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형님 기업인 롯데 검찰 수사 시기에 복귀, 2008~2013년에도 농심 법률고문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박근혜정부의 핵심인사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농심의 법률고문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심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복귀가 문제가 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탄핵과 대규모 정경유착,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와 식품업계에 의하면 김 전 실장은 지난 9월 농심의 비상임 법률고문을 수용해 매달 10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올해 8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 승인을 받았다. 비서실장 사임 후 1년7개월 만에 민간기업에 취업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2008~2013년에도 농심의 법률고문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부터 농심의 법률고문을 맡았다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공직에 오르자 사임하고 다시 법률고문을 맡은 것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이 농심의 법률고문으로 복귀한 시점인 지난 9월에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친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씨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김 전 실장의 농심 법률고문 복귀에 의혹의 시선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농심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예전부터 농심 법률고문을 맡다가 비서실장에 오르며 공직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됐던 것”이라며 “법률고문은 매월 10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지는 못하며, 법률고문 계약을 연단위로 하는데 올해 12월 계약이 종료되면 내년에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 농심의 인연은 김 전 실장이 검찰총장을 지내던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삼양식품의 우지파동이 있었다. 처음 한국에 라면을 들여온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했는데, 당시 삼양식품과 협렵사 대표들이 구속되면서 업계 1위였던 삼양식품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면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업체는 당시 2위로 평가되던 농심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양식품 우지파동 1년 전에 이미 농심은 시장점유율이 54%였고 삼양식품 26%로 라면업계 1위였으며, 우지파동으로 농심 매출도 30% 감소했었기 때문에 농심이 수혜자인 건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한 변호사는 "단순하게 공직 퇴임 후 민간기업 취업에 걸린 기간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회전문 인사로, 비상임 법률고문 영입의 이유가 정관계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김기춘 전 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 취임 직전인 2009년 8월부터 2013년 8월(2‧3대)까지 이사장직을 맡았던 한국에너지재단은 올해 1월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21일 한국에너지재단은 “13일 경제단체가 경제활성화 관련법의 조속 통과 촉구를 위한 국민운동추진본부를 구성하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한국에너지재단도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구조 개혁의 기반이 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관련 에너지업계와 함께 민생구하기 입법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의 후임인, 현재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은 17대 친박연대 국회의원과 18대 새누리당 대구 달서구갑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박종근 전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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