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현대차, 한국과 미국 소비자 가격‧강판 등 차별 많아...지금도 차별 있다”
“대기업의 납품업체 기술탈취 비일비재, 납품 끊기면 바로 도산”

이정주 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현대차 등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이 개발 신차의 출시일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추진해 불량부품이 발생하고 소비자가 마루타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이정주 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이 개발 신차의 출시일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서, 불량품이 나올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결국 마루타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주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카페에서 진행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현대‧기아차는 하락한다”며 “평소에 잘했어야 했는데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 소비자를 가격과 강판 등에서 많이 차별했고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 등 자동차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소비자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오너와 윗사람들을 무서워해서 말단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은폐하고 축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현대차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에 대해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 등 우리나라 대기업의 납품업체 기술탈취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청업체가 대기업을 이기기 어려운데 납품이 끊기면 하청업체는 바로 도산하고, 승소해도 보상금이 적어 피해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선진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어서 배상이 잘되지만 우리나라는 승소해도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거의 되지 않아 아예 싸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주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리콜 은폐 의혹을 미국과 한국 관계기관에 알린 내부고발자를 해고했다. 

- 회사로써는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 사람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그랬다고 치부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전에 현대자동차가 크게 잘못했다. 일단 자동차회사가 결함이 발견되면 자발적으로 리콜하고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슈화될까봐 겁내고 항상 쉬쉬하고 덮기 바쁘다. 미국에서 발생한 도요타 자동차 문제도 그렇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똑같은 것이다. 그런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가 있으니까 우리가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든지, 조치에 시간이 걸리니까 조심하라"고 하는 게 정상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문제없다고 하고, 항의하는 소비자들에게만 일대일로 적당히 구슬려서 해결한다. 문제가 커지면 뒤늦게 리콜하고, 항상 그랬다. 

우리나라는 새로 차가 나오면 문제가 많다. 왜 그러냐면 출시 일정에 쫓겨서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개발‧검증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면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출시일을 정해놓고 일을 진행하니까 불량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출시일이 넉넉하게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해마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해마다 새로운 부품과 시스템을 충분히 테스트하지 않고 신차를 출시하면 소비자는 마루타가 되는 것이다. 그게 반복되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나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밝혀졌을 뿐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이 쭉 반복됐다.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내부고발자를 해고하지 않아도 분위기상 회사에 붙어있기 힘들다. 회사에 해를 입힌 사람으로 낙인을 찍을 것이다. 한 배를 탔기 때문에 같이 은폐하고 했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한 사람이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에 현대차의 리콜 은폐를 외부기관에 알린 내부고발자의 경우 회사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해고됐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6월 생산된 싼타페 에어백 센서 결함과 관련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했다.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있다.

- 국토부에서 고발하는 사례도 드물다. 우리가 국토부에 신고하거나 요구하거나 질의를 해도 답변이 잘 오지 않는다. 볼보의 경우 연료주입구로 물이 들어간다고 해서 실험까지 했는데도 조사한다고 해도 다음에 답이 없다. 알았다고만 한다. 만트럭 타이어 문제도 국토부에 질의했지만 조사한다고 했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데 업체는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리하는 정부기관이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별로 그런 의지를 느끼지 못하겠다. 번번이 신고하고 질의해도 정부기관의 관리 의지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건건이 사건을 무마하는데 치중하는 것 같다.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고 하는데 치중하는 것 같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58.9%로 사상 처음 50%대로 떨어졌다. 해외시장에서는 인도의 부상으로 빅5에서 6위로 밀렸다. 

- 70~80% 점유율은 사실 기형적인 점유율이었다. 우리나라에서 70~80%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것은 국민들의 애국심에 크게 한 몫을 한 것이다. 또 정부의 보호장치와 지원정책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수입차가 자꾸 개방되고 소비자들이 자꾸 수입차를 구입하니까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자꾸 하락한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가 소비자들을 잘 대해줘야 하는데 너무 차별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외견상 노력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이트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항목도 만들었다. 여러 가지 소비자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의혹만 키우는 경우도 있다. 

차별을 하느냐 안 하느냐 논란도 많다. 결론은 해외 소비자들과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한다고 본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보증을 10년, 16만㎞를 해준다. 2002년 처음 알아서 현대차에 물어봤다. 미국은 무료로 해주는 것이냐, 보증연장을 구입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돈 주고 사는 거라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2002년 10월 5일 새벽에 미국 딜러 4곳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해봤더니 무상으로 10년, 16만㎞를 해줬다. 파워트레인은 10년, 16만㎞, 즉 10만 마일, 일반부품은 5년, 6만 마일 무상보증이었다. 그때 그걸 많이 전파했다. 문제는 그때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쌌던 에쿠스도 3년, 6만㎞였다. 미국에서는 그때 제일 싼 1만 달러도 안 되는 베르나까지도 10년, 16만㎞였다. 말이 안 된다. 1년에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면 들어가는 돈이 대략 얼마라고 통계적으로 나온다. 미국에서는 제일 싼 1000만원도 안 되는 베르나까지도 10년, 16만㎞를 해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당시 우리나라 세단 중 가장 비싼 에쿠스가 5420만원이었는데 에쿠스도  3년, 6만㎞밖에 안 해줬다. 그러니까 자꾸 말이 나왔던 게 가격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옵션이 다르다고 하는데, 가격차별도 많이 했다. 강판이 다르다는 논란도 있었는데, 강판 차별도 당연히 했다. 여러 가지 차별을 많이 했다. 요즘은 안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완전히 차별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전히 차별하고 있다.    

단골이 되면 단골에게 잘해줘야 상식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골에게 잘해주는 게 아니고 새로운 손님을 잡으려고 새로운 사람에게 잘해준다. 단골은 이미 고정 고객이니까 대충 해줘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 식이다. 국내에는 어차피 정해진 고객들이 있다. 애국심에 의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외제차가 아직 비싸니까 외제차를 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계속 국산차를 타니까 괄시하고 차별했다. 지금은 2000cc 이하, 2000~3000만 원대 수입차도 들어온다. 그러니까 이제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많이 산다. 평상시에 잘했어야 한다. 그런데 평상시에 이렇게 무시했으니 수입차가 들어오고 싼 차들이 들어오니까 시장을 뺏기는 것이다. 

현대차 위기의 원인이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 권위적인 내부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고객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자기 윗사람과 오너를 무서워한다. 오너가 알까봐 벌벌 떤다. 고객이 알까봐 벌벌 떠는 게 아니다. 제일 무서워하는 게 오너 귀에 들어가는 것이고, 다음은 윗사람들에게 말 듣는 것이다. 싼타페 소비자가 영업사원을 끌어안고 불타 죽은 사건이 있었다. 2001년경이었다. 차를 바꿔주지 않는다고 소비자가 기름통을 들고 가서 영업사원을 껴안고 불을 붙여서 둘이 같이 죽었다. 그때 지점장 인터뷰를 보면, 위에서 너는 이것도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뭐하냐고 한다고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말단조직에서 어떻게든지 해결하려고 한다. 

소비자들이 항의할 때 회장 나오라는 하는데, 회장이 소비자들이 항의한다고 나오겠나. 소비자들도 회장을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안 되면 회장이나 사장 나오라는 하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하니까 그런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 변명하려 하고, 자기가 해결하려고 하고,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올라가면 너는 그것도 하나 해결 못하냐는 말을 분명히 하니까 그런 것이다. 그 소리가 오너 입에서까지 나오면 골치 아픈 것이다. 오너가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이런 문제도 해결 못하냐고 하면 골치가 아프니까 그 소리가 안 들어가게 하려고 안으로 싸고 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폐와 축소다.  

국회에서 현대차가 BJC라는 오염물질 미생물 정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납품업체의 기술을 탈취한다든지 납품을 받아줄 것처럼 하다가 기술만 빼간다던지, 납품을 하고 있는 업체인데 기술을 뺏어서 다른 업체에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순히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고 삼성도 마찬가지다. 법정 싸움으로 가도 대기업들은 막강한 법무팀이 있어서 대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잘 안 싸우려고 한다. 싸우면 그 회사는 끝이다. 대기업과 거래하지 않을 생각을 하면 싸우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싸워도 이기기 힘들다. 시간이 오래 가면 버티기 힘들다. 그러면 회사는 이미 도산하거나 망가진다. 대기업의 납품이 끊어지면 매출이 없으니까 그 회사는 바로 도산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규모가 커도 돈을 쌓아놓고 현금으로 사업을 하는 곳이 별로 없다. 매출이라고 돈이 들어오면 그것으로 월급을 주고 경비로 사용한다. 그렇게 하는데 문제가 생겨서 대기업에서 발주를 그만두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오너 혼자 싸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회사가 다 망하고 오너 혼자 1인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 집도 폐가망신을 당한다. 그런 일이 많다. 그런 일에 정부가 나서주면 좋은데, 정부가 사실 손 놓고 있기도 하지만 일일이 관여한다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그러니까 대기업들이 양심을 갖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기업들의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말단 담당자들의 일이다. 그런 건 오너가 시켰다고 보기 힘들다. 말단에서 알아서 기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해서 내 회사에만 이득을 끼치면 된다고 하청업체를 막 쥐어짜는 것이다. 납품가도 깎고 특별한 기술이 있으면 발주할 것처럼 해서 기술만 뺏어서 다른 업체에 주고 싸게 만든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업체들이 1인시위를 하고 인터넷에 올려도, 일반인들이 또 별로 호응이 없다. 일반인들도 바쁜데 끼어들기 싫고 호응을 잘하지 않는다.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오고 지쳐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기는 경우도 드물고, 이겨도 승소해서 받는 돈이 얼마 안 된다. 그런데 회사는 이미 거덜이 나서 없어진다. 문제가 진짜 많다. 설사 이겨도 기회비용 등 기타 부수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해주지 않는다. 

외국은 자동차에 잘못이 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천문학적인 배상이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절대로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다. 예를 들어서 차가 고장이 나서 하루 영업을 못해 1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걸 줘야 한다. 그런데 안 해준다. 승소하는 경우 차가 고장 나서 렌트비를 사용했다면  렌트비도 주겠지만 소비자가 사용한 렌트비를 100% 주지 않고 법에서 정해놓은 비용으로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인정해줄 것이다. 불량과 결함으로 부수적 손해를 입었다 해도 인정받기 힘들다. 그로 인한 심적인 고통도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현대차의 경우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운영이 어렵다거나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있다. 

- 그런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어느 회사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데 파업을 자주한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볼 때는 남의 나라 일 같다. 그래서 원망을 많이 한다. 하청업체에서는 이 사람들 월급을 더 주려고 우리를 쥐어짠다고 한다. 그런 불만이 많이 나온다.  <2편에서 이어짐>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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