발은행 등에서 많이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더 이상 재벌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이유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기보다는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하청단가 문제도 그중 하나고 법인세 인상도 그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국정 활동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 아직도 법보다는 그런 게 통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매일 자랑하는 삼성그룹도 법보다는 정치권과의 관계로 뚫으려고 할 정도라는 것이다. 얼마나 후진적인가. 그런 부분은 개선되고 고쳐져야 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 민중총궐기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돌아가신 백남기 어르신 문제와 관련해 영장 집행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우병우 수석 관련 문제 제기도 계속 하고 있다. 강연을 다니면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말씀도 드린다. 

입법 발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그동안 북한인도적지원법이나 검사장 직선제와 관련된 검찰청법 개정안, 법률협동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협동조합법 개정안 등을 입법 발의했다. 

의원 활동은 늘 힘들다.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지 모를 정도로 늘 힘들다. 하지만 최근 검찰과 경찰이 백남기 어른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을 때는 보람이 있었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부터 백남기 어르신 사건 등의 주심 변호사도 했고 많은 활동을 했다. 백남기 어르신은 돌아가신지 37일 만인 3~5일 장례식을 치른다. 경찰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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