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차량 무상점검 조치, 국과수 전문화‧투명한 조사‧오작동 등 개선 필요”
박용진 “부산‧팔공산 산타페 급발진, 모두 ‘운전자 과실’ 판정...제조사 책임 묻지 않아”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 유가족은 조사에 제조사인 현대차가 참여했다며 결함 의심 사고조사에 대한 공정한 감정을 요구했다. 박용진 의원(오른쪽 다섯번째)과 자동차 결함 피해자, 국토교통부 관계자, 현대차 내부고발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어쩌면 추락, 추돌, 졸음운전 등 수많은 사망 운전자 중에 급발진으로 죽어간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국과수 전문화를 위해 전문적인 분석집단을 양성해야 하고, 보다 투명한 조사와 오작동 개선이 필요하다.”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로 아내와 장모님, 두 아들을 잃은 유가족은 사고조사에 제조사인 현대차가 참여해 좌절했다며, 자동차 결함 의심 사고조사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유가족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에서 이같이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 후 운전자인 장인어른은 부상을 당했으며, 나머지 유가족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이 힘들어 따지기 힘든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 

이 사고는 작년 8월 2일 부산 감만동에서 발생했다. 일명 ‘부산 산타페 급발진 사고’. 운전자의 사위인 최모씨는 “경찰에 차량이 넘겨지고 국과수로 넘어갔는데, 담당 경위가 만나자고 하더니 현대차와 합동수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모씨는 현대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현대차에서 와서 조사에 참여하고, 다른 제조사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제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다고 주장했다. 

최모씨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2002년 제작된 산타페다. 부산 다대포해변으로 이동하던 중 현대2차아파트 사거리 앞을 지나다가 갑작스런 RPM 상승과 심한 굉음이 발생했다. 이후 가속이 붙고 제동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 

그는 사고 30분 전 김밥을 사기 위해 잠시 정차 중일 때 공회전 진동과 함께 RPM 상승 후 복구되는 현상이 있었지만, 경찰 등 조사 결과는 택시 경력 17년 이상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사고 운전자가 좌회전 순간에도 제동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증언과 CCTV에 제동 브레이크 점등이 포착되는 등 영상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과수가 조사해주길 바랐으나 경찰과 국과수는 제조사인 현대차 기술진들을 불러도 되는지만 지속적으로 물었다”며 “사건 후 2002년식 싼타페에 고질적인 고압펌프 결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과수와 경찰 고유 능력만으로 차량 감정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유사한 사고 차량 조사에 제조사가 개입했냐고 경찰에 묻자 ‘예전엔 제조사가 와서 조사했지만 특정한 계기로 피해자 동의를 구하고 개입시킨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 측에 제조사 개입이 아니라 사설기관 감정을 제의했지만 국과수 감정서만 법적 효력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고, 경찰은 사고차량 제조사 개입은 당연시여기고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전문가 초빙에는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국과수는 브레이크 점등 여부와 외관 상태 등 기초적 감정만 가능하고 EDR, ECU, TCU 등 전자계통 및 기계구동계통을 연구할만한 장비나 인력이 없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차량 조사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투입된 공정한 감정을 요구했다.  

그는 “대기업은 국토부와 국과수의 전문성 부족으로 대부분의 차량 결함을 감출 수 있다”며 “해당 사고 차량은 고압펌프 리콜 대상이었지만 무상점검으로 조치됐다”고 말했다.

◇ 박용진 “부산‧팔공산 산타페 급발진, 모두 ‘운전자 과실’ 판정...제조사 책임 묻지 않아”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등을 대상으로 자동차 결함 은폐 의혹과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을 촉구한 박용진 의원은 부산과 팔공산 산타페 급발진 사고가 모두 운전자 과실로 판정된 것에 의구심을 나타났다. 

박 의원은 “작년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 일가족이 모두 사망했던 ‘부산 산타페’ 급발진 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사고 차량 운전자는 경력 17년이 넘는 베테랑임에도 급작스런 차량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차량 결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로, 사고 차량 운전자 과실로 인해 운전자가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급발진으로 낭떠러지에서 기사회생한 ‘팔공산 산타페’ 운전자도 마찬가지로 운전자 과실 판정을 받았다”며 “결함 있는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모든 잘못이 운전자에게 향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운행에 지장이 되는 결함들을 지적하고 시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고 안전 문제는 즉시 리콜 조치한다”며 “부산 싼타페 사고 소식을 듣고 아이 3명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로 결함 등을 은폐했다면 형사고발 조치를 할 것이고, 관련 내용들에 대해 조사 중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교통안전공단이 공동으로 후원하고 참석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 GM, 벤츠 등 다양한 차량의 자동차 결함 피해자들이 직접 억울함과 피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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