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연합 곽금순 상임대표.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현재 우리나라 국민은 'Non-GMO' 식품을 선택해 먹을 권리가 없다. 원료가 GMO인지 아닌지 제품에 전혀 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이마트가 수입 판매한 인도산 찐 쌀이 GMO임에도 불구하고 표시가 되지 않은채 6월부터 버젓이 팔리고 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찐 쌀의 경우 가공된 상태로 수입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GMO 검열을 받을 의무가 없다. 해당 인도산 GMO 찐 쌀 수입은 표시제에 관한 현행법의 맹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으로 GMO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친환경주의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 GMO의 실태를 알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 이 단체는 GMO 반대 및 표시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0년경 이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정부의 GMO 급식과 GMO 쌀 상용화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인 GMO 표기 운동에 들어갔다.

<일요경제>와 만나 인터뷰에 응한 한살림연합 곽금순 상임대표는 “GMO 쌀 상용화로 인해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산물 지키기 노력이 한순간 날아가버렸다”며 “거기에 학교 급식에까지 GMO가 침투한다고 하니 우리는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곽금순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 GMO반대 전국행동이 출범하게 된 배경은.
▲ GMO 반대운동은 한살림에 의해 시작된 거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GMO에 대해 사회단체들 조차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몇 개 생협 위주로만 반대를 했는데, 그런 곳들도 기본사업에서 여력이 안되니 반대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사실 어찌보면 한 살림이 계속 명맥을 유지해온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들어서 여러 단체들의 반대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토종종자에 대한 중요성이 떠오르며 GMO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됐는데 특히 전국여성농민총연합을 중심으로 GMO 반대운동이 전개됐다. 또 아이들 급식에도 GMO식품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점차 시민들에게도 문제의식이 생기게 됐다.

한살림에 불을 확 당긴건 쌀 상용화 문제 때문이었다. GMO 쌀을 시험제배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걸 해?’, ‘이게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문들이 제기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모여 전국행동으로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GMO 쌀 상용화 문제로 인해 우리가 어렵게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지켜려던 노력이 한순간 날아가버렸고, 거기에 학교 급식에까지 GMO가 침투한다고 하니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GMO는 우리 농지와 인간 생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최근 김현권 의원과 시민사회단체가 GMO쌀 편법 수입 근절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인도산 찐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사안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가.
▲ 결국 알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시민들에게 자기가 무엇을 먹는지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GMO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먹고싶은 사람은 먹고, 먹기 싫은 사람은 먹지 않게 해야한다. 인도산 찐쌀의 경우 인터넷쇼핑몰인 신세계몰에선 GMO 표기가 돼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제품엔 어디에도 GMO라는 표기가 돼 있지 않았고, 이마트에서도 표시를 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 이는 굉장히 문제가 된다. 김현권 의원과 기자회견을 하기 바로 전날 저녁 6시 이후에는 인터넷에서 그 표시조차 없어졌다. 굉장히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수가 없다. (문제의 인도산 찐쌀 제품을 보여주며) 바로 이 쌀이다. 인도는 GMO를 굉장히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태국 음식점에서 많이 쓰는데 품종 특성상 불면 후루룩 날아가는 쌀이다. 더구나 이마트는 수입가격의 10배를 붙여서 팔고 있었다. 기자회견 전날 이마트와 신세계몰은 GMO 표기를 없앰과 동시에 가격을 50%로 인하하기도 했다.

- 이마트가 제품에 GMO표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 현행법상으로는 가공하지 않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5개 품목에 대해서만 GMO식품을 들여올 때 표기를 하도록 돼 있다. 그냥 GMO 쌀이면 수입이 아예 안되는데 찐 쌀이라는 이유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편법이다. 이마트 측에선 찐쌀임에도 불구하고 밥을 해먹는데 문제가 없으니 들여오려고 했던 것 같다. GMO 쌀이 들어온다 해도 시중에 팔릴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GMO 표시제가 허술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문제는 약간 의도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 이전에도 적발된 사례가 있었나.
▲ 이번 사건 이전엔 적발된 사례를 못봤다. 이번의 경우 누군가 김현권 의원실에 제보를 해서 알게된 것이다. 허가된 품목 5가지에 대해서는 AT센터라는 유통공사를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다. 정부에서는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번 (인도산 찐살) 사태를 보니 잘 관리 되지 못하 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사실 아르헨티나산 밀이 수입이 될 뻔 했는데 GMO 밀인 게 적발돼 되돌려 보냈다. 아르헨티나산 GMO밀이나 이번 인도 GMO쌀이 걸렸지만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GMO 수입) 식품이 더 많을 수 있다. 불신의 시작이다. 식약처에서 수입되는 쌀, 잡곡들이 GMO인지 제대로 검사를 해야하는데 허가된 GMO식품 5가지를 제외하고는 이런식으로 수입해 들어오는 건 막을 수 없으니 문제다.

-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식용 GMO 수입국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인가.
▲ 세계적으로 GMO 농산물 수입자료가 공개되고 있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공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개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니 제일 많아 보이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식용으로 수입하는 건 한국이 제일 많고 가축 사료용으로 수입하는건 일본이 많다. 지금까지 나온 통계를 놓고 볼 때 식용으로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 GMO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수입되기 시작했나.
▲ 언제부터 수입했는지 데이터로 남아있지 않다. 데이터는 2008년부터 남아있다. 우리가 2000년도부터 (GMO 포기) 운동을 시작한 것을 보면 그 전부터 들여왔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살림이 Non-GMO 사료를 제조해 보급한 것이 이미 2004년이다. 사료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걸로 수요를 다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생협을 포함한 여러 가축 사료 제조업체는 재료를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형편이다. 수입으로 들어오는 사료들은 이미 배합이 끝난 상태로 들어온다. 그러나 한살림은 소에게 Non-GMO 사료를 먹이기 위해 Non-GMO를 엄선해 따로 배합하는데 이 일을 시작한 것이 2004년부터다.

- 안전성 문제 등으로 GMO를 재배하는 국가가 7~8년 전부터는 정체된 상태라고 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주식인 벼까지 GMO로 재배하기 위한 연구와 시험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체 유해성 논란에도 정부가 GMO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정부 측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해충에도 강하고, 여러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하므로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해서 GMO 연구를 실시한다고 설명한다. 또 GMO작물을 재배하면 농약사용이 줄고 생산성도 늘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미리 GMO 연구를 해 놓아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설명이 굉장히 근거가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GMO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농약 사용이 줄어야 하는데 바이러스, 해충은 점차 내성이 생겨 강해지고 있다. GMO 연구가 무슨 물 없이도 자라는 식물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다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게 그들의 논리고 다른 건 없다.

- 현재도 나라 곳간엔 쌀이 많이 남아돌고 있다.

▲ 맞다. 220만톤이 쌓여있다. 그러나 정부는 또 이렇게 설명한다. “농민 들이 줄어드니까 쌀이 점점 줄어들지 않겠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GMO라는게 1년, 2년만에 되는 게 아니니까 지금부터 차츰차츰 준비해야 나중에 식량이 모자라게 됐을 때를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후 변화 때문에 한국사람들 다 굶어죽는다 그런 논리다. 지금은 쌀이 모자라는게 아니라 쌀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게 문제인데 말이다. 그래서 농업을 하는 사람들한텐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 한국은 2001년부터 GMO 표시제를 시행해왔다. 그런데 시장에서 GMO 표시가 붙은 식품을 거의 보질 못했다. 2014년 법을 개정했음에도 식품에 GMO 표시가 되지 않고 있는데.
▲ 경실련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GMO와 관련해) 아무것도 표시가 되고 있지 않다. 유일하게 표시가 되고 있는 건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시리얼(비탈리스 크런치플레이트) 한 종류다. 국산은 전혀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GMO 수입 허가 5대 품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표시하지 안해도 되니까 안하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수입한) 인도산 GMO쌀과 마찬가지로 원재료를 가공하면 또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원재료 포대에도 비의도적혼입으로 GMO가 딸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만약 콩이나 옥수수를 판다고 하면 한 포대 안에 비의도적으로 들어간 GMO 콩, 옥수수 알갱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율이 3% 이하면 GMO 표기를 해야할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는 GMO가 표시되는 원재료를 찾을 수가 없다.

가령 감자스낵 프링글스나 코스트코에서 파는 나초 과자를 보면 성분표에 유전자변형 재료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에서 만든 다른 가공식품엔 아무 표시도 돼있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GMO 표시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인도산 쌀 문제도 표시에 관한 문제다. GMO를 아예 수입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선 GMO가 우리 생활안으로 너무 많이 깊숙히 들어와 있다. 알권리, 즉 표시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세상에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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