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

현대‧기아차에서 판매한 차량을 운전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안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결함 자체가 엔진 파손, 시동 꺼짐, 주행 중 갑자기 핸들 무거워짐, 에어백 미전개‧자발전개, 연료 및 오일 다량 누유 등 한평생 엔지니어로 살아온 저로서는 모른 채 하고 덮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중대한 결함들에 대한 은폐가 문제인 것입니다. 이 문제는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도로 위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도요타사에서 엑셀 페달에 의한 급발진 문제가 발생되어, NHTSA 조사결과 늑장 리콜로 총 손실비용이 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GM 또한 점화스위치 불량 문제 1건을 몇 년 동안 은폐하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뒤늦게 강제 리콜 조치를 하면서 총 손실비용이 30조원에 달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형태로 리콜 사안을 은폐하여 미신고 또는 축소 신고하는 관행을 계속한다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입니다. 언젠가는 리콜 스캔들로 확대되어 비싼 대가를 치르고, 회사가 위태롭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회사 감사실에 조사 후 조치를 요청하였고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자 ‘Whistle Blower’가 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2016년 8월 9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을 직접 방문하여 결함조사실장 Otto Matheke 변호사를 만나 리콜 미신고 사례 10건 제보, 2016년 10월 초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을 두 차례 방문하여 31건 제보, 2017년 1월 11~12일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사례 10건 제보, 마지막으로 2017년 1월 15일 현대‧기아차 아반떼급 4개 차종 ‘주행 중 EPS 경고등 점등 및 핸들 무거워짐/잠김’에 대해 1건 추가 제보, 전부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례 32건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례 10건을 공익 제보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공익 제보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타2엔진(그랜져 외 4)의 콘로드베어링 강성 부족으로 엔진 파손 △싼타페(DM)의 조수석 승객감지 오류로 에어백 미전개 △엑시언트 덤프트럭의 프로펠러샤프트 손상으로 주행 불가 △MDPS(아반테 외 23)의 경고등(C1290) 점등 후 핸들 무거워짐/잠김 △고압펌프 불량으로 엔진내부로 연료 누유(싼타페 외 4) 되어 Key 빼도 엔진 구동 및 급발진 △냉각팬 구동벨트(그린시티)의 주행 중 엔진 냉각팬 구동벨트 이탈 및 절손 △모하비 차량의 차체 강성 부족으로 차체 하부 판넬 다수 크랙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대차의 주요 내부고발 내용 (표=김광호 전 부장 제공)

국내에 공익 제보한 리콜 은폐 여부에 대하여 국토교통부에서 위임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4개월째 결함조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함조사 결과가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결함으로 판정되면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작사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청문회 과정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종 제작결함 판정하게 되면 리콜이 결정되어 제작사에서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2016년 10월 초에 제보 접수하였고, 제보 건수가 많아 전수 조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제보자가 이번에 제출한 자료가 품질본부 내 품질전략팀에서 미국 내 리콜 관련법 강화(5-day rule: 안전문제 결정 후 5일 이내 NHTSA에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각 공장에 흩어져 있는 품질보증팀에서 각 부문의 의견을 종합하여 2014년 2월부터 매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 관리하고 있는 핵심자료(대상 차종, 대상기간, 클레임 현황, 발생 원인, 개선 대책, 양산 적용일자, 판매차 대책 등 포함)입니다. 그중에서 회사 내부에서 리콜(최소한 무상수리 100%)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판정한 것만 선별하여 제출한 자료이므로, 결론을 내리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유난히 추운 이 겨울을 견디고 봄기운에 새싹이 피어날 때쯤이면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공익 제보 후 회사에서 진행되었던 과정입니다. 지난해 10월 초 품질전략실장에게 책임을 물어 보직 해임하여 배치 대기 인사명령을 내렸고, 중국 북경현대공장에서 품질실장으로 근무 중이던 이* 이사가 품질전략실장으로 임명된 후, 회사 측 대화창구로 선정되어 공식적으로 몇 차례 만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하여 협의했습니다. 저의 요구사항은 △미신고한 리콜 실시 △리콜 은폐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위한 조직 개편 △제보자 불이익 처분 금지입니다.

문제 제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였고, 회사 측 1차 답변은 배치 대기 품질전략실장은 연말까지 해임, 품질본부장은 연말에 정기인사 시점에 후임 물색 후 교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10월 20일경 국회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화창구였던 신임 품질전략실장을 배제시키고 인력운영실장이 나서 태도 돌변하여 공익 신고한 자료의 반납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응하지 않자 품질 관련 자료 사외 유출을 문제 삼아 사내보안규정 위반으로 2016년 10월 24일 인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11월 2일자로 해고했습니다. 공익제보자에게는 가혹하게 해고하는 징계의 칼을 댔지만, 배치 대기된 전임 전략실장은 아직까지 해고되지 않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품질전략팀장은 실장으로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불법적인 관행을 뿌리내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팀원은 품질전략팀장으로 보직 임명하는 등 리콜 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들에 대해 우대하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 현재로써는 리콜 은폐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거해 공익신고자를 보안규정 위반으로 징계할 수 없다고 맞섰지만, 더 이상 공익 신고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법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부당해고를 자행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 3항에 ‘공익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 등은 다른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보안규정 위반’을 사유로 해고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자동차관리법 위반과 마찬가지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위반합니다.

강제리콜 명령 진행과정 (표=김광호 전 부장 제공)

동법 제17조 1항에 의거 불이익 처분(해고)에 대한 보호조치 신청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올해 1월 12일 제출하여 원직 복직을 위한 먼 길을 나섰습니다. 돌이켜보면 동료들처럼 불의에 눈 감고 모른 채 하고 지나갔다면, 정년까지 남은 6년의 직장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겠지만 저라도 나서지 않는다면 이 일은 영원히 묻힐 것입니다. 현대‧기아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했다는 그 이유로 영문도 모르고 매일매일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왜 현대차 엔지니어의 꿈을 잠시 접고 Whistle Blower가 되어야 했나?’에 대한 답이 제대로 되었을까요? 성공한 공익제보자가 될지, 아니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익제보자가 그랬듯이 고통스럽고 힘든 길을 가게 될지 지금으로써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아무리 덮으려 해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No matter what, the truth will be revealed someday)’는 당연한 사실과 ‘그렇게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된다(What must happen will happen regardless)’는 인디언 속담을 매일 떠올리며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가는 이 길을 조금도 불만 내색하지 않고 말없이 믿고 따라와 주는 사랑스런 아내 ‘아네스’와 두 딸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그날까지 저는 공익제보자의 길을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늘도 내일도 무심(無心)히 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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