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보복과 대응전략

[일요경제=소정현 칼럼니스트] 2월말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제공을 확정하자 중국의 '보복성' 규제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일선 학교에 한국상품 불매를 강요하는 교육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시내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이번 여행 중단조치에 직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6년 전체 입국 여행객 1720만명 중 중국인이 804만명으로 46.7%를 차지했고, 이 중 45%가 단체관광객으로 추정돼 면세점 업종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일 오후 시청에서 열린 중국 사드보복 관련 관광 위기 민관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번째)은 여행업계, 면세점, 호텔업계 등 관광업계와 항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논의했다.

면세점 중에서도 모기업이 중국의 주요 타깃인 롯데면세점엔 초비상이 걸렸다. 롯데는 현재 톈진, 선양, 웨이하이, 청두 등지에서 백화점 5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마트 99개, 슈퍼마켓 16개를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중 마늘 파동이 자주 회자된다. 동년 6월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마늘에 관세율을 10배 이상 상향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불과 일주일 만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경제보복을 당했던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2012년 댜오위다오 섬을 둘러싸고 일본과 갈등을 빚던 중국은 자국민에게 ‘일본 관광 금지’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일본의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11% 이듬해에는 10% 넘게 감소했다. 20만명을 기록했던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 일본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입었다. 경제 피해 규모만도 1조원에 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나 공장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하는 등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며 대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처럼, 국내 기업이 중국의 사드보복을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의 대중투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양국 교역 규모도 3000억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로 퍼져있는 화교 자본까지 감안하면 중국은 한국 기업들에게 여전히 매력적 시장이다. 중국은 롯데만이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 등 다른 한국기업도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우리에게뿐 아니라 자국에도 크나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한중은 국제 분업시스템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한국의 우수한 부품과 원자재는 중국으로 대거 수출되고 있다. 중국은 이를 가공·조립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부품과 원자재가 전격 차단되면 중국 기업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성 조치는 초기 단계의 압박외교 이후 직접적인 경제제제로 이행됐으며, 향후 금융과 안보 등 전방위적 고강도 제제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호 보복성 맞대응보다 외교전에 총력전을 기울려야 한다. 민감한 정책 시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성과 함께 상대국 내부 동향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사드 관련 압박에 대해 관계 부처 간에 유기적 협력하면서 중국 측의 무차별적 조치에 긴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채널로 우리의 사드 배치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한편, 명확하게 불합리한 조치에는 적극 맞서야 한다.

위대한 미국을 강조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2기를 맞이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통점은 자국의 영향력 강화에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의 보복에 맞서기 위해선 정치권의 초당적 대처와 국민적 대동단결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대보복은 다각도로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소정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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