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비용 자부담에 계란 출하까지 금지…양계농가 '한숨만'

[일요경제] 전국 최대 닭 산지인 경기도 포천시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말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살처분 대상이 된 닭만 15개 농가 120만 마리로, 전체 사육 닭의 12%에 달하는 데다가 살처분 비용 역시 고스란히 피해 농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란 출하까지 금지됐다.

9일 경기도와 포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영북면 산란계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H5N6형 고병원헝 AI가 확인된 곳은 모두 9개 농가다. 또 1개 농가는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AI 발생으로 살처분 대상이 된 닭만 15개 농가 120만 마리에 달한다. 포천시에서 225개 농가가 1천14만 마리를 사육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12%에 해당하는 닭이 땅속에 묻혔다.

특히, AI가 산란계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계란 생산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포천시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65개 농가 800만 마리로, 전국 계란 생산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이번에 포천에서 AI가 확인됐거나 정밀검사 중인 10곳 모두 산란계 농가다. 살처분도 산란계 농가 15곳에서만 이뤄졌다.

산란계 농가 65곳 중 15곳(23%)으로, 4개 농가 중 1개 농가가 이번 AI로 피해를 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시는 AI가 확산하자 지난 5일부터 최초 발생지인 영북면을 비롯해 관인·창수·영중면 등 4개 면 양계농가에 이동제한 조치를 해 계란 출하도 못 하게 했다. 출하를 못 한 계란은 상품성이 떨어져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피해 농가들은 엄청난 살처분 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지난달 23일부터 16일간 포천시는 살처분을 위해 연인원 1천87명(공무원 107명 포함), 포크레인 24대와 덤프 31대 등 모두 108대의 장비를 동원했다.

1마리에 1000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120만 마리 살처분에 소요되는 12억원 가량을 15곳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하병훈(69) 포천시양계협회 회장은 "살처분 보상도 이것저것 빼고 나면 턱없이 부족한데 매몰 비용 부담에 생산한 계란 출하도 못 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시에 출하를 못 한 계란에 대한 보상 여부를 물어봤지만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 회장은 이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농가는 하루에 5t 트럭 4∼5대 분량의 계란을 생산하는데 그 많은 양을 어떻게 보관하냐"며 "기껏해야 2∼3일은 버티겠지만 쌓아둘 곳이 없어 버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살처분 비용 부담은 시·군마다 다르다"며 "1차적으로 농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지자체가 지원할 수도 있다고만 돼 있어 재정이 열악한 시·군이 자부담을 시키면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천에서는 지난해 1∼4월에도 H5N8형 고병원성 AI가 발병, 3개 농가에서 20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는 등 피해를 봤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