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동자 “강도 높은 추가업무, 근골격계 질환 호소 사원 다수...시정 안돼”
김종진 “美 OSHA 규정, 노동자수 따라 화장실 개수와 청결‧비누 비치 등 구체적 조건 명시”

무소속 김종훈 의원실이 주최한 '유통서비스 노동자 실태 증언대회'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확대하는 개정안 등이 소개됐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포함해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하는 법안이 준비 중인데, 대형 유통업체 근로자들이 제대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27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김종훈 의원실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을살리기국민운동부가 공동 주최한 ‘유통서비스 노동자 노동실태와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증언대회’에서 나왔다. 

백화점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로레알코리아의 김재숙 부위원장은 “백화점은 마트나 면세점처럼 교대 근무가 아니고 하루 12시간 이상 서서 일한다”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보니 하지 정맥류, 족저 근막염, 감기나 비염, 안구질환도 당연하고 저는 모든 질환에 해당된다”고 호소했다. 

김 부위원장은 “매장 인원이 많이 부족하고 직원 화장실이 멀어서 참을 때까지 참다가 가게 돼 방광염도 자주 앓게 된다”며 “직원 휴게실은 턱도 없이 부족한데, 3~6시는 집중 근무시간이라 백화점이 휴게실 문을 잠거서 계단이나 고객이 왕래하지 않는 후방지역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알아서 쉬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예전에는 백화점이 주 1회 휴점하고 오후 7시 30분 폐점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월 1회 휴점과 오후 8시 폐점으로 노동 강도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신세계 하나 스타필드의 경우 밤 9시 폐점하며 그때 퇴근하는 게 아니라 집에 가면 밤 11시가 된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백화점 정기 휴무와 영업시간 규제를 요구했다. 

안영화 이마트 서경인본부준비위원장은 “캐셔 파트 근무 당시 설날, 추석 당일 제외한 명절 전날과 뒷날 하루만 연장근무를 5시간씩 했다”며 “아침 오픈 근무자는 9시 15분 출근해 10시 45분에 퇴근하기 때문에 5시간 연장 근무하는 날은 온종일 회사에 주둔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인건비를 절감하려 대체인원을 뽑아주지 않고 남은 인원을 5시간 연장으로 때우려는 심사인 것”이라며 “이마트 사원 대부분은 10시 조기 퇴근을 원하며 일요일마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몸이 온전할 수 없고 강도 높은 추가 업무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사원들이 다수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건의하면 ‘알아보겠다’로 일관해 시정되는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최대영 홈플러스 부위원장은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의 무한 경쟁을 촉발시켰던 원인으로 24시간 영업과 연중무휴 정책을 처음 시작했다”며 “익스프레스라는 SSM을 공격적으로 도입한 곳도 홈플러스로 12시, 1시 행사 정리를 하면서 새벽 근무까지 해 장기간 근무에 계속 노출됐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영업부서 분들은 하루에 수백kg의 물건을 나르는데, 본인의 수입이 가계수입의 40% 이상인 40~50대가 대부분”이라며 “20~40kg 박스를 짐 싣는 기구에 200~400kg 싣고 1~2만보를 걸어서 근골격계, 어깨 등 많은 질환의 종합병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24시간 연중무휴 정책을 하지 않고 2교대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최대 8시간 근무를 한다”며 “작년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해피프로젝트를 운영해 노동자 분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복지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면세점‧농협마트 포함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 확대 추진”

'유통서비스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로레알코리아의 백화점 근무자가 오열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무소속인 김종훈 의원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로 제한적인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 가능 범위를 백화점과 면세점, 농협유통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김 의원은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현대, 이랜드, 농협유통이 국내 유통업을 독과점해 24시간 영업과 365일 연중무휴 전략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재벌과 대기업 유통업체가 규제적용을 받지 않는 아울렛, 복합쇼핑몰, 드럭스토어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처럼 공식 폐점 시간을 저녁 9시까지 늘리는 백화점이 생겨나고 있고, 다수의 면세점도 폐점시간이 저녁 8~9시로 바뀌고 두타면세점처럼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면세점도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는 밤 10시부터 오전 10시, 백화점과 시내 면세점은 저녁 8시부터 오전 9시, 공항 면세점은 밤 9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지자체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의무휴업일도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백화점은 매주 일요일, 시내 면세점은 매월 일요일 중 하루로 명시했으며,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점포를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해 농협하나로마트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2012~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 결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도입으로 중소상인의 매출이나 고객수가 10% 이상, 품목별로는 15~20%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김 의원은 “경제악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재벌과 대기업 유통업체가 아니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라며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재벌 유통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확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연장은 필연적으로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진다”며 “많은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과 족저근막염, 방광염 등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늦은 퇴근과 휴일 없는 업무로 가정 및 여가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도입 확대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주요 선진 유럽국가, 정기휴점‧영업시간 규제 존재...한국과 근무조건 차이 커”

한국과 선진국 유통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복지제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 사진과 자료를 통해 입증됐다.

스웨덴 이케아 광명점과 한국 H백화점의 노동자 휴게실 비교 모습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자 건강권으로 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발표를 통해 유통업계에 1년 365일 영업체제가 가속화돼 주말과 명절 등 연장영업이 일상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네덜란드 할인점 점보와 프랑스 할인점 오샹, 스웨덴 이케아 광명점의 노동자 휴게실 사진을 제시했는데, 한국 H백화점과 S백화점, L대형마트, E대형마트 등의 모습에는 차이가 많았다.

영국의 경우 ‘Sunday Trading Act’와 ‘Christmas Day Trading Act’로 일요일 10~18시 중 6시간만 영업이 가능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라파랭법으로 주중 22시까지 근무 가능하지만 일요일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직업훈련 등의 규정이 포함돼 있다.

독일에는 상점영업시간제한법이 있는데, 유통업체 종업원의 휴식권과 가정생활 보호를 위해 모든 상점에 공통적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한다. 모든 상점은 평일과 토요일 6~20시까지 개점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폐점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예외다.

이탈리아의 경우 D.L.(Decree Legislative)법을 통해 일요일과 공휴일 영업을 금지하고 주중에는 9~22시로 제한다. 노동자간 노동시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고객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OSHA 규정으로 장시간 한자리에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식이 매우 중요하며, 화장실에 갈 시간을 자유롭게 확보하는 걸 기본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화장실 개수를 노동자수에 따라 설치해야 한다. 15명까지는 1개, 35명까지 2개, 55명까지 3개, 80명까지 4개, 110명까지 5개, 150명까지 6개로 40명씩 증가할 때마다 1개씩 추가 설치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노동자가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데, 화장실은 청결해야 하고 온수와 냉수가 함께 나오며 비누 등 씻는데 필요한 물품과 수건 등을 비치하는 구체적 조건을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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