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탁 “국민연금 투자위 직전 삼성물산‧제일모직 반대 참석자 교체”
전성인 “재벌 바라는 승계조건, 소요 재원 최소화‧현재와 유사한 계열사 지배 범위”

최운열, 채이배, 노회찬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재벌 지배구조 문제 진단과 개선 입법 토론회'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선순환 경제를 위해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불공정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과 공모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을 모금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행위 차단이 기업의 성장과 선순환 경제를 위해 강력히 요구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진행된 ‘재벌지배구조의 문제 진단과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최운열 의원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선순환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재벌들의 지배구조개선과 불공정행위 근원 차단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 것. 

최 의원은 재벌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전·사후 규제 강화를 현행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도 개선방안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의결권을 생성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때문에 기존순환출자 폐지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위한 일감몰아주기의 강력한 규제 △재벌들의 다양한 경영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주주와 주주총회의 위상 강화 위한 상법 개정 등을 제시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결정에 있어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의 지연 지연을 꼽았다. 

채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돼 기관투자자들이 평소에 투자 대상 회사 경영진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면, 삼성이 일방적으로 합병비율을 정하지 못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위한 상법 개정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 확보 △불법행위 저지른 경영진 처벌 강화 △공정위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하도급법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개선 △소비자집단소송법 도입 등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 “국민연금 투자위 직전 삼성물산‧제일모직 반대 가능성 높은 참석자 교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반을 논의하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직전에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참석자가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순탁 회계사(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에서부터 2014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 제일모직으로 에버랜드의 회사 명칭 변경 등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 한국의 자본시장은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 인수 사례를 들며, 실제로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위한 두 회사 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과정에서 더 중시되는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인데, 삼성물산 경영진은 내재가치와 관련된 아무런 자료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가에 따라 산정된 합병비율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 

홍 회계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내재가치 계산 결과, 삼성물산 주당가치는 10만 원 이상으로, 제일모직의 주당가치는 10만 원 이하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면서 1대1의 합병비율도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작년 상반기에 △주가로 계산한 합병비율 유·불리 판단할 수 있는 기업가치(내재가치) 자료를 삼성물산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제시하는 않는 방안으로 추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를 이재용 일가에 유리하도록 관리 △두 회사의 주가 추이 고려해 제일모직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에 합병 결정 등 3가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추정했다.

지분율상 이재용 부회장과 이해관계가 완전히 상충되는 위치에 있었던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매수가 필요한 시점에 매도, 당연히 매도해야 하는 시점에 매수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매매패턴으로 결과적으로 이재용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도출되도록 협력한 점 △관행과 어긋나게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 않고 부족한 내부검토로 찬성 결론을 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아울러 홍 회계사는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검토해 △투자위원회 구성 적절성 문제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지시로 투자위원회 직전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가능성 높은 참석자 교체 △전문위원회 부의라는 선택지 없는 표결방식 불합리 △합병비율과 합병시너지를 혼동해 잘못된 결론 유도 △합병비율 조정 위한 전략적 시나리오 검토 부재 △합병시너지 관련 검토 부실 △합병 이해관계자 이해득실 검토 부재 △잘못된 정보 제공 등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 회계사는 합병비율에 따른 이해득실을 추정한 결과, 국민연금공단이 입은 손실의 6배만큼 이재용 일가가 이득을 봤고, 소액투자자와 펀드 간접투자자도 만만치 않은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의 규율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발표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서 약속한 것처럼 시장교란을 가져오는 불공정거래를 반드시 처벌한다는 원칙을 삼성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벌 바라는 승계조건, 소요 재원 최소화‧현재와 최대한 유사한 계열사 지배 범위”

우리나라 재벌이 바라는 승계조건은 승계를 위한 소요 재원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와 최대한 유사한 범위의 계열사 지배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력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배타적 이권 부여가 가능하고 경제권력은 이권을 추구하면서 일부 떡고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권에 납부한다”며 “직접적 뇌물, 정치권력 지배하의 재단에 기부, 해당 지역구에 각종 사회활동 선별적 시행 등의 방식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기존 이권의 영속화를 위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승계 그 자체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제도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경유착 발생의 유인이 되고 있다”며 “재벌이 바라는 승계 조건은 총수 일가의 재원 소요 최소화와 승계 이후 현재의 계열사 지배 범위와 최대한 유사한 계열사 지배 범위 획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승계 자금 확보 위해 동원되는 수단인 일감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의한 계열사간 합병과 자사주 취득 △승계 후 계열사 지배 위해 동원되는 수단인 금융회사와 공익재단, 지주회사 등을 분석했다. 

전 교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는 금융회사를 이용한 계열사 지배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 제도 위배이며 금산법 제24조 위배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경제 규제와 충돌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삼성이 △보험업법 제106조 취지 위반 △분할신주 취득 시 금산법 제24조 또 다시 위반 △전자 주식 매각 시 유배당 계약자 보상 문제 △지주회사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위반 등 현재 진행형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에 대한 입법과 입법 방어과제로 보험업법 제106조(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율)의 규제 취지를 위배하고 있는 ‘보험업 감독규정 별표 11’의 정상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의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자사주에 합병과 분할신주 배정 금지와 소각,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금지, 다중 대표소송 도입도 제시했다. 

◇ “과도한 지배력 확대 정상화해야”

대기업 총수들만을 위한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 희생과 이를 위한 뇌물 조성 등은 범죄로, 총수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 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김성진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대행)는 “총수만을 위해 그 재벌 소속 개별회사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거나 뇌물을 조성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벌총수가 갖는 과도한 지배력 확대의 정상화, 재벌총수만을 위한 의사결정을 다른 주체가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두 가지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벌 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확대 수단 해소 방안으로 △순환출자 해소 △금융계열사 동원한 지배력 확대 방지 △일감몰아주기 제한의 실효성 제고 △공익재단 이용한 지배력 확대 세습 방지 △분할시 자사주에 배당되는 주식 통한 지배력 확대 방지 △경영권방어 수단으로서의 자사주 문제 해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 강화 △보험회사 통한 부당한 지배력 확장 해소 등을 제시했다. 

재벌의 불법적 경영에 대한 통제 장치로는 △재벌 총수로부터 독립한 이사·감사위원 선임과 주주권 강화 위한 다중대표 소송 △종업원 대표하는 이사·감사위원 선임 △국민연금의 공익적 의결권 행사 강화 △재벌에 대한 형벌의 실효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와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이 2013년 8월 28일 재벌 총수들과의 오찬 후 ‘경제민주화는 끝났다’고 선언한 게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재벌 대기업에게서 774억 원을 모으기 위해 경제민주화 공약을 팔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프리존법 입법 진행은 재벌들의 통 큰 기부에 대한 선물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규제프리존법은 국회의 법 개정 없이 행정부만의 의사결정을 통해 규제를 없애버리는 삼권분립에 반하는 화끈한 재벌소원수리법”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에 규제프리존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경제민주화 대선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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