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할 통한 지배력강화 시도 저지, 자사주 소각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촉구”

김종훈, 제윤경 의원은 흑자인 현대중공업이 4개사로 분할하며 지주사를 통한 불법적 경영승계가 우려된다며,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조선업황 위기 속에 대두된 현대중공업의 4개사 분할 방안에 대해 여전히 흑자이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통한 불법적 경영승계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를 막기 위해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

무소속 김종훈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과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정무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위기에도 작년 3분기까지 1조원 이상, 지난 10년간 10조원 이상 흑자를 보였다”며 “1년 전 9만원이 채 안 되던 주가는 이제 15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찬 부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오는 2월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선해양과 로봇, 전기전장, 중장비 4개 회사로 분할한다”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런 분할이 회사를 나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지주사를 통한 불법적 경영승계로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자회사인 글로비스를 통해 아들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다가 나온 비자금으로 구속된 전례가 있으며,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소유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자사주 마법’을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며 삼성전자를 완벽하게 지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황 부위원장은 현대중공업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방적인 기업 분할은 지주사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데 투명한 경영이 아니라 편법과 불법 속에서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제윤경 의원이 작년 11월 24일 대표 발의한 대기업집단 소속사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지주사는 피라미드형 출자구조 특성상 무분별한 지배력 확장 소지가 커 1986년 지주사 설립 전환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소유지배구조 개선 등 목적으로 1999년부터 제한적으로 허용됐다는 것. 

그는 최근 규제 완화로 지주사 출자구조가 복잡해지고 회사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 사례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신규 출자 금지나 투명한 지주사 전환이라는 정책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는 게 현행 상법상 자사주 의결권 제한 취지에 맞고 주주 이익을 제고하기 위한 자사주 본래의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제 의원의 경우 현재 자사주는 상법 제369조 제2항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으나, 회사가 인적분할 등 방법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 자사주가 지주사로 귀속되고 의결권이 부활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재벌기업들은 자사주 보유비율만큼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손쉽게 확보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1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그룹의 사업구조를 조선‧해양․엔진 부문, 정유‧에너지 부문,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으로 재편하고, 각 회사들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를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라며, 현대중공업 분할 후 사업부문들의 실적이 그대로 드러나 생존이나 도태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고 일부 지분이나 사업부 전체 매각 등 구조조정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미포조선(8.0%), KCC(7.0%), 아산복지재단 및 나눔재단(3.2%), 자사주(13.4%), 국민연금(5.3%), 기타(52.9%) 등이다.

그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분사한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지배구조 변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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