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호 기자

[일요경제=손정호 기자] 법원은 특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의 정치권 및 대기업을 향한 정경유착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는 상속제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를 지키지 않으면 최고의 재벌 총수도 구속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 향후 한국 경제의 공정성과 투명성, 글로벌스탠다드 수준의 신뢰도 향상, 공생, 전문 경영인 입지 강화 등의 흐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에 관련된 사람들은 ‘내 배 불리기’에 집중하다 탈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래 가져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다가 발생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말이다. 이미 충분한 돈과 권력인데도 말이다.

이들의 목표는 장기적인 국가경제 발전이나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 또는 사회가 아니라 최대한의 ‘내 배 불리기’이고, 그 과정에서 법과 규칙, 배려, 포용 등은 모두 사라졌던 것은 아닐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이나 이득을 추구하는 게 불법적이고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 배 불리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비윤리적인 행위를 허용하고 이에 반대하거나 거스르는 이들을 돈과 정치권력 등 힘으로 제압하거나 길들이려 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저성장 속 양극화가 심화됐을 것이다. 그런 부작용으로 서민경제의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국가경제와 사회의 방향성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2017년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며,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내 배 불리기’로 더 굴절되어버린 분배의 문제,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한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왜곡된 운동장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스테이지에 있는 것이다.

한편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오랫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점 등을 지적해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의 책과 리포트 등을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상조 소장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버려야 할 것들’이라는 글을 통해 삼성그룹이 이사회 순혈주의를 버리고 국민연금이나 엘리엇 등 외부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걸 경영권 위협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모든 걸 보고받고 직접 결정하는 ‘CEO형 총수’가 아니라 경영을 계열사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내부 통합과 외부 소통 등을 하는 ‘조정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 역할도 잘할 수 없다면 배당만 받는 대주주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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