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자동차 소비자 민원 해결 위해 동분서주...배신감 느낄 때도 많다"

이정주 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의 잦은 리콜 원인이 출시일 공표와 부품 원가 절감이라며, 국내 자동차업계의 발전을 위해 자동차회사가 소비자를 무서워하고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현대차 등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이 신차를 발표하면서 사소한 부품의 원가 절감을 한다”며 “새롭게 내세우는 기능들은 추가되지만, 오히려 구형에 비해 빠지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주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카페에서 <일요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대기업 자동차회사의 리콜이 잦은 원인은 경쟁사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하려고 출시일을 공표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자동차 부품 결함 등 피해 소비자들을 도와줘서 환불 교환은 물론이고 현금 보상까지 받게 해줘도 외면하거나 적대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을 받지 않고 도와줬는데, 회사와의 합의서에 함구조항이나 자동차소비자연맹과 연락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있어 회의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회사가 변하고 소비자들이 똑똑해질 것을 주문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냉대해온 게 사실이며, 오너나 윗사람 대신 소비자를 무서워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지 않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소비자들이 자기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또 당할 수도 있다”며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불도저로도 많지 못할 수 있는데,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정주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토교통부가 벤츠, 토요타, 현대차 등 29개 차종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차량 리콜이 빈번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 리콜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정직하다고 봐야 한다. 자발적 리콜이라면 정직하다고 봐야 한다. 공산품이다 보니까 결함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문제를 떠나서 신제품을 만들고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자기들조차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출시한다. 출시 일정을 미리 정하고 맞추기 위해서 한다. 개발을 하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설계를 아무리 신경을 써서 해도 처음대로 안 될 때가 많다. 베테랑들이 회로 설계나 프로그래밍을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시간은 정해져 있다. 하청업체는 납기일이고 원청업체는 출시일이다. 납기일이나 출시일이 정해져 있으니 밤을 새서 해도 일정에 딱 걸리면 출시하고 출시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미 공표를 다해서 출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문제다. 신차 출시일을 미리 얘기하면 안 된다. 언제 출시한다고 해놓고 완전하지도 않은데 출시해버린다. 충분히 내구성과 신뢰성 검사를 해서 문제가 없으면 그때 출시해야 한다. 그랜저 신차를 언제 출시한다는 식으로 먼저 일정을 정해놓으면 문제가 있어도 출시할 수밖에 없다. 

부품 원가 절감도 한다. 정말 하찮은 부품까지 원가 절감을 한다. 몇 만 대나 몇 십만 대라면 100원 만해도 크다. 10만 대에 100원이면 1000만원이다. 1000원이면 억대다. 카니발의 원가 절감 서류를 봤는데 어이가 없었다. 희한한 것을 다 줄이고 없앤다. 신차가 나오면 차가 좋아져야 하는데 나빠진다. 원가 절감을 하면서 있었던 게 없어진다. 물론 내세울 수 있는 추가적인 것들이 들어가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있었던 게 없어지는 등 나빠지는 게 많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게 많다. 소비자들이 구형에 비해 이게 없어졌다, 이게 나빠졌다고 글을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살 때는 기존 차를 봤으니까 당연히 이전보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산다. 어떤 시스템이 들어가고 무엇이 좋아졌다고 하는 건 있지만, 재떨이나 핸들의 로고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도 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게 몇 푼이나 된다고 없앨까 하는데 자동차회사들은 그게 다 원가 절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한다. 

원가 절감과 출시일 공표가 문제다. 어떻게 개발 차종의 출시일을 미리 공표하나. 사다가 출시한다면 언제부터 수입한다고 하는 건 얘기가 된다. 국내에서 인증만 받으면 된다.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을 언제 출시하겠다고 하는 건 문제다. 경쟁사와의 문제, 시장 선점 문제 등 때문이다.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할까봐 개발 차종의 출시일을 맞춰놓고 하다보면 졸속 신차가 나오는 것이다. 진짜 완벽하게 다해놓고 출시했다면 리콜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리콜이 많이 발생하면 안 된다. 리콜이 많이 나오면 욕 먹을까봐 쉬쉬한다. 리콜을 많이 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냐고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결국 리콜이 많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차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리콜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캠페인을 한다고 했다. 캠페인은 스마일이나 아침밥 먹기가 캠페인이다. 결함 줄이는 게 왜 캠페인이냐고 했더니, 캠페인이라는 말을 무상수리로 바꿨다. 무상수리는 당연한 것이다. 차를 잘못 만들어서 그런 것이고, 애프터서비스 기간 안이라면 무상수리가 아니다. 애프터서비스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차를 잘못 만들어서 그런 것이면 무상수리를 해줘야 한다. 리콜을 하면 개별서신으로 통보해야 한다. 무상수리는 리콜이 아니라서 그런 의무가 없다. 쉬쉬하면서 항의하는 사람만 해주는 것이다. 무상수리 기간이 끝나서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에 했다고 했는데 나는 몰랐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기간이 끝났다고 한다. 기간이 지났어도 통보 안하지 않았냐고 해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많다. 특히 대시보드 들뜸 문제나 열선에 의한 유리 깨짐 등 10년이 넘어도 해준 것도 있다. 싼타페 트레일링암 등 부식돼서 차가 내려앉을 정도였던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가 자비로 수리해서 돈을 못준다고 하는 것을 받아준 적도 있다. 

최근 자동차소비자연맹은 BMW 지점 딜러들의 사기판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BMW에서 다른 문제로 신고한 소비자가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등록비용을 편취했다. 등록비용을 40~50만원 정도 편취했는데 의도적이고 지능적인 편취였다. 너무 지능적이라서 이 영업사원이 이런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닐 것 같았다. 처음에 견적을 낼 때 공채 할인 비용을 뻥튀기를 해 견적을 높게 내고, 나중에는 설정비용을 소비자에게 2중 부과를 해서 설정비용 등을 편취했다. 문제는 이 소비자가 이 차를 할부로 샀다. 할부로 사면 캐피털에서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니까 차에 근저당설정을 한다. 설정비용을 예전에는 소비자가 부담했는데 요새는 할부회사가 부담한다. 할부회사가 영업사원 계좌로 넣어줬는데, 영업사원이 그걸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다. 소비자는 뻥튀기된 견적을 받았으니까 자기 차의 견적인줄 알고, 문제를 몰랐다. 2년이 넘도록 내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다. 영업사원은 내가 얘기해도 끝까지 더 받은 것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래서 1년 반 동안 추궁을 했다. 결국 잘못했다고 시인해서 고발했다. 

문제는 검찰에 고발장을 냈더니 소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고발을 취하했다. 합의를 하고 돈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량 엔진 문제 소송이 있는데, 그 소송 때문에 고발해달라고 사정했던 소비자였다. 검찰과 경찰에는 소비자 한 명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하는 것을 봐서 피해자가 많을 것이니까 다른 경우를 조사해달라고 했더니 증거가 없으면 조사를 못한다고 해서, 검찰에서 결국 기각했다. 장시간 매달렸던 문제라서 너무 화가 났다. 
 
자동차소비자연맹에서 무상으로 소비자 피해 사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주다보니까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지점에 하루 종일 쫒아간 적도 있고 며칠 밤을 새서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자기 이익만 챙기면 언제 그랬냐고 등을 돌려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젊은데 반말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 3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제주도에서 주차해둔 싼타페에 불이 났는데, 국과수에서 밝히지 못한 것을 밝혀줬다. 내가 조사해서 다 결과를 알려줬는데 김 모 교수가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해 낸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소비자가 700만원을 요구했는데 100만원 준다니까 "내가 거지냐"며 안 받는다고 그랬는데, 이 소비자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때는 한 시민단체와 함께 했다. 공신력을 위해 대학교수를 넣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김모 교수를 넣었다. 김모 교수도 소비자를 위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교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다. 나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서 다 조사했다. 원래 보고서는 내가 쓰기로 하였는데 시민단체에서 또 다시 공신력 운운하며 교수가 쓰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조사한 것을 다 보내줬다. 30대 소비자가 "소비자도 끝나고 현대도 끝나고 시민단체에서도 끝나고 다 끝났는데 왜 회장님만 안 끝내느냐"고 하면서 ‘당신 마누라’ 운운하며 욕설을 한 적도 있었다. 

제주도 싼타페 화재사건 때 진짜 연맹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 시민단체에서 조사비용을 현대차에서 대기로 했다고 했다. 김모 교수에게도 차를 뜯고 해야 하니까 정비사를 데려가자고 했는데 내가 하라고 해서 내가 데리고 갔다. 소비자가 어처구니 없게도 일이 마무리된 후 폐차장 차량 장기 보관비와 정비사 인건비를 내가 주라고 했다. 하찮은 일로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소비자의 화재 차량을 보관해뒀던 폐차장에서 전화를 하여 돈을 보내구었고, 정비업체는 극구 사양햐서 보내 주지 못했다. 넙죽 엎드려 폐차장 주인에게 절까지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치마 입고 어떻게 비가 와서 축축한 땅에 엎드려 절을 하느냐며 성희롱으로 몰고 가려고도 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의 행동 방식이 비슷하다. 합의서에 인터넷에 올리지 말고 지인에게 말하지 말라 등 함구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회의를 많이 느낀다. 무상으로 도와주니까 할 일 없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 같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바로 등을 돌려버린다. 너무 배신감을 크게 느꼈다. 전 같으면 자동차회사나 지점을 찾아가서 바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들도 요즘은 내가 나를 너무 값없게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소비자연맹 활동을 하면서 힘든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 3일에 걸쳐 BMW 지점 세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해결해준 사례가 있다. 몇 개월 동안 타던 차를 새 차로 바꿔주고 200만원을 받아줬다. 블랙박스, 하이패스 후방 카메라 3종 세트도 무료로 하게 해줬다. 그래도 1만원의 후원금도 없다. 물론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해야 하나 생각도 든다. 100원, 1000원만 도와줘도 고맙다고 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차를 바꿔주고 돈까지 받아줘도 등 돌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자동차회사에서 관계를 끊으라고 하면 매정하게 끊어버린다. 나는 절대 안 그럴 것이라고 하는 사람일수록 끝나면 연락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연맹이 개입하면 자동차회사에서는 소비자 개인에게 그야말로 알사탕 수준의 보상책을 제시하며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해주지 않는다. 자동차회사들이 왜 환불과 교환을 잘해주지 않느냐 하면 이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에 환불과 교환을 해주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미리 나서서 환불해줄 이유가 없다. 내버려두면 80~90%는 저절로 포기한다. 나머지 중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 해결해준다. 그것도 버티고 버티다가 환불 교환을 해 주는 경우에도 썬팅, 코팅 등의 비용은 보상이 안 된다고 버틴다. 그래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환불 교환 해주는 것에 감지덕지한다. 자동차회사는 최악의 경우에 환불 보상만 해 주면 끝나는데 미리 나서서 보상해줄 필요를 못 느낀다.

왕복 100㎞ 이상의 기아차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줬더니 막판에 소비자와 각서를 쓰면서 소비자연맹에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 사실을 소비자가 얘기해줘서 알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알았다고 하고 자기 것만 챙기면 끝난다. 그런 일들이 쌓이다보니 요즘 의욕을 많이 잃었다. 회사에서 연맹과의 연락 끊으라면 끊고, 그것을 숨기려고 적대적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전화번호를 바꾸는 사람도 있었다. 차라리 그 사람들이 비용을 내고 도움을 받았다면 연락할 것이다. 거저 도움을 받았는데 그냥 연락하자니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 찜찜하고 자신의 일은 이미 끝났는데, 후원금이라도 내자니 아까워서 연락을 끊는 것 같다. 연맹에서 먼저 후원금을 요구 하지도 않지만, 주겠다던 조사 경비조차도 주지 않으면 먼저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소비자들은 나중에 거두절미하고 연맹에서 돈 요구했다고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시작한 일이지만, 내가 왜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니 경찰의 고발 조사 한 번만 받아달라고 해도 잘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의했는데 왜 제3자가 나서냐고 한다.

사기판매는 고발을 해도 거의 무혐의 처분된다.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벌하냐면서 거의 무혐의 처분이 된다. 몇 명 처벌하기는 했다. 그것도 지방검찰청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을 항고해서 한 것이다. 소비자가 주의해야 한다. 마구 사기를 치다 운 나쁘게 걸려도 당사자와 합의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사기판매를 하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 무엇이라고 보나.

- 자동차회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국내는 땅 집고 헤엄치기라고 생각해왔는데, 시장점유율이 하락해서 이제 조금 경각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잡은 물고기 밥 안준다는 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냉대해온 게 사실이다. 자동차회사에서는 국내와 선진국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지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대기업 자동차회사 2중대처럼 말하는 대학교수들과 논쟁을 벌여서 아무 말도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대기업 자동차회사의 입장을 비판 없이 앵무새처럼 받아서 이야기하는 지식층과 사회 지도층들이 있어 문제다.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문제다. 대기업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이 윗사람이나 오너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를 무서워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신속하게 처리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나중에는 불도저로도 막지 못한다. 최근 삼성 스마트폰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져야 한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보고 크게 봐야 한다. 자기 문제만 생각하면 나중에 자기가 또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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