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각에서 본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여

[일요경제=손정호 기자] 세계인들은 한국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다고 생각할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한국(South Korea)이라고 하면 여전히 북한과의 분단을 먼저 떠올리며, ‘삼성은 일본 기업 아니냐’는 외국인 친구의 이야기도 들린다. 글로벌 시각에서 본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먼 게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 2016’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3점을 받아 전체 176개국 중 52위를 차지했다. 2015년 56점, 37위(168개국)에 비해 점수와 순위가 하락했다.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르완다와 마우리티우스가 한국보다 높다는 점. 두 나라는 54점으로 공동 50위에 올랐다. 도미니카공화국(59점‧38위)과 조지아(57점‧44위)도 우리보다 투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거나 평소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국가들 중에도 우리보다 투명한 국가들이 꽤 많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선진국인 것으로 인식된 나라들 중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47점으로 60위에 오른 이탈리아뿐이다. OECD 35개국 중에서 한국은 29위로 하위권이다. OECD 가입국 중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곳은 슬로바키아, 헝가리,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멕시코뿐이다.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 속에 갇혀있던 우리의 현주소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영문 홈페이지에 올린 원본 글에서 직접 박근혜게이트를 언급했다. 일단 ‘ASIA PACIFIC’ 섹션을 클릭하면 제일 위쪽에 ‘박근혜 탄핵’이라는 피켓과 촛불을 든 시민들의 사진이 보인다. 아울러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내 거의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연관된 부패로 국회에 의해 탄핵됐으며, 2017년에도 정부와 비즈니스(기업) 사이의 높은 수준의 부패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세계지도에 각 국가의 투명성 정도를 색으로 표시했는데, 짙은 빨강에 가까울수록 부패한 국가, 옅은 노랑에 가까울수록 투명한 국가다. 한국(South Korea)의 경우 주황색으로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과 비슷한 색깔로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 영문 홈페이지에 있는 2016년 부패지수 세계지도. 한국은 중국, 인도 등과 비슷한 주황색으로 보인다.

(사진=국제투명성기구 홈페이지 캡처)

이번 조사에서 공동 1위는 90점을 받은 덴마크와 뉴질랜드였다.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포르, 네덜란드, 캐나다, 독일, 룩셈부르크, 영국이 10위권에 올랐다. 미국은 74점으로 18위, 일본은 72점으로 20위였다. 소위 선진국으로 인식되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국가들은 대부분 20위권에 있었다. 한국은 1995년 41개국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시작할 때(27위)부터 한 번도 20위권에 든 적이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부패의 사회적 비용은 글로벌 GDP의 3% 수준이다. IMF는 부패가 정부 핵심기능을 마비시키고 세금 납부자들의 납부 동기를 약화시켜서 정부 세수 감소라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점을 지적했다. 부패 인식 개선만으로도 정부 세수는 GDP 0.8%p 개선되는 것으로 추산했다는 것.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일구는 다소 놀라운 성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국가기관과 제도, 기업 문화 등의 투명성과 합리성 수준이 글로벌스탠다드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이 현재 경제 규모에 부합하는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패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기회비용 등을 줄이며 혁신과 창의성을 강조해야 하는데, 그 정도를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뒤따라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길에서 길을 잃은 한 송이 꽃이 완전히 아스팔트 밑으로 사라진다면 우리는 내일과 질적, 양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의미하는 희망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 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UN 반부패협약 제6조에 맞는 독립적 반부패국가기관 설치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검찰 개혁, 낙하산인사 등 국가적 윤리인프라 재구축, 기업부패방지법 제정, 부패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으로 보호범위 확대 등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