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전 삼성물산, 2조 카타르 수주 숨기다 합병 후 공시...의도적 주가하락 의심”
“이재용, 과반 못 미치는 지분으로 삼성전자 경영권 장악...자신 금고처럼 사용해 모순”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외압으로 찬성한 사실이 특검에서 밝혀지면 의결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23호에서 정의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단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재용 시대의 삼성 : 다시 삼성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발제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선 조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점으로 △합병비율 적정성 △삼선물산 주주 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 △정경유착으로 인한 법치주의 파괴 등을 꼽았다.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사진=김민선 기자)

조 교수는 “합병비율 산정은 회사의 내재가치나 영업이익, 계열사 지분가치 평가, 미래성장성 등 중요지표들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며 “합병을 결의한 삼성물산 이사회 자료에는 내재가치를 검토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단지 주가에 따라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두 기업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면 1:1 정도 비율도 제일모직 입장에서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비율이자 유리한 방향이라며, 이 같은 일들이 사실이라면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고등법원이 삼성물산의 의도적인 실적 축소가 삼성물산 주가 낮추기와 연관이 있다고 강하게 의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물산 국내 수주와 관련해 2014년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시장활성화 조치로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감소했고 건설사들은 발 빠르게 작년 상반기부터 공격적으로 분양물량을 늘렸지만 삼성물산만 이런 흐름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에서도 삼성물산은 합병 이사회 결의일 이전인 작년 5월 13일 카타르에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2조원에 수주했는데, 이는 2014년 해외 수주액의 25%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었지만 공시하지 않은 사실도 폭로했다. 이 사실은 합병이 다 끝난 이후인 작년 7월 28일 공개됐다. 

삼성물산 이사들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오도록 유도했다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견해다.  

또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일성신약 등이 합병에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는데, 청와대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특검에서 밝혀지면 강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의사표시 취소나 회사법상 합병주주총회 의결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도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과 이재용 부회장의 배임죄가 명학하고, 문제는 제3자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라고 봤다. 그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의 뇌물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11월 30일 기준 삼성물산 17.08%(4조2400억 원), 삼성SDS 9.20%, 삼성전자 0.6%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7.55%)과 삼성물산(4.25%)의 지분을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이 매우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섬그룹의 핵심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가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하면 지배 가능한 지분이 18.44%에 이른다”며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지분으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장악하고 심지어 삼성전자 돈을 자신의 금고인 마냥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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