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코법, 기업 담합 등 조직범죄 통제...정경유착 억제 위해 한국형 리코법 도입해야”
“추심업자들, 상환의무 사라진 소멸시효 완성채권...소액 변제하게 하는 편법으로 살려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악순환을 지적하며, 대기업도 불이익으로 장기적으로 분배를 늘려 호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윤경 의원실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한 채무자들을 보호하는 사회단체 활동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제윤경 의원의 이런 이력은 저축은행의 죽은채권 소각 등 의정활동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 의원은 12일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득이 늘지 않는데 써야 할 것들은 있어서 더 부채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현실”이라며 “부채가 늘면 시민들은 소비를 늘릴 수 없고 소비할 사람이 없다는 건 대기업에도 안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제 의원은 “대기업은 단기적으로 부를 지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노동자들과 부를 나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호황과 소비 촉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 문제에 대해서 그는 “미국은 리코법을 활용해 기업 담합 범죄, 금융 사기, 공무원 뇌물 같은 조직적 범죄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서 “해당 범죄로 직접적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3배의 손해배상을 하는 등 한국형 리코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인 제2 금융권 채권자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5년 동안 변제되지 않아 법적으로 상환의무가 사라지는 채권이지만 추심업자들이 편법으로 소액을 갚도록 유도한 후 채권을 살려내 가혹한 추심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에서 대부업체들이 원금의 180%에 달하는 이자를 수취하며 채무자를 계속 채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약탈적인 현실을 지적했다”며 “법정금리 인하 후에도 이전에 높았던 금리로 대출받은 고객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평균금리가 법정금리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또한 새누리당이 바른정당으로 분리되는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 변동과 관련해 그는 “내각제나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지 않는 한 다당제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당체제는 개헌이나 선거제도 등 제도 변화의 종속변수 혹은 동행변수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제윤경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주빌리은행과 희망살림 이사로 활동했다. 어떤 단체이며, 주로 어떤 점에 집중해 활동했나. 

▲ 대학 졸업 후 우연히 한 재무관리회사에서 재무상담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채무자 보호활동을 해왔다. 이후 지난 2007년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설립했고, 채무자단체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 ‘한국판 롤링주빌리 운동’ 등을 해왔다. 

주빌리은행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미국의 시민단체인 ‘Occupy Wall Street’의 롤링주빌리 프로젝트에 영감을 얻어 시작되었다.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사들이 2차 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시작한 운동이다.

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소각하는 일을 하였는데, 2014년 4월 1차 채권소각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 14일 11차에 이르기까지 총 3509명이 가지고 있던 원금 기준 약 182억5900만원의 빚이 소각되어,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장기 연체자들이 빚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 경제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이 성장한 만큼 일반 시민들의 소득도 늘지는 않는다.

▲ 금융위원회는 2014년 2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60%에서 155%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180%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것은 부채가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써야 할 것들은 있으니 더욱 부채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부채가 늘어나면 일반 시민들은 빚 부담에 소비를 늘릴 수가 없다. 소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대기업에게도 안 좋은 일이다. 대기업은 단기적으로 지금 가진 부를 지키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부를 나누어 장기적으로 우리경제가 호황이 되고 소비가 늘어나는 쪽으로 가야 한다. 

- 저축은행의 죽은채권을 소각했다. 저축은행 죽은채권은 어떤 문제인가.

▲ 금융채권의 경우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5년 동안 변제되지 않아 법적으로 상환의무가 사라지는 채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추심업자들이 편법으로 소액을 갚도록 유도한 후, 채권을 살려내 가혹한 추심을 이어가고 있다. 죽은 채권은 이러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의미하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 이러한 채권이 다수 있어 문제를 제기했다.

-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법률에서 정한 한도보다 높은 고금리로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을 더 힘들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 국정감사에서 대부업체들이 원금의 180%에 달하는 이자를 수취하면서 채무자를 계속 채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약탈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모두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법정최고금리 수준에서 금리를 확정하는데, 법정금리 인하 움직임이 일자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금리인하 전 급격하게 장기계약을 맺는 행태를 보였다. 따라서 법정금리 인하가 실시된 후에도 이전에 높았던 금리로 대출받은 고객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것이 평균금리가 법정금리 수준보다 높은 이유다.  

-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정경유착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 한국형 리코법을 제정하여 정경유착을 뿌리 뽑아야 한다. 미국은 마피아와 기업의 조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1970년 리코법(RICO Act)이라는 조직범죄처벌법을 제정하여 1980년대에 마피아를 척결했다. 리코법은 조직범죄집단이나 기업이 부정한 행위로 이익을 얻었을 경우 본인이 그 적법성을 밝히지 못하면 이익을 전부 몰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범죄로 인해 직접적 손해를 입은 사람은 3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소송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리코법을 활용해 기업의 담합범죄, 금융사기, 공무원의 뇌물과 같은 적발이 어려운 조직범죄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 새누리당이 분당되면서 4~5당 체제로 정치권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나라 정치를 어떻게 보나.

▲ 내각제나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지 않는 한 다당제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본다. 개헌이나 선거제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정당체제는 제도변화의 종속변수 혹은 동행변수라고 본다. 
 
- 향후 의정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 사회‧경제적 약자나 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금융채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금융시장을 만드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당면해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문제, 특히 금융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할 것이고, 재벌개혁이나 가맹점 등 우리사회 을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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