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의원, ‘경영 효율성 제고’ 명분은 허울 뿐...정몽준, 지분율 높이기에 혈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전 현대중공업 회장)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후속조치로 분사 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두고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 등 대주주들의 지분율 높이기를 위한 편법일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 중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 회사 분할은 재벌의 지배체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역행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 결정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 효율화 제고’는 명분일 뿐, 정몽준 지분율 21.3%→34.7%

현대중공업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15일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플랜트·엔진·특수선 사업부문, 전기전자 사업부문, 건설장비 사업부문, 로봇·투자 사업부문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사회는 현대중공업을 분할 해 경영 효율화 및 경영 위험 분산을 통하여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상승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사업부문별로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실행력을 제고하고, 이슈 발생 시 대응력을 높여 경영효율화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이사회의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정몽준 전 회장 외 특수관계인으로 이루어진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는 것.

현대중공업은 회사 분할 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인 지난달 17일 자사주를 13.73%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 분할 전 발행주식 총 7600만주 중 정몽준 외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수는 1621만 1642주(21.33%)다.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는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 로보틱스(주)(가칭)의 자기주식과 현대 로보틱스(주)가 보유한 분할 존속회사 및 다른 신설회사 주식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오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확정될 경우, 정몽준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현대중공업 자사주를 흡수하게 돼 34.7%로 크게 오르게 된다.

김 의원은 현행 상법 상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 현행 제도에선 회사가 분할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허점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할 경우 주주의 권리문제 등에서 ‘혼동’과 ‘물타기’가 발생할 수 있어 세계 주요나라들에서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재벌들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 모은 다음 회사를 쪼개거나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사례가 자주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분할 위해 ‘금융감독원, 경제학 교수’ 등 경력 사외이사 선임

한편 김 의원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들이 회사 분할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보유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회사가 일찌감치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 등 2명의 상근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비상근 사외이사들의 경력에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분할 의결 당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유국현 사외이사는 수원지검 차장검사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이다. 김석동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장영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거쳐 한국 금융연수원 원장을 지냈다. 홍기현 사외이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김 의원은 “이들 사외이사들이 배를 만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경영인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고 회사 분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력을 가졌다”며 “현대중공업은 이미 회사 분할을 염두에 두고 사외이사를 인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이 발의돼 있어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을 더욱 서두르고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이 2월에 통과될 경우 수개월 안으로 법이 시행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의 분사는 물리적 분할과 이동을 수반하여 현대중공업이 있던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는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킨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오늘날의 기업 의사결정에서 노동자, 시민,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점점 중시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분사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재벌체제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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