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 탈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LG그룹은 올해 말로 전경련에서 탈퇴키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을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경련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한 것은 LG그룹이 처음이다.

LG그룹은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구본무 LG 회장은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당시 "전경련은 (미국)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LG의 전격적인 탈퇴 선언으로 대기업들의 전경련 탈퇴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LG의 탈퇴 선언 이후 KT도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KT는 이달 초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한 차례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최근 전경련에서 탈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2년 민영화에 맞춰 전경련에 가입한 KT는 미르재단에 11억원,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KT는 또한 청와대의 청탁을 받아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이 실소유한 회사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달 초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표명한 삼성과 SK 등도 탈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앞서 전경련의 최대 회원사인 삼성그룹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더는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후 실무적으로 탈퇴 작업을 검토 중이다.

삼성 측은 전경련에 내년 2월 총회에서 결정되는 회비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 관련해 정산작업을 거쳐 최종 탈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이후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 측은 "지난번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입장을 표명한 이후 전혀 변화가 없다"며 "현재 탈퇴 형식이나 절차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금융기관들도 일제히 탈퇴 절차를 밟는 등 회원사들의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도 재계 주요 그룹들의 영향을 받아 탈퇴를 검토하고 있어 '탈퇴 도미노'는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현재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전경련에 대한 여론 자체가 부정적이어서 쇄신보다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쇄신 대상인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쇄신안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당장 내년 1월 예정된 정기 회장단 회의도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11월에도 참석자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회장단 회의가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인데, 이미 3연임 했기 때문에 물러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하지만 아무도 후임자를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 내년 초 '수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경련의 연간 운영 예산은 400억원 정도이며 삼성, 현대차[005380], SK, LG[003550], 롯데 등 5대 그룹이 내는 회비가 절반가량이다. 따라서 이들 그룹이 탈퇴하고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전경련은 사실상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존폐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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