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계속 진화, 대세 되면 보안‧프라이버시 문제 대두될 가능성 있어”
“인공지능, 발전 관점서 더 많은 것들 자동화...인간 의미에 많은 도전 있을 것”

ICT 벤처기업인인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인공지능에 대해 아직 세계적 성숙기라 할 수 없어서 선제적으로 접근할 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가운데, ICT 벤처기업인인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인공지능 분야는 아직 세계적으로 성숙기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각적으로 접근해 선제적으로 다가갈 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Three IFC)의 컨퍼런스룸에서 <일요경제>와 인터뷰를 한 후 이를 서면으로 보강하는 과정을 통해 23일 이러한 생각을 전했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국내 하버드 졸업생들이 모여서 작성한 ‘빅 픽처 2017’이라는 책의 대표 기획자로, ‘AI 시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제언 - 개인의 미래를 바꾸는 인공지능 시대’라는 제목의 챕터를 작성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에 기반한 비서 서비스 등이 있지만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아 아직 문화적으로 초기단계 수준”이라며 “하지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서비스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어느 순간 사람의 행위를 뛰어넘어 대세가 되면 개인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은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더 많은 것들을 자동화되게 할 것”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공부해야 할 수 있었던 부분을 대체하는 등 인간이라는 의미에 많은 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상이 동요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의 업무 능력을 좌지우지했던 인지기능들의 상당한 자동화로 화이트칼라까지 예상치 않은 대규모로 영향을 받게 될 직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윤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로 국내 일반인들에게도 인공지능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인공지능 산업은 어떤 수준인가요. 

▲ 우선 국내 인공지능 산업을 글로벌에서 어떤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평가하시려는 분이 저를 포함하여 많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안목이 제일 앞서있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업 등이 준비 중인 기술상황을 모두 공개하면서 경쟁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픈된 상황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고 내밀한 업계 동향을 초기에 알아내기에 대한민국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충분한지는 물음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공지능 산업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주요 ICT 대기업들이 속속 전문팀과 회사를 신설하여 기존 상거래 서비스, 제품 생산라인, 경영효율화 등에 테스트를 하며 상용화 방향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고, 스타트업들도 숫자는 적지만 고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중추가 될 만한 인재나 기초 산업 인프라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오랜 준비 끝에 경제대국 10위권 일부는 5위권에 들었던 것이 아니기에 희망을 가지고 투지를 불태우면 이 분야 역시 순위권에 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로 일반인들에게 관련 인식이 높아진 것도 바람직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국책연구원들도 연구원간에 혹은 민간과 공동투자·공동연구 형태로 힘을 모으고, 해외 경진대회에도 나가는 등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질, 양, 속도가 모두 배가되는 2017년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성숙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과나 순위를 생각하기 전에 빨리 다각적으로 뛰어들어 선제적으로 끌고 갈 적용분야를 빠르게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 인공지능의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도 보입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에 얼마만큼이나 들어와 있다고 보시나요.

▲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려면 사람들이 선택해주어야 합니다. 생활 속 제품을 통해 인공지능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스마트폰에도 음성인식을 통한 인공지능 비서기능이 일부 들어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근 관련 광고들이 늘어났는데 앞으로 이런 광고들이 대중을 상대로 사용사례를 선도하고 거부감을 많이 줄여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들어와서 안전한지, 드라마틱한 효용이 있는지에 관해서 실생활에서 검증된 사례가 많지 않은 상태이고,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서비스의 장단점이 공유되는 문화적으로는 아직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 ‘빅 픽처 2016’ 속 ‘나보다 훌륭한 하인들’이라는 제목의 챕터를 통해 관련 시각을 기고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기술이나 기계는 사람을 도와주는 보조적이고 제한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는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사람의 지능이나 행위 수준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때 누가 ‘정’이고 누가 ‘부’인지 혼란이 오지 않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안정감을 건드릴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뜻 들이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 대세가 되어버리면 프라이버시 문제처럼 위험이 간과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나를 인공지능 기술에 노출하면 할수록 많은 것이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때문에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문제가 잘 해소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수록 생활 속에 녹아드는 정도는 증가되게 될 것입니다.
 
-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발달한 국가나 기업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 정도가 탑4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공계 연구가 강한 선진국에 유명 연구자들이 포진되어 있지만 상업적으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빅데이터에 의존을 많이 하는데, 글로벌 IT플랫폼 회사들이 다량의 데이터가 있어 테스트환경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고, 그들이 자본력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최우수 인재도 빠르게 유치가 가능합니다. 

구글, IBM,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전통적 IT 공룡기업들이 선투자를 통해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서 학문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조국으로 돌아가 AI 붐을 주도하고 있고, 빅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습니다.
 
-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떤 발전을 가져올 거라고 보시나요.

▲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많은 것들이 자동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똑똑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공부해서 해야 했던 일들이 자동화되는 현상들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좋은 학교를 가고 학위와 자격증을 따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던 이유는 그것이 우수한 업무능력의 전제이기에 그를 증명할 필요가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계가 더 높은 효율과 능력을 보이게 된다면 과거의 평가 기준들은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랫동안 당연시됐던 많은 것들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훨씬 편하고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사회에서 기능을 하고 생산적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만큼 경쟁을 직면해야 할 것입니다.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한 인간의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도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기존의 법이나 윤리에 혼란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원래 세상이 크게 변하면 일자리에도 격변이 있었습니다. 많이 보아왔던 역사의 반복 같기도 하지만 지금 세상이 동요하고 충격에 빠진 주된 이유는 사람의 업무 능력을 좌지우지했던 인지기능들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가 가능해져 화이트칼라 직역까지 예상치 않게 대규모로 영향을 받게 될 직전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런 거시적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본질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정책 결정자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기술에 친숙할 수 있는 여건이나 시간이 부족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 변화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지금 예상가능하고 현실화될 문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농업이 하향산업이 되어가면서 수많은 농부들을 어떻게 새로운 직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인지 논의를 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기술 변화로 인해서 어떤 것들이 없어졌을 때 어떤 것들로 바꿔나가고 그 전환기를 어떻게 순조롭고 부드럽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매우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관련 사회공감대를 신속히 형성해야 국민들이 덜 불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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