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해로운 담배, 저개발국에 많이 파는 것 자랑할 일인가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KT&G가 공정거래법 위반과 저개발국가 담배 판매 홍보 논란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4년 9월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 발생한 재고 물량(2억갑)의 가격을 올려 팔아 부당한 이익(약 3300억원)을 챙긴 혐의로 KT&G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 반출된 담배의 소매점 인도가격을 83% 인상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답지 않게 치졸하고 비윤리적인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일까? KT&G는 느닷없이 20일 지난해 해외에서 담배를 많이 팔았다며 각 언론사에 ‘KT&G, 2016년 해외 담배판매량 사상 최대 기록’이란 제목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돌렸다. 이 자료를 받아본 기자들 중에는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많이 팔았다는 게 자랑거리인가라며 갸웃둥 했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KT&G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썼지만 일부 매체들은 <KT&G “외국서 담배 많이 팔았다” 자랑 논란>, <KT&G ‘신흥국서 담배 많이 팔았다’ 보도자료…“규제 덜한 해외 판매 홍보 부적절” 지적> 등의 보도를 통해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KT&G는 지난해 담배 해외 판매량이 전년보다 487억 개비 증가한 사상 최고치(4.7% 증가)를 기록해 판매액이 역대 최고인 8억1208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KT&G의 해외 실적은 기존 시장인 중동, 러시아 등 외에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유통망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담배회사를 일컬어 ‘죽음의 상인’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KT&G의 해외 담배판매량 ‘자랑’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특히 규제가 덜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많이 팔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내에서 금연캠페인 등이 확산되면서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하자는 사회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회사가 담배 수출을 대놓고 자랑할 만한 이슈거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한편 KT&G측은 공정위 조사 관련,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담배회사는 담배사업법상 동일 제품을 다른 가격에 팔 수 없고, 기재부의 매점매석 고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 관련 법령을 성실히 준수해 왔다고 전했다.
해외 실적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해외 판매량에 대한 설명 자료"라며 "저개발 국가만을 대상으로 해외 매출을 늘려간다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외 판매량 증대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으나,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