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시대 유물’ 호봉제, 성과 따라 보상받는 성과주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임형석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금융권...리스크 관리 강화‧비대면채널 수익모델 개발 필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가운데)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돼 수익률이 저하됐다며 핀테크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주문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신년을 맞아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국내외 정치,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돼 은행 수익률이 저하된 현실을 지적하며 핀테크 공생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하영구 회장은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은행연합회와 금융연구원, 금융연수원, 국제금융센터, 신용정보원 등 5개 기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 회장은 “대외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 강화, 브렉시트(Brexit),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 등 세계경제와 금융은 물론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맞물려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자본유출이 심화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내적으로 탄핵정국 속에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지속되고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속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성장잠재력 저하와 함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산업에 대해서는 작년에도 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소비자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화되고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개시, P2P, 해외송금 등 핀테크(Fintech)가 위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해 새로운 금융분화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로 대표되는 4차 산업시대에는 리스크 관리는 물론 고객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 대고객 채널 등 핀테크와의 공생과 공유를 통해 고효율의 새로운 은행 모델로 탈바꿈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고령화사회의 새로운 금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신탁, 자산관리 업무를 강화해 수익구조를 자본효율성이 높은 분야로 다변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아울러 작년 말부터 은행권 화두로 떠오른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호봉제를 경제개발시대의 유물로,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합리적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 임형석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금융권...리스크 관리 강화‧비대면채널 수익모델 개발 필요”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돼 금융권은 추세적 변동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비대면 채널의 수익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2017년 경제여건과 금융산업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오바마 행정부 정책의 유지 불확실성이 높아져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우리나라는 통상 이슈가 중요한데 자본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석 실장은 “국내 경제는 42개월 동안 이어진 확장 국면이 작년 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잠재성장률은 고령화 진전과 생산성 정체 등으로 3%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임 실장은 올해 우리나라가 전년(2.7%)보다 낮은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소비자와 건설투자 등 민간부문 위축이 예상되지만 정부지출이 이를 전적으로 상쇄하기에 미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401조원으로 전년 추경 대비 0.5%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것.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진행된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종료돼 작년보다 하락한 1.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작년 하반기 발효된 김영란법으로 조정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소비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융산업 과제로는 △국제금융시장의 추세적 변화(paradigm shift) 가능성 대비 △리스크 관리 강화 △자본 효율성 제고 △비대면 채널에서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발굴을 꼽았다.

작년 하반기 이후 달러자금 단기조달비용이 상승했으며, 단기금융시장에서 달러 조달 어려움으로 리보 OIS(Libor overnight indexed swap) 스프레드는 2015년 4분기 대비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달러조달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기타 통화와의 조달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베이시스 스왑(basis swap) 스프레드도 확대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추세적으로 현실화될 경우 저금리 기조에 대응했던 포트폴리오 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61.9%가 변동금리 대출 형태라며, 코픽스(COFIX) 금리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할 것으로 제안했다.

금융투자사의 경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확대로 인한 헤지용 채권보유액이 증가해 금리 상승시 채권평가손 확대를 우려했다. 보험사는 최근 수년 간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회계상 채권분류를 전환했는데 금리 상승시 기존 평가익이 평가손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어 국내은행의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수익성 지표로 총자산순이익률(RoA, Return on Asset)보다 리스크를 고려한 위험가중자산순이익률(RoRWA, Return on Risk Weighted Assets) 활용을 권했다. 

금융투자사는 대형화로 IB 등 기존 업무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과 중소형간 중기 특화업무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한계에 직면한 브로커리지 업무 중심의 영업구조에서 탈피할 것으로 제안했다.

또한 핀테크 활성화로 비대면 거래에서 수익 창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조회 업무와 단순거래 등에 그치는 상황이라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국내 은행의 모바일 뱅크 등 비대면 거래 플랫폼에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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