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가 말하는 현대차의 현주소와 과제

[일요경제=신현석 기자] “자동차는 설계를 잘 한다거나 품질이 좋아서만 되는 게 아니고 판매까지 다 총체적으로 돼야 하는, 일종의 오케스트라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최근 현대차의 총체적 위기에 대해 “현대가 자만과 매너리즘에 빠졌다”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2일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일요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최근 현대차의 리콜 사태와 관련한 위기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김 대표는 “내가 봤을 땐 현대차가 자꾸 적을 만드는 현상이 누적돼 나타나는 거 아닌가 한다. 그런 것이라면 심각한 일”이라며 “지금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는 거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할 수 있지만, 지금 봤을 때는 (현대차의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재벌이 관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국토교통부가 (현대차를) 고발한 것은 자기도 당할 성 싶으니까 그런 것이라며 “자기네들 면피하려고 고발한 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차의 중국시장 진출 전망에 대해 “중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니까 중국시장에서도 들어설 공간이 없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김 대표는 1996년부터 한국소비자원에서 자동차 피해구제 업무를 시작해, 약3500여건의 불만을 처리하며 자동차 분야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아왔다. 김 대표는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쟁조정1국장, 공산품팀장, 생활안전팀장, 자동차부문 조사위원, 노조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자동차 결함조사를 위한 전문 시민단체로 한국자동차품질연합을 만들었다.

<다음은 김종훈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현대차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SUV인 투싼 10만여대의 변속기 제어장치 이상으로 전량 리콜을 명령받았다. 한국에서는 국토부가 싼타페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현대차가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당사를 고발조치했다. 이 같은 도미노 리콜 현상과 내부고발이 현대차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또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대 초반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빅5의 완성차 업체로 일으켜 세웠다. 그렇다면, 왜 품질 중심의 현대차에서 이러한 결함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걸까? 기술적인 문제라고 보나, 아니면 파업의 영향일까?

파업은 뭐 생산의 과정이지 않냐. 생산 부분이고 대개 보면 이 품질관리라는 것은 맨 처음 설계를 하면 대량 생산하기 전에 테스트를 한다. 그런 부분인데 품질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대차의 남양연구소도 직원이 만명인데. 분야별로 엔진 기술자들이 많다. 밑에서 건의를 했을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을 해야 하는데 위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이런식이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밑에서 올라가야 된다. 자동차는 유기적인 부분이, 뭐 설계를 잘 한다거나 품질이 좋아서 되는게 아니고 판매까지 다 총체적으로 돼야 되는, 일종의 오케스트라다.

지금 A/S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다. 아직까지도 유리 한 장 깨진 거 갖고 2주가 됐는데 교환을 못 받은 경우도 있다. 전산 물류 시스템으론 이틀만 있으면 해줄 수가 있다. 소비자 골통 먹이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뭔가? 현대차의 품질 상 문제는 과거에도 계속 나타났었다. 그런데 리콜과 같은 중대한 결함이 일어나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 파업의 영향은 없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기술은 좋다. 손기술이 좋아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정성을 다 하지 않는다. 자동차라는 건 정성을 들여 조립을 해야 하는 거지 그냥 기계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거다. 노조의 어떤 보이지 않는 사보타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공정상의 문제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나태하게 되기 때문에 품질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차가 부식되는 사례에 대해 원인 조사를 하러 공장을 가보니까, 작업하는 사람들이 스프레이를 막 뿌렸다. 근데 뿌려지는 곳에 조그만한 틈이 있으면 그게 녹이 슨다. 그래서 그 공정 부분이 로봇으로 바뀌었다. 사람이 실수해서다. 사람이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게 차다.

- 국내 완성차 5사의 10월 내수판매에서 현대차가 전년대비 판매량이 30%나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얼마전엔 인도에 밀려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인도에 밀려 글로벌 탑5에서도 밀려났다. 현대차는 3년만에 판매대수가 800만대 밑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현대차에만 국한된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현대차의 문제라고 보는 게... 뭐냐면 독과점이 돼가지고 전에는 점유율이 70~80%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수입차와 각축을 벌여야 하는 등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50~60% 수준 이하로 내려가고 있다.

몇 년 전에 신차가 나왔다길래 기아차 한 지점을 가본 적이 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차가 전시돼 있지 않았다. 직원 한 명이 있었는데 사람이 와도 쳐다도 안 보더라. ‘너 아니더라도 팔린다’ 이거다. 서초동에 약속이 있어 또 같은 회사(기아)의 다른 지점을 가봤는데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노조 입장에선 안 팔아도 똑같이 봉급 나오지 않느냐. 어떤 문제냐면, 그런 자만과 매너리즘에 빠진 거다. 르노삼성이 SM6, QM6 등의 신차를 통해 현재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사무실 근처에) 광장이 있는데 언젠가 차 전시회가 열린적이 있다. 벤츠 등 수입차도 눈에 띄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땐 현대차가 자꾸 적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 현상들(위기)이 지금 누적돼서 나타나는 거 아닌가 한다. 그런 것이라면 이거 심각한 일이다. 지금의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는 거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할 수 있지만, 지금 봤을 때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그게 누적이 된데다가 파업까지 해서 불을 지른거다. 르노삼성이든 쌍용이든 타사에서 그런 빈틈을 노리고 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 이미 국내시장은 글로벌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지 오래고, GM과 르노삼성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효과도 상당히 강력해 졌다. 이러한 현상이 신차 출시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까, 현대차의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일까?

당연히 그렇다. 새 모델도 개발하고, 차량 모델의 조건을 비교해보면 내구성 다 비슷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니들이 배짱 장사할거 같으면, 난 이 차 사겠다’ 이런 심리가 번지는 것이다. 그 정도로 (현대차에 대한) 인식이 안 좋더라. 차에 문제가 있으면 “확인을 하고 고쳐주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이건 보증기간이 지나서 안 된다” 이러고 있으니..

- 정부도 현대차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까 엄격하게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어떻게 보나.

그렇다. 교수들이나 전문가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재벌이 관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현대차 내부고발자가 세타 엔진 등에 대해 결함 은폐 폭로 이후 국토교통부가 (현대차를) 고발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가 작년 6월 생산된 싼타페 차량의 에어백 센서 결함 등과 관련해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9월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함) 왜 그러냐면 (국토부가) 당할 성 싶으니까 그런 것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고발을 한 건 처음이다. 자기네들 면피하려고 고발한 거다. 진작 (국토부가) 관리감독하고 그래야 할 부분인데... 현대차 내부고발자도 (국내 관련 기관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안 되니까 미국에 가서 고발했다. 정확하게 ‘이거 니네가 잘못해서 이랬으면 이렇게 해’ 식으로 집행을 했으면 괜찮은데 이때까지 집행을 못하고 질질 끌려 다녔다는 거다. 그걸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 현대차는 새로운 생산기지 확장을 통해 파업 리스크와 내수시장 축소라는 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그 중심인데, 최근 현대차는 중국 허베이성에 4번째 공장(연간 30만대)을 짓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내년에 충칭공장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중국시장이 현대차에게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나?

몇 년 전에 중국을 갔었다. 중국에서 차를 탔는데 그 차가 스타렉스인 줄 알고 탔던 차가 알고 보니까 짝퉁이었다. 또 우리나라 차인 마티즈가 중국에 왜 이렇게 많이 와 있지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것도 짝퉁이더라. 깜짝 놀랐다. 겉으로만 짝퉁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지금 휴대폰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중국산의) 품질이 좋아져서 (중국)시장에 들어설 곳이 없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대차가 연간 30만대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이러는데 과연 그거 다 돌려가지고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 중국의 짝퉁 마티즈 등 차량이 국산 제품에 비해 품질이 많이 떨어질 것 같은데.

7,8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차가) 밀렸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차가) 값도 싸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 (품질이) 좋아졌다. 지금 현대 기아가 더 어려워지는 게 뭐냐면 중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니까 들어설 공간이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수입차를 들여왔지만, 점차 (차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산차를 많이 이용하게 된 것 처럼 중국도 자국차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 그럼 공장을 중국에다 짓고 하는게 노조 문제도 있다고 보나.

(현대기아차가) 지금 해외에서 생산하는 차가 50%를 넘었다. 요샌 중국도 임금이 높아져서 베트남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중국)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결국 경쟁력이라는 건 인건비를 적게 주고 가격을 적게 해서 많이 파는 거 그런 건데.. 이 상태라면 중국에서의 생산도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 현대차의 중국 투자를 전망한다면.

낙관적이라고는 안 본다. 거기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얼마 전에 다 바꿨다. (현대차는 최근에 중국법인의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다. 원인은 판매 실적 부진으로 알려졌다) 내가 아는 사람도 부사장인데 잘렸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사람 자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이 현장에서 아무리 못해도 5,6년 있으면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인데 그런 현장은 그런 사람들에 맡겨야 하는 거지 사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더 키워야 되는데 그런 것도 좀 문제가 있는 거 같더라.

- 현대차가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 신형그랜저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형그랜저가 현대차를 구원해 줄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현대차가 현재의 총체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현대차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와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내가 볼 때 문제는 패키지로 차 값을 올리는 거다. 나는 차를 살 때 필요한 기능이 후방카메라와 내비게이션만이라도 그렇게 못한다. 몇 백만원 더 지불을 해야 그걸 쓸 수가 있다. 그래서 선택권을 좀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요새 네비게이션도 스마트폰 때문에 잘 안 쓰지 않나. 그런데 그걸 (차에) 넣어가지고 1년에 몇번씩 업그레이드 시켜야 되고 이런 건 좀 말이 안 되는 거다. 지금 아무리 (차에) 첨단기능을 넣더라고 소비자들은 모르는 거 많다. 첨단만 넣는다고 좋은 건 아니다.

지금 도요타는 디젤 승용차를 안 만들고 하이브리드로 가고 있다. 특화돼있는 것이다. 나도 도요타에서 일하는 사람 만나보고 해보면, 현대차 하이브리드하고는 게임이 안 된다.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하이브리드 차면 연비 같은 건 월등하다. 그럼 현대차는 전기차로 갈건가, 수소전지차로 갈 것인가.. 현대는 지금 방향성을 잃은 거다.

- 그럼 신형 그랜저가 현대차가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승의 카드가 될 수 없다는 건가?

‘획기적으로 나왔다든가, 연비가 좋다’와 같은 확실한 특징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냥 몇 개 좀 사양만 바꾸고 이래갖고는 소비자들한테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겠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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