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조사 결과 3심제, 피해보상 입법시 소급적용...결함 사고시 제조사 적극 강제해야”
박용진 “나도 급발진 사고 피해자,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가기관 감독 소홀로 발생”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현대자동차 싼타페 갓바위, 기아자동차 카렌스 급발진 사고, GM 라세티프리미어 미션 결함과 벤츠 DPF 결함 피해 소비자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조사 결과 3심제와 자동차 결함 사고 피해보상 관련법 입법시 소급적용, 결함 사고시 제조사의 적극적 대응을 강제하는 조항 신설 등을 요구했다. 제조 결함이 인정돼도 한국에서는 민사소송으로 보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제도적 미비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에서 부산 산타페 급발진 사고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유가족 등과 함께 자신들의 경험을 상세하게 토로했다.
군함 3년, 엘란트라 7년, 소나타 16년 무사고 경험의 권모씨는 주차된 상태에서 이동 중 급발진 사고를 경험했다.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 후 아내를 태웠고, 브레이크를 놓고 반브레이크 상태에서 출발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급발진을 해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도 가속이 붙어 제어 불가상태에 빠졌다는 것. 사이드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어되지 않았다.
권모씨의 차량은 80m 전속력으로 전진한 후 길가에 세워진 SM5, 카렌스를 들이받고 벼랑 위 소나무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인 아내가 신체 부상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사고 차량과 충돌 차량 등 총 3대가 폐차됐다.
그는 지난달 4일 경북 영천시 소재 현대차 직영 정비공장에서 판매자, 현대차 직원 3명, EDR 분석 담당 오토리부 입회하에 점검했지만, 경사 50도 내리막길에서 반브레이크 상태로 출발했는데 어떻게 출발할 때부터 엑셀레이터 100% 전속력이 나왔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 분석자 오토리부 담당자가 화면 결과 촬영 요구를 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담당자 연락처도 기밀이라고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로서 의아하다고 전했다.
그는 싼타페 차량의 급발진과 에어백 미작동 원인 규명, 정신적 및 물질적 피해보상을 원하고 있다.
급발진 문제는 기아차 카렌스 디젤 2014년식에서도 나타났는데, 교통안전공단 창설 멤버로 공단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최모씨는 작년 7월 18일 경기도 화천군 비포장도로에서 서행 중 급발진 사고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서행 중 급발진 현상에 반사작용으로 제동을 2번 했지만 차량 반응이 없어 우측 산 쪽으로 회전 출동해 대형사고를 예방했다. 그는 작년 7월 29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해 차량에 부착된 EDR을 수거 조사했는데, 1차 심의 결과 차량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운전자 과실이라는 구두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순 EDR 자료에만 근거해 운전자가 제동과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았다는 주장에 대해, 데이터 그래프에 제동시 다른 수치인 RPM, 속도, 개도량 등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무반응 상승함을 지적했다. 이런 EDR 반응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제동량 반응이 늦을 수 있다는 설명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최모씨는 종합적인 사고 조사와 관련기관 등이 연관한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 부실을 지적하면서, 재심제 수용과 자동차 결함사고 보상 입법시 5년 소급 적용, 결함 차량 발생시 제조사가 적극적 조치하도록 강제하는 조항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GM의 라세티프리미어 미션 결함 및 벤츠 DPF 결함 등 수입차 사용자들도 차량 결함으로 인해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벤츠 ML300 CDI를 소유했던 장모씨는 작년 9월 27일 엔진체크등 점등 2일 만에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는데, DPF 결함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가족여행을 위해 이동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80km, 오르막길에서 50km의 느린 속도로만 이동이 가능해 어렵게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엔진체크등 점등 원인을 스캐너로 확인한 결과 DPF 고장코드가 확인됐다.
10월 4일 독일에서 파견된 기술사, 국제변호사, 통역사가 참여해 화재차량 조사가 이뤄졌고, 제조사 조사 결과 DPF 결함으로 인한 화재 발생을 인정했지만 운전자 과실이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는 게 장모씨의 주장이다.
장모씨는 제조사 측에서 ‘얼마 줄테니 차량을 자기들한테 줘라’ ‘인터넷 게시글 삭제해달라’ ‘환경부에 전화 한통 해달라’ 등의 일부 보상과 흥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함 피해자는 화재 원인 결과와 환경부 공문을 갖고 있어도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 조치를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며, 차량 결함의 경우 제작사의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크루즈 동호회 회원인 손모씨는 쉐보레 미션이 보령미션으로 인터넷에 알려져 있는데, 보령 공장에서 생산한 미션으로 차량 반응이 늦은 특징이 있으며 쉽게 과열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미션은 엔진 동력을 바퀴에 적절한 화력으로 변환시켜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인데, 라세티프리미어의 경우 공공연한 결함으로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져 이용되고 있다는 것. 감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엔진 소음이 크며,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충격으로 미션을 교체했다는 지적이다.
◇ 박용진 “나도 급발진 사고 피해자,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가기관 감독 소홀로 발생”
범정부 차원의 자동차 결함 TF 구성과 관련법 입법 등을 추진하며 이날 제보 간담회를 진행한 박용진 의원은 자신도 급발진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박 의원은 “나도 2013년 아내가 트라제XG를 운전하다 급발진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며 “평소 엔진 RPM이 올라가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는데 결함인지 모르고 사고가 난 줄로만 알았다가 이번에 결함목록을 보니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시 아내에게 오히려 운전에 부주의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는데 나쁜 남편이었던 것”이라며 “국가기관이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장비와 인력이 없어서 차량 결함 조사를 제조사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모두 국가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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