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분회장 “뒷목 잡히고 바닥에 내팽개쳐 머리 등 부상” VS 현대 “확인 안돼”
검찰청에 범행사진과 언론기사, 범행 동영상, 상해진단서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

6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재벌총수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로 입장할 때 한 시민이 '정몽구도 공범이다'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재벌총수 청문회에 출석할 때 항의한 비정규직의 입을 막아 부상을 입힌 혐의로 현대차 직원이 검찰에 고발됐다. 

8일 노동단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에 따르면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보안운영팀 사원 김 모 씨 등 10여 명을 특수상해와 특수손괴 등의 혐의로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 사내하청분회장은 검찰청에 범행사진과 언론기사, 범행 동영상, 상해진단서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에 의한 집단상해에 대해 주의적 처벌과 예비적 처벌을 바란다고 명시했다. 

김 분회장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경 정몽구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특별조사위원회의 재벌총수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후문으로 들어올 때,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라는 내용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이후 김 분회장은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총수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현대차 보안팀 김 모 사원 등 10여 명이 김 분회장의 입을 막고 손에 들고 있던 플랜카드를 빼앗았다. 

기아차 노조 측은 이로 인해 김 분회장이 허리와 목, 머리 등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총수 청문회 때 정 회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질의했고, 정 회장은 당시 “처음 듣는 말씀인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번 알아보겠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

◇ 폭행당한 분회장 “바닥에 내팽개쳐 머리 등 부상” VS 현대차 “정확히 확인 안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의 재벌총수 청문회가 열리던 6일 국회 앞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에게 항의하던 시민이 검정색 복면을 한 남성에게 입이 틀어막힌 후 바닥에 내팽개쳐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화면 캡처)

재벌총수 청문회 당시 국회에서 발생한 현대차 직원의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폭행에 대해 폭행을 당한 분회장과 사측의 입장이 엇갈려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국회에서 현대차 경비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김 분회장은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현대차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시정되지 않아서 국정조사 때 국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항의하기 위해 국회에 갔다”며 “평화롭게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신원을 알 수 없는 경호원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서 뒤에서 목을 꺾고 양팔을 잡아서 뒤로 내팽개쳐서 머리 뒤통수가 바닥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온몸이 욱신거리고 넘어지면서 뒤통수와 허리까지 다쳐서 통증이 심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았는데 3주가 나왔다”며 “울산공장 노동자들에게 전화가 왔는데 동영상 속 경비원들이 현대차 울산 보안팀 직원이라고 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신원까지 확인해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200여억원을 기부한 현대차 지방 공장의 노조 집회 때에는 용역 경비들이 지금도 일상적으로 폭행을 해 고막이 터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현대차의 조직적 지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며 국회에서까지 그럴 줄 몰랐는데 이런 폭력과 폭행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혜원 의원실 관계자의 경우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로 들어서면 보안검색대를 지나치기 전에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공간이 있는데, 재벌총수 청문회 때 노조원이나 시민들이 항의한 것”이라며 “항의할 때 현대차 경호원들이 와서 사람들의 플랜카드를 뺏고 때려눕혔고, 손혜원 의원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그 모습을 보고 정몽구 회장에게 문제를 제기해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당시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흔들리면서 사진이 찍힌 정도라 정확하게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비정규직 없는 세상 “울산 보안요원 20명, 서울 항의 폭력으로 막아” 

폭행을 당한 김 분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의 마지막 부분 (자료=기아차노조 울산지회 제공)

현대차 보안요원의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국회 폭행 문제를 공론화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보안요원 20여 명이 서울로 올라와 항의를 폭력으로 막았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단에 128억 원을 갖다 바치고, 정몽구 회장이 최순실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의 광고를 주고 정유라 씨의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이 11억 원대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김 분회장은 정 회장이 국회 후문을 통해 국감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라는 작은 현수막을 들고 ‘재벌들도 공범이다. 재벌총수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그러자 울산공장 보안운영팀 김모 사원이 김 분회장 뒤로 와 성명불상의 7명과 함께 김 분회장을 둘러싸고 입을 틀어막고 뒤로 넘어뜨리고 손 현수막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 노동자들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울산 보안운영팀 직원들 20명 이상이 올라와 시위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데 앞장섰다고 알려왔다”며 “울산 보안운영팀 박모 차장이 현장에서 20여명을 지휘했고, 김 분회장을 뒤로 넘어뜨린 사람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모 사원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조직폭력배 수준의 폭행이 늘 벌어진다며, 기자들이 지켜보는 국회에서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집단폭행을 당한 김 분회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경추, 요추의 염좌 등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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