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일요경제/기고] 공익법인은 그 재산을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벌이 지배하는 대부분의 공익법인은 자산 총액 중 30% 이상을 계열사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배당률이 예금 금리에 비해 매우 낮음에도 주식을 처분해 공익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법인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그 보유 자산은 공익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에 적합하도록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벌 소속 공익법인들이 출연 받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공익사업에 쓰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만 있다. 그렇게 주식을 가지고만 있는 이유는 그 주식이 갖는 의결권을 총수일가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다. 

총수일가는 공익법인을 지배한다. 총수일가는 공익법인의 지배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상속세도 내지 않고 공익법인이 가진 재산과 공익법인이 가지고 있는 계열회사의 의결권을 2세에게 넘겨 줄 수 있다. 공익법인은 총수를 위해서 총수 돈이 아닌 공익법인의 돈으로 계열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은 심지어 갖고 있던 재산을 팔아가면서까지 총수를 위해 주식을 매집하기도 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출연 받은 재산을 판 돈 3000억 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했다. 공익 목적에 사용되어야 할 재산을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와 지배권 승계에 사용한 것이다. 

이에 재벌이 지배하는 공익법인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재벌 계열사에 대한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공익법인을 공익 목적이 아닌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동원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공익법인 활동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2016년 4월 기준 32개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42.19% 중 공익법인의 지분율은 0.15%에 불과하여,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유 지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으로 기업집단의 지배력 유지와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상증세법 제48조제9항, 제49조제1항 및 제78조 등에 따라 공익법인의 주식의 취득·보유 등을 이미 제한하고 있음에도 추가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돈을 들여 계열회사의 주식만을 끌어안고서 이를 팔지도 않고, 그 돈으로 공익사업에 쓰지도 않는 공익법인의 행태를 문제 삼는 것이다. 공익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계열사 주식을 팔아 공익활동에 사용하여야 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주식의 보유 목적, 즉 총수일가의 지배권 확장에 필요한 의결권 행사라는 목적이 사실상 소멸하게 되어 더 이상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공익사업에 사용되지 않고 있던 그 주식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는 식으로 현금화하게 될 것이고, 그 금액만큼 공익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은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내부지분율 중 공익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나, 이는 평균의 오류이다. 다수는 계열사 지배력 확장에 동원되지 않고 있지만, 몇몇 재단은 지배권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보험에 대한 총수일가의 내부지분율 중 49.6%를 차지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내부지분율 중 절반을 두 재단의 돈으로 채워 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재단법인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에 대하여 가지는 내부지분율 비중이 각각 70%, 65.12% 정도 된다. 공익법인의 돈이 공익활동에 쓰이지 않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위해 묻혀 있다. 평균이 낮다고 이런 식으로 공익법인 돈으로 지배력 확장에 이용하는 것을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상속증여세법에서 공익법인이 계열회사 주식을 자신의 총재산가액의 30%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가산세를 물게 하고, 내국법인 주식의 5%를 초과하여 보유하지 아니하도록 한다. 이를 넘을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공익법인은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하여 5% 보유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더 높은 비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성실공익법인인 한진그룹의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재단법인 롯데장학재단은 대홍기획의 주식 21%를 보유하고 있다. 

성실공익법인은 외부감사 받기, 전용계좌 사용하기, 결산서류 작성하기, 장부를 작성 비치하기 등과 같이 그리 어렵지 않은 몇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재벌들의 공익법인은 성실공익법인이란 제도를 통해 상속증여세법상의 제한의 예외로 취급을 받고 있다. 성실공익법인에 대하여 굳이 예외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 예외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제안되고 있다. 결국 상속증여세법이 보유 제한을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 의결권 제한이 과잉 규제일 수 없는 이유다.

기업이 공익법인에 대하여 주식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상증세법에 따른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적법하게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납부한 경우에도 의결권을 제한하면 과잉 제한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단 가정 자체가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하는 이유가 증여세를 안 내고 지분만큼의 지배력을 얻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증여세를 내고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만일 증여세를 내고 공익재단에 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세대로 넘기는 과정에서 면세의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 세대로 그룹 전체를 넘길 때 그 자식이 해당 공익법인만 장악하면 그 세습의 단계에서 별도의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그 공익법인이 행사하는 의결권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공익법인에 증여된 주식의 경우 증여세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비정상의 정상화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가 목적이 아닌 공익활동 활성화에 앞장서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주식에 대하여는 의결권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 김성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대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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