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장기 저성장 구조 심화 상당기간 지속될 것, 총체적 시스템 실패로 구조개혁 필요”
“‘패러다임 변화’ 4차 산업혁명, 후발주자 관점서 추격 기회...새로운 부가가치 사업화 필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근 교수를 중심으로 한 50여 명 경제전문가 네트워크인 경제추격연구소는 내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높고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 속에 대통령 탄핵 등 위기로, 총제적 시스템 실패로 인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경제추격연구소의 '2017년 한국경제 대전망' 기자회견 모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근 교수를 중심으로 한 50여 명의 경제전문가 네트워크인 경제추격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내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높고 대미국 수출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이라는 책을 출간한 경제추격연구소의 회원인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원과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오철 교수는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두 경제전문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태와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 대통령 탄핵 등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2017년 장기 저성장 구조가 심화될 것이며, 이런 저성장 심화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총체적 시스템 실패에 직면해 전통적 거시정책 대응이 아니라 구조개혁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후발주자의 관점에서는 추격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새로운 부가가치와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사업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송홍선 연구원과 오철 교수와의 일문일답.>

- 경제추격연구소는 어떤 조직이며,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 2008년 5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경제추격연구소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근 교수를 중심으로 한 50여 명의 경제전문가 네트워크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성과를 비교하는 지표인 경제추격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국민경제 및 기업의 성장에 관한 연구, 그중에서도 후발국과 후발기업이 선진국 및 선진국 기업을 추격하는 현상과 관련된 여러 경제 문제와 이슈를 연구한다. 그 결과를 국내외에 보급함으로써 인류 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한국의 성공적 경제추격 경험을 이론화하고 쉽게 정리하여 전파하고자 한다.

-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요즘 시장경제국 지정 문제를 트럼프 당선자가 걸고 나오며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인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두 나라 간에 내년 중으로 접점을 찾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주의 흐름이 세계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여 내년 중 회복세가 예상되던 세계교역의 부진세가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1/4이 중국 수출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많은 수출 품목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공 수출하는 최종재를 만드는데 필요한 중간재들이다. 미‧중 무역 분쟁은 중국의 대미 수출 둔화와 한국의 대중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분쟁은 한국의 내년도 수출부문 대외리스크 중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나.
 
 협정문에 당사국 일방이 FTA 협정을 종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나,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의회가 비준한 한‧미 FTA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정도로 무리수를 둘 실익은 없다고 보인다. 다만 재협상 가능성은 큰 것으로 판단한다.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과 무역적자가 2배 늘고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거꾸로 10만개가 감소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래서 한‧미 FTA를 재협상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트럼프 시대에는 세계경제의 중추인 미국 경제정책이 경험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기업들은 막연한 불안감보다 세부적인 정책 흐름을 자세히 살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인프라 투자, 감세를 통한 소비 확대, 보호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인프라 투자는 우리의 철강 등 일부 업종에 부분적으로 수혜를 줄 가능성이 있다. 소비 진작도 최종재 수출에 긍정적이다. 다만 보호주의로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며 대미 수출은 물론 남미 등 해외공장과 캐나다 등 NAFTA 지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여건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달러 강세 기조가 내년에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 가격경쟁력은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발 금리 상승과 인플레 기대 증가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통화 완화 기조가 긴축기조로 중장기적으로 변화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기적 관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국지적인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 2017년 한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보나. 한국 경제 부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장기침체설이 대두한 이후에 2016년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건, 현대자동차의 성과 악화라는 한국 대표기업의 문제와 더불어 조선과 해운업 위기라는 경제변수가 생겼다. 대통령 탄핵과 정치 리더십 붕괴, 사드 배치 문제, 대선 문제 등 경제 외적인 변수가 맞물려서 한국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2016년 국내 경기는 한마디로 ‘추경으로 간신히 버틴 한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2017년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구조가 심화되고, 이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가정 하에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겠고,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것이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속에서 거시경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도 불거질 것이다

한국 경제 부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다. 현 위기는 총체적인 시스템 실패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전통적인 거시 정책적 대응이 아닌 구조개혁 및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매치되는 신성장 동력 창출, 혁신,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 산업별로 전개되는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 등이다.

- 제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및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후발주자의 관점에서는 추격을 위한 기회의 창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빨리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과제이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부가가치와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사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부는 혁신의 근본이 되는 기초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초와 원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과학 정책을 수립해서 이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중요하다. 2017년부터 초‧중등 과정에 소프트웨어를 필수 과목으로 정했지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 교재, 인프라를 준비해야 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제조 및 생산업과 사무 및 행정업의 단순 노동력을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계와 컴퓨터로 대체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특정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길+>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