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김민선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하영구 회장은 국내외 경제 현황을 소개하며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을 제시했다.

하 회장은 국제 경제에 대해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은행 부실 위험 등으로 글로벌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경제에 관해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잠재력의 저하와 함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네 가지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네 가지 발전방향으로 하 회장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심의 내실있는 가치경영 ▲금융의 신성장동력 모색 ▲4차 산업시대에 맞는 금융업 모델에 대비 등을 주문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 및 은행과 밀접한 업무를 영위하는 금융기관을 사원으로 하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사원은행으로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12개 은행이 정사원에, 미국 제이피모간 체이스은행, 일본 미쓰비시도쿄유에프제이은행 등 42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준사원으로 가입돼 있다.

<다음은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의 2017년 신년사 전문>

금융인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을 뒤로하고 희망찬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지난 한 해 애정과 관심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신 금융인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미국 경제는 고용·물가 등 주요 지표에서 나홀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요 국가는 소비 둔화와 수출 감소세로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른 무리한 재정확대 및 금융완화에 대한 부담, 유럽의 은행 부실 위험 등으로 글로벌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Fed(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이 맞물려 달러강세로 이어지면서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이 심화되는 등 변동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잠재력의 저하와 함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해운 등 국내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며, 철강 및 건설업종 등에 대한 구조조정,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구조 속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탄핵 정국(政局)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금융산업의 경우에는 가계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 속에 대출자산 확대 전략에 의존하고 있는 은행산업의 NIM(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으로써 수익구조 및 성장의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여기에 지난 해부터 도입·실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이동제 및 계좌통합관리서비스 등으로 인해 금융회사 간 자금이동이 본격화되고,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K뱅크)이 올해 초부터 영업을 앞두고 있어 우리 금융산업에 새로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저수익 구조의 타개와 향후 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금융산업은 개별 금융회사나 금융당국의 노력만으로는 그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진행되고 있는 금융개혁의 완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주인공 달타냥이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를 외치며 맹세했던 것처럼 우리 금융인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금융개혁을 바탕으로 금융산업이 독자산업으로써 기반을 탄탄히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서비스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금융산업은, 우선 불확실성에 대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고, 자영업자 대출이 465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빠르게 증가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은행권을 앞질렀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의 추가적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가계대출에 대한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정부에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함께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 도입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 또한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조선 및 해운업종의 산업구조조정에 이어 철강 등 타 산업의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따르는 국내외 금리의 역전현상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자본유출에 대비하여,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금융회사 자체의 거시건전성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심의 내실있는 가치경영이 필요합니다.

국내은행의 NIM(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자산 규모는 지난 3년 연속 경제성장률의 2배가 넘는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은행의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지난 3년간 평균적으로 0.3%와 3%를 하회하였고, 수익성이 전 세계 최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은행이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심의 내실있는 가치경영을 통해 적정수익을 올려야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경제혈류의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이 제공하는 신용공여와 금융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현실화 및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금융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과당경쟁 속에 대출 포화상태인 국내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으로의 진출을 지속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동남아를 중심으로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당기순이익 중 해외영업부문의 수익 비중이 아직도 약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역은행으로 발돋움하여, 우리와 경제적·문화적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처럼 국내은행도 해외부문의 수익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여나가야 하겠습니다.

한편,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금융지주 운영체계를 갖추고 자회사간 금융서비스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아울러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합니다. 신탁업을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 발전시키고 고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등 금융회사의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밀착형 자산관리 서비스 및 투자자문 등 자본시장 관련 서비스 제공을 통해 비이자수익원을 확대해야 하겠습니다.

넷째, 4차 산업시대에 맞는 금융업 모델에 대비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IT의 융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과 실물경제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으며, 공유경제와 디지털경제의 확산으로 금융수요 자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기업들은 가격경쟁력과 전문성, 편의성,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융복합을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등,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체의 생태계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핀테크기업이 P2P대출과 투자, 지불결제, 환전, 투자자문에 이르기까지 위험자산은 떠안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기존 금융권의 영역을 잠식해 감으로써, 향후 현존하는 금융회사들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권은 블록체인 등 핀테크를 활용한 신개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도입하고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는 등 생존과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 국내 금융산업이 핀테크 기업에 먼저 손을 내밀어 금융과 IT, 그리고 빅데이터(Big Data)의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4차 산업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금융업 모델에 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호봉제와 평생고용으로 대표되는 경직적인 임금·고용체계는 제조업 위주의 고도경제성장기에 만들어진 구시대의 유물로 청년 실업과 노동 양극화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이 우리 경제와 고용의 근간을 이루고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맞게 우리의 임금·고용체계도 바뀌어야 합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보상 시스템을 완성하여,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금융인은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 금융회사와 금융산업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4. 맺음 말씀

금융인 여러분!

채근담(菜根譚)에 “사람이 노력하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인정승천(人定勝天)”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 금융인들이 인정승천(人定勝天)의 정신으로 노력한다면 우리 금융산업이 현재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선견지명과 지혜를 상징하는 붉은 닭의 해, 2017년 정유년에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잘 해결되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2일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하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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