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복지에는 관심이 없고 부채 폭탄 돌리기 급급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계획 세우는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1300조원으로 팽창한 가계부채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자리 예산과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것을 제시했다.

정창수 소장은 지난 달 30일 <일요경제>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일자리 예산을 늘려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산구조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 년대에 투자하던 에너지, SOC와 같은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재정지출은 사회복지 분야에 12.4%밖에 할당하지 않아, 다른 나라에 3분의1 수준이다.

가계부채 해결에 무엇보다 제대로된 복지 정책이 필요함을 설명하며 정책관계자들의 포퓰리즘성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지금 정부는 복지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는 혜택을 거의 주고 있지 않다”며 “지금보다 2배 늘린 금액인 40만 원을 노령연금으로 매달 지급한다 해도 15조 원이 채 들지 않고, 오히려 이는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부동산 규제 및 조세 정책을 정비하고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잡혀야 생활자금 대출이 잡히고, 가계부채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가 시장원리를 고려해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우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청년 실업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학자금대출, 취업을 위한 대출, 창업 대출 등의 청년대출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고령층의 경우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도 많은 편이다. 업황 악화로 소득이 줄면 청년·고령층의 부채가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 자기들 소득이 없으니 부채가 부실화 되고 있는 게 맞다. 청년층과 고령층은 문제의 결이 조금 다르다. 청년은 아예 시장에 진입을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채 부실화가 우려된다면 복지 예산을 늘리고 예산 구조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 내년 일자리 예산 17조 원 중 2조 1천억 원이 청년 일자리 예산이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자가 42만 명인데, 한사람 앞에 1년에 천만 원을 지원하면 청년 실업자의 절반을 구해줄 수 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에선 이 일자리 예산을 공공근로같이 단기적이고, 단순한 일에 지원하거나 혹은 기업에 지원한다. 기업이 그 돈을 받아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을 더 싼 가격에 쓰려고 하다 보니 채용에 제대로 돈이 쓰이지 않는다.

예산정책처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청년들에게 돈을 직접 지원하는 듯 했으나 이상하게 서로 또 이념문제가 돼버렸다. 서울시, 성남시의 청년수당이 중앙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 일자리 예산을 늘려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산구조에 대해서 먼저 고민을 해야 한다. 소득이 2만 7천 달러에 달했을 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분야 재정지출이 12.4%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의 3분의1, 4분의1 수준이다. 여기서 유일하게 다른 나라보다 재정지출 비율이 높은 분야가 경제로 22%다. 이는 개발 년대 예산구조다. 그나마 12.4%의 사회복지 재정도 고소득층으로 가는 사회보험 중심이다. 옛날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 경제 분야 지원이 구체적으로 무얼 뜻하나.

에너지, SOC, 농업, 중소기업, 수출 등에 관한 지원이다. 특히 수출과 에너지에 그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 년대에 투자하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120조 원가량의 사회복지 예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정연금에 1/3이 넘게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 많은 분야가 주택으로 19조 원, 노동이 17조 원이다. 노동은 그나마도 산재 고용이 대부분이라 정규직, 고소득 중심의 복지다. 이 세 분야를 합치면 80조가 되버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초수급자에 지원하는 돈은 10조 원밖에 안 된다.

한편 기초수급자는 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줄고 있다. 현재 기초수급자 수는 144만 명으로 아프리카 수준이다. 시혜적 복지조차 관심이 없는 나라다. 기초수급에 배당된 예산 자체가 너무 적다. 우리나라가 영세민에서 기초수급으로 바꾼 의도는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데 있는데, 아직도 영세민 때 사고로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만 주고 있다.

- 노년층보다 청년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가.

청년 때 사회에 진입을 못하면 평생 사회와 융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일자리 예산이 17조 원인데도 2조 1000억원밖에 쓰지 않는 것도 문제다. 노년층도 문제다. 노년층의 경우 차라리 생활보장을 든든히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왜 굳이 노인을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게 만드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위, 마트 판매원 등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로 근근이 생활하시며 젊은 사람들의 자리를 뺏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쫓겨서 하는 노동에 임금도 적다.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율은 OECD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평균의 2배에 가까운 빈곤율이다.

노령연금 예산은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 겨우 한사람 앞에 20만 원 주는 건데 6,7조 원밖에 들지 않는다. 40만원을 주더라도 15조 원도 안 드는 돈이다. 노령연금이 40만 원만 돼도 노인들의 생활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내수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예 좀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복지에 관심 없고, 시장원리에 맡기고 있다고. 그런데 지금은 복지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는 혜택을 거의 주고 있지 않다. 기초수급자의 절반은 노인들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때문에 정책 당국이 고심하고 있지만 정권 말기에 모험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다음 정부로 넘어갈 공삼이 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은 복지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부채에 관해 폭탄 돌리기를 한다. 정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세워 문제해결에 구심력을 길러야 한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포퓰리즘 범벅이다. 그중 ‘안 하면서 한다고 한다’는 게 최악의 포퓰리즘이다. 나라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포퓰리즘성 발언이 아니라면 ‘복지 안 하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북유럽엔 세금을 60% 걷자고 하는 좌파 정부와 55%만 걷자고 하는 우파정부가 싸우고 있다. 반면 우리는 30%을 걷자고 하는 진보정당, 25%를 걷자고 하는 야당, 20%만 걷자고 하는 여당이 싸우고 있으니 복지선진국들의 기준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는 한참 뒤떨어져있다 볼 수 있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30%의 부담은 존재조차 할 수 없는 부담이다.

-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무엇보다 지출 구조 조정이 시급하다. 씀씀이에서 낭비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다른 나라라고 해서 왜 경제 분야에 돈을 안 쓰겠나. 하지만 그들은 시장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관여하려는 순간 낭비만 만드니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나라가 진짜 기업을 도와주려면, 기업이 사람을 해고해도 될 만큼 사회 안정망이 튼튼하게 정비하는 편이 맞다. 그럼 노동자가 극렬히 저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상황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며 저항할 수밖에 없다.

- 일본은 부동산 가격 버블을 이기지 못해 경제 전반이 한 번에 주저앉은 케이스지만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가계부채 탈환에 성공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그들도 복지가 적은 대표적인 나라다.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이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은 공공임대주택비율이 높아 가계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영국,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일본과는 달리 국공유지가 5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됐을 때 마구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 때 나라에 돈이 없어서 판 것도 있지만 부정과 비리 때문에 저질러진 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영국과 네덜란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50%나 되니까 나머지 분야에서 아무리 투기가 일어나도, 설사 버블로 폭삭 망하더라도, 공공임대주택으로 된 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경제 전체가 망하지 않는다. 사실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지는 것이 부동산, 건설업자들에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눈앞에 있는 이익만 좇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공공임대주택 건설엔 관심이 없다.

-가계부채를 방치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는 만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 하지만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부동산은 물론 경기 전체가 크게 꺾일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과연 가계부채 대책은 없는 것인가.

가계부채 문제는 크게 주택담보대출, 생활자금대출로 나눌 수 있다. 둘은 연결돼 있다. 생활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높은 월세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을 시키려고 한다면 정말로 장기적으로 천천히 내려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는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확실한 연착륙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그 후 규제 및 조세,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연착륙한다면 그땐 사람들이 월세도 내릴 것이다.

계속해서 갈지(之)자로 걷다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순간이 오면 일본과 같은 재앙이 구현돼 모든 계층을 망라할 것이다. 경제라는 것은 급변, 급등 하는 게 항상 문제다. 시장은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돈은 이를 따라 흘러야 한다. 정부는 이 순리에 조금 발맞춰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우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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