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의원 (사진=김종훈 의원 공식 블로그)

[일요경제/기고] 현대중공업 분할을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2017년 2월 27일)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분할 안건에 대해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 하는 반면, 지역사회와 노조 등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통과를 막기 위해 파업까지 동원하고 있고 지역사회도 집회, 성명서 등을 통해 현대중공업 분할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울산지법에 주주총회 방해 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내면서 주주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양쪽이 분할을 두고 이렇듯 대립하는 이유는 분할의 목적을 달리 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현 조선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분할이 그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와 노조는 분할의 목적이 지배지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수월하기 위한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양쪽이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일까? 론스타 ‘먹튀’에 관련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앤장 변호사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서 분할 결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판단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분할로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1.33%에서 34.70%로 높아진다. 현대중공업 투자설명서에 표시된 총자산은 48조6000억 원인데, 지분율이 높아짐으로써 정몽준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은 현대중공업의 자산 6조5000억 원을 추가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이렇듯 돈 한 푼 안들이고 분할이라는 재무 조작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고 자산 지배를 확대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자사주 의결권 제도가 갖는 허점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3.37%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의 취지에 따르면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는 회사 분할의 경우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회사 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은 법형식상 합법이지만 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법이다. 

회사 분할이라는 재무적 조작을 통한 대주주 지배권 강화가 갖는 이중성, 곧 합법과 불법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점에서 회사 대주주는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법의 허점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재무적 조작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주주들은 김석동 전 위원장과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대체로 이러한 조건에 잘 들어맞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대중공업을 분할할 당시의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4명 참여했는데, 그 가운데는 김석동 전 위원장과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포함되어 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할 때 김앤장은 법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서 론스타에 도움을 주었고 김석동 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외환은행 매각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다. 이러한 경력이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선출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정황으로 봐서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분할이 경영효율성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허울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 분할의 진정한 목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의 분할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된다.

- 김종훈 의원 (무소속, 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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