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규제완화로 공장가동 시기 3개월 앞당겨”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노동자 1명이 질식해 의식불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장의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조기 가동을 위해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는데, 조기 가동을 위한 무리한 노동 강도가 사고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지난달 29일 평택 삼성반도체 UT동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질식 재해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현재까지 의식 불명으로 위독하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의하면, 재해 노동자는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조합원 조모씨(1970년생)로, 삼성반도체에 화학가스 파이프와 클린룸 공사, 유틸리티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한양ENG 소속이다. 원청사는 삼성엔지니어링, 공사 발주업체는 삼성전자다. 

플랜트건설노조에 따르면, 조모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4시20분경 평택 삼성반도체 UT동 5층 써스파이프 700관(70CM) 퍼지작업(가스를 빼내는 작업) 종료 후 스펀지를 빼러 들어갔다가 질식해 쓰러졌다. 배관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나 동료 권모씨가 급히 배관 안으로 들어갔지만 권모씨도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반올림은 “조모씨의 질식 재해는 삼성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으로 인해 빚어진 인재”라며 “삼성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기 가동하기 위해 공사기간을 3개월 단축했다”고 주장했다. 

조모씨가 질식 재해를 당한 건 파이프 안에 있던 가스가 완전하게 퍼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펀지를 빼러 들어갔다가 질식해 쓰러진 것인데, 기간 단축을 위해 가스를 완전 퍼지하지 않은 채 작업하기 일쑤였다는 노동자들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것. 

아울러 반올림은 조모씨를 비롯해 노동자 8000명이 삼성반도체 생산라인 조기가동을 위해 잠자는 시간도 뺏기며 장시간 근로에 혹사당했는데, 새벽 4~5시 출근해 밤 10시 야간작업과 주말에도 평일과 똑같이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화학가스가 사용되는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공사기간 단축으로 노동자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장시간 근로하고 서둘러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정부, 삼성반도체 평택단지 조성...규제완화 등 전폭적 지원”

반올림은 노동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삼성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 박근혜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고 전했다.

15조6000억 원이 투자된 삼성반도체 평택단지 조성에 박근혜 정부가 깊숙이 개입했으며, 박근혜표 창조경제와 각종 규제완화 입법이 적극 이용됐다는 것이다. 

삼성의 자사 블로그에 의하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규제완화 등 기업경제 활성화 맞춤형 지원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투자가 이뤄졌다. 정부의 전력과 산업용수 조기공급, 인허가 간소화 등 적극적 지원으로 평택 반도체 공장을 조기에 가동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작년 5월 7일 평택단지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평택공장이 조기 가동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단+>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