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엔진 개선했다‧안됐다 모두 결함 인정하는 꼴, 결함문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미국 제보 결론에 시간 걸려, 은폐‧리콜 판단기준 모두 정량화된 건 아니다”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은 계속 생산하면서 세타엔진 문제를 개선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개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현대자동차 세타엔진, 에어백 등의 결함을 국토교통부와 미국 정부당국에 제보했다 해고당한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은 “계속 생산하면서 세타엔진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세타엔진 문제를 완벽하게 개선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호 전 부장은 지난 13일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타 엔진을 개선했다고 얘기하면 기존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개선 안됐다고 하면 지금도 문제가 있는 걸 인정하게 된다”며 “그래서 (결함)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은 “미국에 현대차의 문제에 대해 제보한 사안에 대해 결론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은폐나 리콜 등을 확정하는 판단기준이 모두 정량화된 게 아니라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 문제를 내부고발한 뒤 해고됐지만 복직을 원한다며, 복직을 해도 제대로 근무하기 힘든 게 한국의 조직문화이지만 정년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고 명예 회복과 잘못된 걸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복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광호 전 부장과의 일문일답.>

- 현대‧기아자동차에서 해고된 후 근황은 어떤가. 

▲ 공익제보를 한 내용이 조사되고 있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복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방법이 없다. 복직해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기는 힘들다. 지금은 명예를 회복하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다. 그것을 바로잡는 측면에서 복직해야 한다. 복직한다고 해도 정년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게 아니다. 조직 자체가 내부자 의견이나 문제 제기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기업들이 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그게 조금 더 심한 편이다. 그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복직해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기는 힘들 것 같다. 부당해고에 대해 어떻게 명예를 회복할지 고민 중이다. 

- 현대차의 문제점을 내부고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부고발 한 후 사내외 반응은 어땠나. 

▲ 차량 제작 결함으로 인한 리콜은 법으로 강제규정인데,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생겼을 때 리콜을 해줘야 한다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법을 해석하는 차이가 있다. 이 문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느냐, 소극적으로 해석하느냐 하는 차이다. 

대표적인 게 조수석 에어백 문제로 고발된 것이다.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건 자동차의 안전 문제다. 그런 것도 리콜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덜 중요하고 덜 시급한 문제는 거의 대부분 리콜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 둘째는 책임 문제다. 경영층의 마인드 문제도 있다. 미국 법은 강력하게 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도 있다.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금이 우리나라는 1억 원 정도인데 미국은 1억 달러 정도다. 엄청난 차이가 있다. 벌금만 보면 10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벌금이 적으니까 벌금을 내고 나면 괜찮다는 것이다. 리콜하는데 1000억 원 들어도 벌금이 1억 원이다. 리콜비용이 1000만원이어도 벌금 1억 원이다. 리콜비용과 관계없이 벌금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만약 리콜을 안 하면 벌금 1억 원을 내야 하지만, 리콜비용이 1000억원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논리,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안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것보다 더 큰 게 책임 문제다. 리콜을 하게 되면 리콜을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경영 문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사람은 거의 해고된다. 분위기가 그렇다. 그러니까 쉬쉬한다. 책임 문제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생길 수밖에 없다. 전부 다 비중이 큰 건 아니다. 안전에 관련된 문제가 그렇게 많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작은 문제로 리콜을 해야 해도 오너에게까지 보고해야 한다. 비용에 관계없이 오너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런 것 때문에 숨기게 된다. 현대차는 군사적인 수직계열 문화가 더 심하다. 심하다기보다는 보고를 하면 보고한 사람이 해고된다. 보고하면 해고되는데 보고를 하겠나. 기업 문화가 그렇다. 은폐하고 숨기는 게 관행화돼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못할 게 있나. 몇 년 동안 계속 은폐가 관행화되면 숨겨도 아무도 모른다. 알 수가 없다. 제보해도 밝히기 힘들다. 제보해도 제대로 안 된다. 결과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쉽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전사적으로 똘똘 뭉쳐서 지금도 은폐하고 있다. 법적으로 미비해서 필연적으로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 속사정을 안고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한 단계 정도 더 들어가면 또 있다. 그 얘기를 몇 번 했는데 기사화 안됐다. 현대차에는 품질 문제를 처리하는 품질본부장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본부구조로 돼 있다. 구매본부, 품질본부, 생산본부가 있다. 영업본부는 국내 영업본부와 해외 영업본부가 있다. 품질 측면에서는 품질본부장이 다 책임지고 한다. 신형 그랜저 IG를 예로 들면 개발됐고 양산해도 된다는 최종적인 판단을 품질본부장이 한다. 본부 체제로 보면 그렇다. 물론 그 위에 오너까지 보고하지만, 본부 체제로 보면 품질본부장이 그 판단을 한다. 품질본부장이 주관돼서 양산을 결정하고 오너에게까지 보고한다. 신차 개발과 양산에 대한 최종 책임을 품질본부장이 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신형 그랜저 IG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 중인데 품질 문제가 생겨서 리콜해야 한다고 하는 결정도 품질본부장이 한다. 오너 입장에서 보면 문제없이 개발했다고 해서 출시했는데 몇 달 만에 문제가 생겨서 리콜해야겠다고 품질본부장이 보고하면, 오너가 그 사람을 그냥 두겠나. 오른손이 잘못한 일에 대해 왼손이 잘못했다고 손을 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한 사람이 개발하고 문제 있다고 신고한다. 오너가 보기에는 그렇다. 

시스템상으로 그런 한계가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신고한다면 개발 책임이 없으니까 편하게 문제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돈이 좀 들지만 고객과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 법을 지키기 위해서 리콜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오너에게 보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개발한 것을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시스템적으로 인정하기 쉽지 않고 숨기기가 더 쉽다. 숨겨서 GM이나 도요타처럼 몇 십조 원을 지불하는 건 나중 문제다. 그때 그 사람은 퇴직하고 없다. 그 사람이 있을 때 문제없이 하고 넘어가면 된다. 안 그러면 자신이 해고되는 판이다. 

- 그동안 각종 품질 문제가 거론됐는데 신차의 경우 그런 문제점들이 해소됐다고 보나.

▲ 안고 있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견되면 그 문제를 알고 양산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선 가능한 것은 거의 개선한다고 보면 된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일부 개선하기 힘든 게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세타 엔진이다. 엔진을 계속 생산하면서 개선해야 하는데,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생산하면서 대폭적 개선을 하기가 힘들다. 완전히 개선하려면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개발기간이 많이 걸린다. 생산하면서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개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세타 엔진을 개선했다고 얘기하면 기존에 있던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된다. 개선 안 됐다고 하면 지금도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내 판단으로는 근본적 개선은 안 됐고 일부 보완됐을 것이다. 나머지 사소한 문제들은 기술적으로 극복 가능하다. 새로운 차를 만들어서 양산하는데 문제점을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미국에 현대차 리콜 은폐를 고발하고 포상금을 받으면 차정비소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 아직 포상금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조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앞으로 1~2년 정도 걸릴지도 모른다. 쉽게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더 빨리 결론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복합적인 문제다.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게 있고 판단하기 애매한 게 있을 수 있다. 칼로 두부 자르듯이 잘라지는 게 아니다. 리콜해야 하는데 안 돼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 정도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려야 할지 판단하기가 기술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연비 등은 시험결과가 정략적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량화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불량품 몇 퍼센트가 돼야 하는지 등 기준이 없다. 기준이라는 게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제작결함시정이라고 해서 자동차관리법에 리콜해줘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문제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상당히 주관적이다.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 문제다. MDPS는 핸들이 쉽게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인데, 그게 고장 나서 기능을 못하고 수동상태가 되는 문제가 있다. 부품이 고장 나서 MDPS나 핸들 조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수동처럼 되는 것인데, 이 문제가 안전운행에 지장이 된다고 판단해야 할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야 할지가 애매하다. 10만대 중 10대가 발생했을 때 또는 100대가 발생했을 때 리콜해야 하는지 등 정량화된 게 아니다. 핸들이나 엔진, 시동꺼짐 등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리콜한다. 만약 대상 차량이 10만대인데 부품 값이 10만원이라고 하면 비용이 얼마인가. 엄청난 비용이다. 100대 같으면 비용이 얼마 안 된다. 1000만원 또는 몇 천억 원, 1조원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조사 중이다. 

- 현대‧기아차의 국내 점유율이 60%대로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 부장급이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까지 보면 상당히 잘했다. 그런데 한국 국민들에게 인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댓글 등을 보면서 한국 국민들에게 인기 없다는 걸 경험했다. 계속 급성장하다가 최근 들어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15년 이상 급성장한 건 여러 가지 불만들이 있지만 국민들이 수입차보다 국산차를 애용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60~70%로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 지금까지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해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판매목표가 813만대였는데 770만대 정도 팔린 것 같다. 리콜, 노사 문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노동 문제다. 그 다음은 품질 문제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서 품질에 대해 소비자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국민들과 소비자들이 회사에서 무슨 말을 해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또 회사 자체가 정상적인 경영을 못해서 노조에 끌려 다닌다. 경영진이 깨끗하지 못하고 약점이 많으니까 노조에 끌려 다니는 측면이 있다. 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담당하지 않아서 깊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일반적인 이해밖에 안 된다. 

내가 제보한 것 때문에 대표가 검찰에 고발됐는데,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고 고발만 돼 있다. 문제가 있다고 국토부가 검찰에 고발했다. 자동차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론나지 않았다. 10월 중순 고발됐는데 연락도 없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그런지, 국토부 조사와 연관하기 위해서 그런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별로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자료도 다 있다. 일주일만 하면 조사가 다 끝날 것 같다. 그런데 두 달 동안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 중국산 자동차가 내년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다. 중저가 시장에서 국산차와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까.  

▲ 품질과 가성비만 좋으면 중국 자동차가 국내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치도 가깝고 가격 메리트는 있을 것이다. AS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비판받고 있는 부분을 잘 해결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적어서 가격은 중국 내 가격으로 보면 절반 정도로 판매가 가능하다. 성능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가격에 대한 메리트가 얼마든지 있다. AS만 문제없이 극복되면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가격, AS, 품질 극복 여부에 따라 성공 정도가 천차만별로 엇갈릴 것이다. 
 
최근 연비 사태가 있기 전에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이 국내에서 상당히 많이 팔렸다. 독일 차가 기술부분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성능이나 디자인 등 차량 전체로 보면 현대‧기아차보다 나은 점이 많지 않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봐도 그렇고, 폭스바겐 차량이 그렇게 인기 있는 차종은 아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상당히 고급차 개념으로 많이 팔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택의 폭이 좁으니까 다른 차종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하지 않나 본다. 지금은 폭스바겐 등도 많이 저조해서 중국차가 그런 틈을 잘 비집고 들어오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보통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2~3년이나 4~5년 정도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생산은 거의 다 따라왔다. 벤츠나 BMW도 거의 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자체 생산을 한다. 생산기술 등 생산 측면에서는 한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디자인이나 성능, 품질 측면에서 조금 차이 나는 것이다. 

- 신형 그랜저가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미국 등 해외수출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현대‧기아차는 회사 조직이 굉장히 크다. 신형 그랜저는 내가 회사에서 나온 후에 출시됐다. 상품개발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출시를 결정했을 것이다. 정확하게 답변하기 곤란하다. 모르는 걸 말할 수는 없다. 최근 언론에서 그랜저가 잘 팔리지 않아서 미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랜저는 미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 그랜저 차종은 한국에서는 일정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다. 가성비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맞지 않다. 계속 그랬던 건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그랜저가 잘 안 팔려서 잠깐 소나타보다 더 싸게 판적도 있다. 그만큼 인기가 없다고 보면 된다. 신형 그랜저를 해외시장에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없는 게 결정적일 것이다. 그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네시스와 소나타 등 다른 차종을 어떻게 시장에 출시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고민도 했을 것이다. <2편에서 이어짐>

<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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