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중심 지배형태, 국제소송 분쟁 초래할 수 있다"
"삼성 산업재해 문제, 근로자 개인 넘어 국민에게까지 악영향"

방송통신대학 조승현 교수(법학과)

[일요경제]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 최순실 게이트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위기 속에 떠오르는 잠룡’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매너리즘에 표류한 일개 재벌 3세’로 전락할 것인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조승현 방송통신대학 교수(법학과)는 본격적인 ‘삼성 이재용 체제’를 앞두고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노사문제,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해 진단했다.

먼저 조 교수는 “삼성은 산업구조 문제에 지배구조 문제가 곁들여져 있다 보니 이를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순환출자보다는 수익성과 미래 잠재성장률이 높은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들이 조금씩 부대산업을 가질 수는 있지만 여러 거대 선단을 이끌고 가는 그룹은 한방에 갈 수 있다”며 족벌경영의 폐해를 지적했다.

한편 갤노트7 리콜 사태에 대해 조 교수는 “반성 정도로는 안 될 것이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술혁신에 성공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왕좌왕 하다 또 사고가 난다면 그땐 회생이 불가능 할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삼성의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조 교수는 “삼성은 세계적으로 노사문제가 후진 기업 중 하나”라며 “삼성은 노동법을 교묘히 회피해가며 정당화시킨다던가, 용역화 시키는 등 술책을 쓴다”고 비판했다.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매우 잘 나간다”며 삼성에 각성을 촉구했다.

<다음은 조승현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삼성은 최근 지배구조와 사업구조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평판은 심각한 의구심의 대상이 되었다. 글로벌기업의 지배구조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사업구조의 경우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등 수주산업 3사의 미래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도 초유의 리콜 사태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산업구조 재편은 기업의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특성이다. 변화하는 현실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다보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을 하고 재편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여기에 지배구조 문제가 곁들여져 있다 보니 지배구조가 산업구조를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IMF 당시 삼성이 위기를 맞았을 땐, 과잉투자와 비용구조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진 게 원인이었다. 이후 어느 정도 한번 정리가 됐었는데 이명박 정부로 들어서면서 삼성은 또다시 순환출자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단행했다. 그 결과로 위기에 봉착하니까 지금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이 삼각편대를 기준으로 해서 밑으론 삼성 SDS, SDI, 제일 기획 등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느 한곳에 위기가 오면 전체가 맞물려 악영향을 받고 있다. 굴뚝산업이라 할 수 있는, 그러나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높은 고용효과를 창출하는 분야인 삼성중공업 및 화학 분야 산업까지 위기에 봉착했다. 그룹 내 기업들은 단일 기업으로서 대기업이 되지 못한 채 상호출자구조에만 기댔다. 일감몰아주기를 눈에 띄게 하진 않겠지만 삼성은 이를 꾸준하게 해와 자체 경쟁력을 상실토록 했다.

그룹 내에서도 각각의 기업은 어느 정도 경쟁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외부 환경에 대해서도 대응력을 가지는데 지금은 우물 안 개구리나 마찬가지다. 더 넓은 세상에서 IT산업, 인공지능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데 순환출자구조를 갖게 되면 당시로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수익이 생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변화에 맞서지 못하게 된다. 결국 삼성그룹 내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이어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은행의 구조도 취약해지고, 은행이 무너지게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지고 마는 상황까지 온다. 순환출자구조 문제는 독점에 대한 문제보다 더 심하다.

물론 삼성이 에버랜드, KCC 등 일정지분을 팔아 출자구조를 끊겠다고 했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그 정점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고, 그 지주회사 격으로 삼성물산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삼성 내 기업중 가장 핵심이고 앞으로 미래 성장 동력과도 관계있는 삼성전자의 지분구조가 취약하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엔 국내자본 비율이 낮고 외국인 자본이 과반을 넘는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지분 등 지분 합쳐도 3.62%(583만8265주) 밖에 안 되다 보니 삼성은 자기 마음대로 못한다. 또 삼성전자의 지분을 삼성물산(4.25%)과 삼성생명(7.87%), 삼성화재(1.32%)이 갖고 있는데 이는 오너일가의 계열사를 통한 간접지배다.

삼성의 오너 중심 족벌경영과 순환출자구조의 지배형태는 외국 기업들의 경영 시스템과 사뭇 다르다.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합병과정에서 갈등이 나타난 것 아닌가.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선 이익을 얻으러 왔지만, 그런 무리한 합병이 결국 이재용한테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전근대적인 방식이었다. 세계적인 경영마인드에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국제소송 분쟁의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또 하나 문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갖고 있다지만 지분구조는 취약하다. 가장 핵심기업에 대해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비주류 기업에 대해서는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기 힘든 구조다. 화학 분야에서 M&A 등을 한다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승계는 일단락 됐지만 현실적인 난제들이 많이 쌓여있다.

순환출자보다는 수익성과 미래 잠재성장률이 높은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등 비합리적인 요소들은 재고해 앞으로 성장 동력이 가장 센 기업에 과감히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

- 현재 삼성이 최대 위기를 맞은 데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그룹은 현 위기상황을 통제할 주체를 갖고 있다고 보나?

컨트롤타워란 경영진을 말하는 거고, 경영진은 그 회사 법인의 이사진과 임원진이다. 사실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말은 넌센스다. 모든 기업엔 컨트롤타워가 있다. 가령 기업에 투자했던 주주들부터 시작해서 이사진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족벌 경영, 재벌 경영 등의 행태로 기업을 끌어가는 현재의 컨트롤타워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재벌과 기업은 아주 별개의 항목인데, 특히 재벌구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아주 독특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컨트롤타워는 (故) 이병철 회장에서부터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까지 3대를 거쳐 오면서 주로 한 일이 법을 교묘하게 피해 경영권 문제를 어떻게 세금 없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위한 컨트롤타워였다. 조세회피 내지는 정치자금 등 비기업적인 요소를 위한 컨트롤타워였다. 그런 것이라면 전근대적 족벌경영을 위한 사조직이라 봐야한다.

기업들이 조금씩 부대산업을 가질 수는 있지만 여러 거대 선단을 이끌고 가는 그런 공룡 같은 시대는 지났다. 이런 그룹은 무너질 때 한방에 갈 수가 있다. 다만 산업과 산업을 잇는 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 주체인 행정부 및 입법부, 경제적 주체들도 관련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큰 방향에 대한 결정을 같이 해야지 족벌경영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오히려 해체돼야 한다.

-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 결정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고 있다고 보나? 이번 사태가 삼성과 이재용에게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최고일 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삼성이 기술혁신에 대해서 좀 방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결함이 나왔다는 건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다. 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기 때문에 법이나 사회적인 분야와는 상관이 없다. 과거 어떤 체제 하에서 이번과 같은 기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다른 방식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은 소비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기업이 이를 소홀히 한다면 어마어마한 손해가 볼 것이다. 삼성이 손해를 입으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니 안전에 관해선 철저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반성 정도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를 계기로 자기혁신에 성공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왕좌왕 하다 또 사고가 난다면 그땐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일부 사회환원’ 약속 이행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 직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뜻이라며 세금 납부 후 남는 차명재산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인데.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으로 시작된 삼성그룹 ‘경영권 편법승계’가 논란이 됐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와 삼성 SDS 배임사건은 특검과 파기환송을 거치며 유죄를 받았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이 8000억 원을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당시 8000억원은 삼성생명 400만주로 차명으로 있었다. 그때 특검이 발동되면서 이건희 회장이 되찾게 돼 오히려 이득을 봤다. 400만주라 하더라도 상장과정에서 주식수가 늘어났을 텐데 그렇게 보면 8000억원은 굉장히 조그마한 기부밖에 되지 않는다. 그조차도 사회에 직접 기부한 것이 아닌 공익재단을 통해 기부했다. 결국 삼성 오너일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게 무슨 사회적 환원이고 기부인가. 신뢰가 안 간다.

- 무노조를 비롯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망사건이나 메탄올 실명 논란 등 노동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직업병이나 산업재해에 관한 것은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말이다. 위험산업 종사자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삼성은 노조를 부정하고, 노동법을 회피하며, 동시에 여러 강제법규들을 피하기 위해 용역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을 씀으로써 수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숙련도 높은 근로자가 투입돼야 하는데, 용역회사는 인력을 수급하는데 시장법칙에 따라 저렴한 인력을 쓰려고만 할 것이다. 게다가 하청 받은 작은 회사의 근로자들은 대게 비정규직이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일을 하고, 재난에 직격탄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산업재해나 직업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삼성은 꼭 ‘우리는 이 사람들과 상관없다’고 말한다.

삼성 반도체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는 근로자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소 등 화학가스를 취급하는 공장 주변은 근로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생명과도 직결 된다. 큰 화학공장이 폭발한다던가, 화학가스가 유출되면 인근 주민들에게 치명적일 수가 있다.

삼성이 효율성만 따지며 반(反)근로자 정책을 피면 당장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험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삼성은 노사문제부터 제고할 필요가 있다. 지킬 건 지키면서 돈 벌 수 있다. 자꾸 자린고비처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자꾸 수전노 식으로 밀어붙이면 경영이미지만 나빠지고 장기적으로 기업 비전에도 전혀 좋을 게 없다. 고수는 고수다운 풍모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하수 수준이다.

노사문제에 관해 삼성은 세계적인 평가도 좋지 않다. 과거 불법세습에 대한 도의적,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또 하나 큰 축이 노사문제에 관한 책임이 있는데 삼성은 외면하고 있다. 삼성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함으로써 임금협상 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렇게 평가받는 것이 아닌 세계적으로 노사관계에 있어 가장 후진 기업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게 장기적으론 삼성에게 이로울지 의문이 든다. 지난 기간 동안은 삼성의 독특한 기업문화라고 치부하면 됐었지만 미래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매우 잘나간다. 이에 근로자는 더 힘이 나서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템들을 내놓을 수 있다. 삼성은 전문가 집단이라 하는 소수 엘리트가 상품을 발굴하는 스타일인데, 이젠 ‘말단 노동자도 나의 일부다’라는 한마음 정신이 필요하다. 수익이 생기면 노동자들에게 잘 안주려고 하는데 되게 이기적인 것이다. 큰 길을 가려거든 나눠줄 건 나눠줘야 한다.

한편 근로자가 이제 일할 만하다 싶은 나이인 40~50대에 접어들면 삼성은 내부적으로 명예퇴직을 권한다. 이를 위해 삼성은 노동법을 교묘히 회피해가며 정당화시킨다던가, 용역화 시키는 등 술책을 쓴다. 노조를 배격하는가 하면 근로자 개인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며 회유를 한다.

노동자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는 뺏어서 뭐하나. 당연히 법적으로 누릴 건 누리게 해주며 민주적으로 더불어 살아야 한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오로지 돈만 추구한다? 그렇다면서 할 수 없지만. 후세 인류를 위해서라면 근로자들을 정당히 대우해줘야 훨씬 경쟁력 있고 미래지향성 있는 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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