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 평균 노동시간 257.8시간, 게임개발자 평균 205.7시간보다 길어”
넷마블 주말근무 폐지, 게임개발자연대 “현장서 믿지 않아 진화용이라 보인다”

이정미 의원이 주최한 '넷마블 돌연사' 토론회에서 넷마블의 월 평균 근로시간이 게임개발자 평균보다 52시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최근 3명의 돌연사로 과다노동 논란이 인 국내 게임업계 1위 넷마블게임즈의 월 평균 노동시간이 257.8시간으로 게임개발자 평균보다 52.1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서 공개된 설문조사에는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 ‘과로사할 것 같다’ 등 고통을 호소하는 넷마블 전현직 직원들의 목소리도 담겨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조사결과는 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노동자의미래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공동 주최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2016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 설문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민 전문의는 작년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게임개발자연대가 재직자 337명, 작년 11월 노동건강연대가 전현직 5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분석했다.

게임 개발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 주당 평균 46.5시간이었다. 반면 넷마블로 조사 대상을 국한할 경우 월 평균 노동시간 257.8시간으로 게임개발자 평균보다 52.1시간이나 길었다. 

넷마블 재직자 269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월 평균 노동시간은 236.8시간, 퇴직자 261명의 평균 279.4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넷마블 설문조사의 주관식 응답 중에는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에 회사에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한 거임”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결국 퇴사하는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집에 좀 보내줘, 집에 좀 제시간에 보내줘” “과로사할 것 같음” 등 열악한 노동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다른 회사에 비해 일정을 3분의 1로 줄이니 사람들도 안 오고 사람 부족하니 더 힘들고 악순환, 나도 여건 되면 이직한 후 넷마블은 다신 안 올 생각”이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연장근로수당의 경우 넷마블 재직자들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가 66%, ‘지급받고 있다’ 35%의 2배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주관식 응답으로 “연봉에 포함된 기본 야근시간을 제외한 후 일한 시간만큼 업무 외 시간수당, 야근비로 보상해주세요”라는 글도 있었다. 

최민 전문의는 “(게임업계는) 20.18%는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고 6.53%는 60시간 초과 근무를 했다”며 “임금근로자 중위값인 시간당 8820원 미만을 받는 비율이 22%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간당 임금이 줄어든 역설이 있으며 인센티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험도 47%”라고 지적했다.

최 전문의는 “게임개발 업계에 대한 집중조사와 특별근로감독으로 주당 68시간 초과근무 등을 지도하고 연장과 휴일 근로수당 미지급 문제 등을 관리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며 게임개발자의 직업성 질환 사례 찾기 캠페인,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 추정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넷마블은 작년 ‘리니지2’ 등의 흥행에 힘입어 매출 1조5061억 원, 영업이익 295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7월 그래픽 담당자 A씨의 사우나 사망과 10월 개발자 B씨의 징계 후 옥상 투신, 11월 개발자 C씨의 돌연사 등 연이어 사망사건이 발생해 ‘격무의 아이콘’이라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노동건강연대는 넷마블의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넷마블은 이를 공개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일부 제보 받아 인용한 최근 보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토론회가 9일로 예정되자, 8일 넷마블은 본사와 계열사 20여 곳에서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13일부터 의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

이와 관련 게임개발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9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론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조치를 취하기 위한 예비작업이 있어여 한다”며 “지금도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현장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기라 미봉책이로 진화용 대책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넷마블을 특별근로감독 대상으로 요청하고 꼭 실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넷마블 관계자는 6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근무환경에 대한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현재 근로환경을 오해하고 왜곡하는 시선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게임업 종사 전문가 집단의 특성에 맞춰 건강과 가정을 챙길 수 있도록 탄력적 근무환경을 지속적으로 도입해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존 조직별로 운영하던 유연근무 형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전사적으로 일하는 문화 개선을 위한 대체휴가제와 휴일근무사전신청제를 실시하고,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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