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탁 회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젠 비대칭적...나스닥 상장 불가능”
증권거래소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기사 읽고, 요건 수정 후 삼성 방문해 요청”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와 금융감독원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거래소의 ‘시총+자본’ 코스피 상장 요건 신설이 의문이라는 것.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인 홍순탁 회계사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와 참여연대,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회계사는 2015년 11월 증권거래소가 코스피 상장 규정을 개정했는데, 기존 ‘시총+매출’ 요건을 완화하고 ‘시총+이익’ ‘시총+자본’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이익이나 매출 미달 우량기업을 위한 규정 개정에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형성장 유망기업 유치가 목적인 ‘시총+자본’ 신설은 의문이라는 것. 

증권거래소의 코스피 상장요건 신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위한 특혜라는 의혹에 대해 특검과 금감원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표=심상정 의원실 제공)

‘시총+자본’ 요건 신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성장잠재력이 우수하지만 재무실적이 미흡한 기업 대상으로 설정했는데, 이 같은 방법은 이미 코스닥에 있다는 주장이다.

홍 회계사는 “코스닥 시장의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보유 기술이 유망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재무제표상 적자여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라며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이 제도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홍 회계사는 코스피 시장에는 실적이 검증되고 흑자인 기업들, 코스닥에는 성장성 높지만 흑자 또는 적자 기업들이 주로 상장돼 미국 증권시장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홍 회계사는 코스피의 ‘시총+자본’ 요건 신설이 코스피‧코스닥의 이원적 운영과 상장 기업 특징 차이, 투자자들의 판단 등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장기업이 대부분 흑자의 안정적 기업이라고 보는데, ‘시총+자본’ 요건이 신설돼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적자인 기업들이 상장될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또한 홍 회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이 아니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고평가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2월 11일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시장 규모는 1343조원, 코스닥 197조원이다. 기업 평균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 1조7300억 원, 코스닥 1600억 원 정도다. 

그는 “코스닥으로 상장될 수 있는 기업에게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건 상장 후 기업 평가액을 높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을 신청하고 9월 29일 증권거래소가 결손금이 없고 자기자본 2조8000억 원을 가진 상장을 승인한다”며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기준보다 매우 높았기 때문에 결정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모절차를 거쳐 작년 11월 10일 상장됐는데, 상장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9조5000억 원 수준으로 상위 30위 내 포함될 정도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부적절한 상장규정 개정과 편법 회계처리를 묵인한 결과 코스피에 10조원에 육박하는 폭탄이 돌아다니게 됐다”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 투자자인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나스닥에 상장을 신청했다면 승인보다 분식회계 조사를 받았을 상황이라는 게 홍 회계사의 예상이다. 

아울러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없이 합병 비율 논란이 있었던 1:0.35 비율 정당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 시장 규모 차이 (표=심상정 의원실 제공)

합병시점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가액은 34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 주식을 10~20배 이상 평가해야만 1:0.35 합병비율이 일부 설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투자자를 혼란하게 만드는 상장규정 개정을 왜 추진했는지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와 일련의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도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증권거래소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기사 읽고, 요건 수정 후 삼성 방문‧요청”

증권거래소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기사를 읽고 상장 요건을 수정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요청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증권거래소는 작년 11월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요청에 따라 시작된 게 아니라 코스피시장의 적극적 상장 유치활동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 6월 29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보도가 있었고, 일부 언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유망기업의 해외거래소 상장 추진에 대한 국내 투자기회 상실이 아쉽다고 지적했다는 것.

증권거래소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2012년 설립돼 3년 연속 적자로 코스피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성장가능성을 감안해 수용하는 기업을 국내에서 수용할 수 없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했다는 주장이다.

증권거래소 측은 2015년 10월 27일 상장규정 개정안을 시장위원회를 통해 확정하고, 11월 4일 상장규정을 개정,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이를 설명하고 상장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적자기업 상장이 일반화돼 있는데, 테슬라의 경우 2004년 설립 후 2010년 적자상태로 나스닥에 상장돼 2015년까지 적자가 지속됐지만 시가총액은 상장 후 20배 증가했다”며 “향후 코스피시장은 성장성 높은 기업이 상장을 통해 기업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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