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문화재영향평가 요구, “절차대로 했을 뿐” 현재까지 묵묵부답
현대차 국조위서 "서울시에서 모든 것 결정, 현대차와는 무관하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불교계가 현대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옥 건립에 최순실 씨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이 현대차 신사옥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현대차 신사옥 건립을 반대하는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개최했다.

조계종은 선포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차 신사옥 건립으로 봉은사에 보존되고 있는 약 3500여점의 봉은사 소유 문화재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 신사옥 개발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연루돼 있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현대차 신사옥은 105층(높이 553m)의 초고층 빌딩으로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건축허가 승인 절차를 진행중이다.

불교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동지기준 하루 4시간동안 봉은사에 그늘이 져 기온이 낮아지고 햇볕이 반사 돼 문화재가 훼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계종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 신사옥은 봉은사와 258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건물 높이를 55층 수준으로 지어야 한다”며 “서울시는 역사환경대책을 세우고 문화재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지난 2월 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며 서울시에 문화재보호와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문화재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서울시가 역사문화환경 보호와 관련해 다각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채 졸속 행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잠실 제2롯데월드 개발에 29년이 걸렸으나 현대차 사옥 개발은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문화에 관한 시정철학을 내세우며 도심에 35층 이상의 빌딩을 짓지 못하게 하더니 유독 현대차엔 1년만에 신사옥 허가를 내줬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차 신사옥 건립은 지난해 1월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전부지 개발 조기 착공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 2월17일엔 서울시가 현대차로부터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25일 진행된 토지등기이전 약 1년만에 서울시가 올해 9월2일 대형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허가하면서 한전부지 개발에 본격적인 수순을 밟게 됐다.

조계종은 초고속 현대차 신사옥 건립에 '최순실 게이트'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2015년 1월5일 면담을 가진 후 열흘만인 15일 기획재정부가 한전부지 개발 조기 착공 지원을 발표했다는 게 그 이유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순실 측근 회사에 몰아준 일감만 73억원(11억원+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128억)을 더해 총 201억원이다.

앞서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매입하며 정부로부터 기업소득환류세 명목으로 8000억원 가량의 세제혜택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부지 매입과정에서 2014년 감정평가 당시 3조3000억원에 세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부지를 낙찰 받아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벌 총수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이날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현대차 신사옥 건립으로 봉은사의 역사문화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현대차측은 개발에 대한 결정을 서울시에서 한 것이라며 현대차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한편 조계종은 15일부터 현대차 신사옥 건립 반대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은 전국사찰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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