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6억 세금 내고 10조 넘는 불로소득...16억 내고 11조 경영권 챙겨"
"순환출자 지배구조, 전근대적 족벌경영 형태에 대한 이 부회장의 결단 필요"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일요경제]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 사태, '최순실 게이트'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뉴리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경제>는 조승현 방송통신대학 교수(법학과)를 만나 이재용 체재로 재편된 삼성 앞에 놓인 과제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앞서 조 교수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던 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삼성 3대 세습 왜 문제인가’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세계 경제가 안 좋고, 갤럭시 노트7 (단종) 문제도 있으니 ‘위기 속에 등장해 떠오르는 잠룡’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앞으로 보일 리더십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삼성그룹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을 이 부회장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만큼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조 교수는 이 부회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에 대해 “앞서 말한 과거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답변을 국민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어 그는 “조직 문화, 노사 관계에 있어서 혁신이 필요하다”며 “근로자들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마인드가 지금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구조의 전근대적인 족벌경영 형태를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조 교수는 “정경유착은 과거 아버지(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때나 통했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합리주의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승현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은 3세 승계를 위한 필연적 수순이라고 하더라도, “왜 지금이냐?”라는 의문은 남는다. 

딱히 왜 지금인가 하는 것엔 한 가지 이유가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위중상태에 빠진지 오래됐다. 그리고 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으로의 지분구조 합병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됐다. 삼성SDS나 삼성물산이 합병을 통해 상장됐기 때문에 이미 거의 승계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과거 법적인 문제점들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만한 시간이 흘렀다.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국내외 경제가 안 좋고, 갤럭시 노트7 단종 문제도 있으니 ‘위기 속에 등장해 떠오르는 잠룡’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위기 속에 등장해서 극복해야 상당히 인정을 받게 마련이다. 만약 잘 나갈 때 등장해서 실패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면 형편없이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경기도 좋지 않고 갤럭시 노트7 문제 등 내외부적인 상황을 보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이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더십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다고 보나?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한 행태로 보아선 상당히 부정적으로 본다. 첫째는 삼성 불법승계 과정에서 이재용이란 사람의 역할이 없었느냐 하는데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6억원 세금 내고 거의 10조원이 넘는 불로소득을 얻었다. 16억원 내고 11조원 경영권이란 부를 챙겼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

자기는 몰랐다고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최고 수혜자다. 최고 수혜자라면 그 사건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했다. 물론 그 책임이 법적인 책임이 아니더라도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도덕적 관점에서, 그리고 우리사회에 삼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걸 맞는 책임을 가지고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이다.

둘째로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순환출자 지배구조, 의사결정구조는 전근대적인 족벌경영 형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답변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경영 모델을 가지고 삼성 내지 삼성전자를 이끌겠다’,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와 같은 결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걸 못 봤다. 언론 속 이재용 부회장은 결단력 있게 자기 소신을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수많은 국민들의 공으로 이뤄진 기업이다. 그러므로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그에 부흥하지 못해 비전 또한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적인 것은 우리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 않나. 자기 사업 몇 개 한다고 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큰 그림 속에서 명확히 '어떤 길을 가겠다’고 제시하는 자기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야 리더십을 나타낼 수 있다. 국민들과 경쟁 기업, 투자자들로부터 ‘오! 이재용이 잘하네’ 하는 평가를 듣는 순간 기운이 업(up) 돼서 더욱 잘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등기이사 전과 후를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과 사회 부문과 조직 내부 구성원들 통합 부문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임무를 말할 수 있다. 첫째, 앞서 말한 과거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답변을 국민들에게 해줘야 한다. 둘째, 조직 문화, 노사 관계에 있어서 혁신이 필요하다. 근로자들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마인드가 지금은 없다. 셋째, 현재 갖고 있는 지배구조와 순환출자구조의 전근대적인 족벌경영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

이제 등기이사가 됐으니 전면에서 책임 있게 자기 입으로 의사결정을 해내야 한다. 과거엔 이재용 자체로서는 조용히 있어도 상관없었겠지만 지금부터 잘못하면 이재용의 공과가 된다. 계속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적당하고 있는 부분들, 가령 카르텔적 순환출자구조,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자기 관을 보여줘야 한다. 이 임무 3가지가 등기이사 선임을 기점으로 보다 확실하게 그의 몫이 된 거다.

한편으론 정경유착에 관한 문제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의심된다. 이병철, 이건희 역대 회장들은 정경유착 속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도 그럴 것인지 주목된다. 근데 제가 보기엔 정경유착이 오래갈 것 같진 않다. 정경유착과 같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과거 아버지 때는 통했을지 모른다. 그땐 독재적인 국가였고, 특권적 엘리트 의식이 세상을 지배했던 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민주화 되었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합리주의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잘 새겨들어야 한다. 정경유착 가지고는 이젠 안 된다.

-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정경유착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 중심에는 삼성이 연루 되어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삼성 본사를 압수수색까지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법적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번에 나라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도 한 획 들어가 있다.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삼성에게 자금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분위기 상 삼성은 최순실 씨 재단에 돈을 건넸다 하지만, 쓸 데 없는 데에 돈을 준 것이지 않나. 등기이사가 되기 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다시 정경유착의 시작이 될 수 있다. K스포츠, 미르재단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최종적인 책임과 해결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게 꽤 됐다. 실제적으로 삼성그룹을 끌고 가는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또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람은 이재용일 것이다. 이재용이 아니면 누가 했겠나. 회삿돈을 그런 부정한 일에 사용했다면 분명 배임 및 횡령죄가 적용된다.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는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2편에서 이어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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