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

[일요경제/기고=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 품질전략팀 내 리콜 관련 불법적인 관행은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팀장은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하여 우리가 하는 일은 ‘탈세가 아니고 절세’라는 엉터리 논리로 직원들에게 불법적인 관행을 강요했고,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품질문제 소비자 고발이 접수되어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으로부터 품질 결함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 받게 되면 △결함 원인은 설계나 부품 불량 등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품질 산포(작업자 부주의 등)에 의해 일부 차량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단순 문제로 왜곡해 허위 자료 제출 △합동조사 요청받으면 문제 차량 또는 부품을 사전에 빼돌리거나 폐기해 사전조사 차단 △홍보실을 통해 언론매체에 기사 수위 조절 및 삭제를 요청 또는 인터넷에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 등을 합니다.

품질전략팀에서 리콜 담당자로서 느낀 문제점은 자동차관리법의 한계(△허위 신고 및 미신고에 대한 강제조사권 없고 △평균 수십억 원에 달하는 리콜비용 대비 벌금금액 1억 원 이하로 적음) 때문에 공식적인 조사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제작사에서 제출한 자료나 자발적인 리콜에 의존하게 됩니다. 2015년 8월 20일 전략팀 근무 당시 KATRI를 직접 방문하여 상담해본 결과, 결함조사실 내 조사 인력의 한계로 국내 5개, 수입차 10개사 이상을 상대로 철저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제가 본 우리나라 자동차 리콜 관련 현실이었습니다.

공익제보를 하게 된 경위와 시기(표=김광호 전 부장 제공)

2015년 2월 9일부터 품질전략팀에서 몇 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제가 담당했던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만 2015년 3월 싼타페 R-엔진 부품 불량으로 오일 과다 누유, 동년 6월 세타2엔진 미국에서 엔진 파손으로 화재 2건 발생되어 집단소송 제기되었고, 동년 6월 시내버스 냉각팬 구동벨트 절손으로 운행불가 등 리콜해야 할 안전 결함이 발생했지만 국내에서는 모두 조사만 하고 무상수리나 보증수리로 처리되었습니다. 심지어 동료들이 담당하는 에어백 미전개 문제나 주행 중 갑자기 핸들 무거워짐(수동 상태) 등 미국은 대부분 리콜하는 사안을 국내에서는 리콜 조치하지 않는 현실을 매일 목격하고 엔지니어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품질전략팀에서 계속 근무하는 한 불법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품질본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1차로 인력운영팀을 방문하여 이런 사실을 알리고 더 이상 불법적인 업무를 할 수 없으니 다른 부서로 전보 요청을 하였지만 인사담당자의 조치 내용은 저의 소속 팀장에게 고자질하는 것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최후의 보루로 사내 감사실에 면담 요청을 하여, 국토부 장관이 검찰에 고발한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미전개를 포함하여 5건에 대한 리콜 미신고 사례를 가지고 2시간가량 품질전략팀 내 불법적이고 관행적인 리콜 은폐 및 축소 사실에 대하여 제보했습니다. 리콜 은폐 사실을 조사하여 바로잡아 주고, 은폐를 주도적으로 담당한 품질 책임자를 처벌해줄 것과 타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줄 것을 요구했고, 만약 전보 조치가 되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밖에 나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타 본부로 전보는 조치되었지만 그 후 1년가량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장고 끝에 더 이상의 방법이 없어 감사실 담당자에게 공언한대로 회사 밖에서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 것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작결함 시정(리콜; Recall)’ 규정은 제작사 임의로 판단하여 리콜 또는 무상점검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동법 ①항에 의하면 ‘자동차 또는 부품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제작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동법 시행규칙 제41조 ①항에 안전부품에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지하고 일간신문에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리콜 등 조치 관련 규정 (표=김광호 전 부장 제공)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리콜만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역시 불가능한 일이지만 품질본부, 구매본부에서 매년 사업계획 보고 시 ‘리콜 제로화’나 ‘리콜 최소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판매할 때 이미 품질보증비용(리콜 비용 포함)을 포함하여 판매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법제정 취지에 따라 고객의 안전 운전을 위하여 당연히 해줘야 하고, 동법 제78조에 의하면 ‘리콜 신고 의무를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에서 리콜은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리콜 시행이 결정되면 품질본부장(방*섭 부사장)은 관련 기사를 언론에 배포하기 전에 리콜 시행 지역이나 비용에 관계없이 100% 품질담당 중역(현: 여*동 사장, 전: 신*운 부회장)을 거쳐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2015년 6월 싼타페에서 승객감지시스템 사양설정 오류로 조수석 에어백이 미전개될 수 있는 것을 확인했고, 출고 초기여서 대상대수는 66대, 전체 조치비용은 72만6000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리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인은 인지하기 어려운 결함이었고, 리콜 시행 시 품질책임자로서 책임 추궁당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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