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이재용 능력 의구심 발생, 이부진 중심으로 리더십 재편될 수 있어”
이부진, ‘리틀 이건희’ 별명 승부사 기질...삼성전자 지분 없는 건 약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변동이 발생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중 있게 떠오르는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의 첫째 여동생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중병 속에 경영을 맡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비선 실세,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래 의혹,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로 인한 리콜 및 작년 3분기 어닝쇼크 등 연속적으로 큰 파열음이 발생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

17일 외신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실을 보도하면서 향후 삼성그룹 승계구도에서 이부진 사장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신 보도가 설득력을 갖는다고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금융정보 매체인 블룸버그는 일련의 사건들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능력에 의구심이 발생했는데, 이부진 사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받던 관대한 대우에 비해 이례적인 것으로, 대중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슬하의 삼남매 중 이건희 회장을 가장 많이 닮은 딸로 부모 모두의 총애를 받아왔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홍라희 관장은 중앙일보‧JTBC 회장,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등의 직책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이부진 사장은 승부사 기질과 끈기 등 경영 스타일에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재계에서는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는데 2015년 면세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직접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루이뷔통 등 유서 깊은 명품 브랜드를 국내 면세점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공동 추진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10일, 1월 매출 532억 원, 영업이익 1억2500만원으로 10개월 만에 월 단위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월별 기준 국내 면세점 중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며, 작년 누적 매출 3975억 원, 영업적자 209억 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며 지속 가능한 사업역량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제주 신라호텔에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이부진 사장은 직접 제주에 내려가 호텔 영업을 중단시키고, 투숙객들에게 환불을 해주는 등 발 빠르고 과감한 선제대응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014년에는 80대 택시기사가 호텔신라 출입문을 들이받아 승객과 직원 등 4명이 다치고 회전문이 파손돼 4억 원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에게 해당 택시기사가 고의로 한 것 같지는 않으니 집에 찾아가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뒤 어려운 형편인 것을 알자 회사 측에서 피해를 감수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때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평가를 받아 대외적 이미지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은 삼성그룹의 매출 절반 이상 발생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없으며 삼성물산 5.47%, 삼성SDS 3.9%만 갖고 있어 그룹 1인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전자와 금융 계열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아직 남아있는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지분 향배 등도 그룹 승계구도에 관건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새벽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청구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정석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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