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경제연구소, “중국 내 반한감정 확산되면 기업, 수출, 관광산업 등 직접적 타격 입을 것”

한산한 면세점 복도.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중국에 대한 경제노출 정도가 컸던 수출·관광·콘텐츠 산업군의 GDP 기여도가 0.59~1.07%p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IBK경제연구소가 6일 발행한 ‘중국내 반한감정 확산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상품수출, 관광, 콘텐츠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GDP 기여도가 0.59~1.07%p 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관광, 콘텐츠 부가가치가 각각 10%, 30%, 20% 하락하는 경우엔 GDP 기여도가 1.07%p 하락해 약 17조원(약 147억 6000만달러)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상품수출이 5%, 관광객이 20%, 콘텐츠 부가가치가 10%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GDP 기여도는 0.59%p하락해 약 9조원(약 76억 9000만달러)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다.

한국의 2015년도 GDP는 총 1558조 6000억원(1조 3775억 달러) 규모로 수출과 관광, 콘텐츠 산업은 GDP의 27.4%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산업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노출은 GDP 대비 7.8%로 높은 수준이다.

<시나리오별 중국의 경제보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단위 : 억달러)> 출처:IBK경제연구소

IBK경제연구소는 수출·관광·콘텐츠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고용창출, 신규투자,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감소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산업이 위축되면 고용 및 투자가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민간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영토 분쟁으로 인해 중·일 관계 악화로 한국이 얻은 반사이익에 대한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약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IBK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를 여론전 및 인적교류 제한, 기업규제로 나누고 세부 보복조치로△여론압박 △비자발급 제한 △유커의 방한 통제 △한한령(限韓令) 등 콘텐츠 규제 △한국제폼 차별 △한국기업 세무조사 강화 △차이나머니 회수 △비관세장벽 확대 등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여론압박과 비자발급 제한에 있어서는 확실이 보복성 조치가 맞다고 판단, 한한령 등 콘텐츠 규제와 관련해서는 비공식 보복조치로 봤다.

유커의 방한 통제는 비공식적으로 일부 시행, 한국제품 차별 및 한국기업 세무조사 강화, 차이나머니 회수와 관련해서는 부분적으로 보복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봤다. 비관세장벽 확대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국제품 차별 및 비관세 장벽 강화로 수출 악영향

IBK경제연구소는 수출 면에서 중국이 한국제품 차별과 비관세장벽 강화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제품 차별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수입 인증강화 및 수출입 통관지연 등 보이지 않는 규제들로 인해 화장품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은 화장품위생규범을 개정하고 해외직구 화장품에까지 위생허가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對)중국 수출장벽을 높였다.

IBK경제연구소는 작년부터 중국 관영매체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폄하 보도가 증가한 것과 유독 한국의 수입통관 불합격 건수가 많아지는 것은 중국이 한국제품만 차별하는 보복조치라고 의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부분과 관련해서는 LG화학과 삼성SDI이 지난 2015년 11월 1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에 탈락한 이후 작년 6월 4차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로 중국정부의 한국업체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작년 8월로 예정됐던 5차 심사마저 특별한 사유 없이 심사일정을 미루고 기준을 강화했다. 작년 12월 29일 중국 공업화식신부에서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차량’ 목록에서는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5개 모델이 완전 제외됐다.

<수출 및 주요 산업의 경제 노출 규모(2015년 기준, 단위 : 억달러)> (출처:IBK경제연구소)

이에 현대차는 지난달 8일 쏘나타의 배터리를 중국업체의 배터리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출시를 연기했다. 기아차도 배터리 인증을 기다리거나 중국산 배터리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고,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설계변경만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IBK경제연구소는 중국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비관세 조치를 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중관계 개선이 요원하다면 이 단계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중국이 한국을 특정해 비관세조치를 취한 것은 0건이지만 반덤핑, 기술장벽, 위생 및 검역 등 제품에 대해 부과한 조치는 86건이었다며 이들은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자발급 제한 및 유커 감소로 관광 산업 어려워져

중국은 지난해 8월 2일부터 중국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받은 초청장에 한해서만 상용비자를 발급하고, 기존 초청장 대행업무를 담당하던 여행사 및 대행업체가 보낸 초청장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산시성 등 지방정부에서 유커의 한국방문 20% 감축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가운데 실제로 10월부터 유커 증가율은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커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작년 1월 32.4%에서 10월 4.7%, 11월 1.8%로 줄어들어 감소세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IBK경제연구소는 현재 유커의 비중이 전체 관광객의 절반에 가까운 45.2%로 중국의 반한감정이 심화될 경우 중국이 영토분쟁으로 일본에 가한 경제보복 조치 때보다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광객 감소가 1년 정도 지속된다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 106억달러 중 72%를 외국인에 의존하고, 그중 대부분이 중국인에 대한 매출이어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한령(限韓令) 등 콘텐츠 규제 의심 사례 증가

IBK경제연구소는 중국이 한류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드라마·영화·TV 방영, 한국 연예인의 TV 출연·공연·광고 등을 전면 금지해 보이지 않는 보복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봤다.

호남, 저장 동방, 장쑤 등 중국 4대 방송사의 올해 드라마 편성표에는 한국 드라마 편성이 0건이고, 지난해 11월엔 한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이 중국 방송심의에서 탈락했다. 작년 10월 이후 1만명 이상의 대규모 공연이 중국 내에서 승인된 건은 한 차례도 없다.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 지역별 수출액은 2014년 기준 일본 16억 달러(31.2%)에 이어 중국이 13.4억 달러(26.2%)로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금전적 손실은 더욱 크다.

게임 산업에 있어서도 중국은 전세계 게임시장의 1/3 수준인 20조원 규모로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 유저들을 겨냥한 한국의 게임 콘텐츠 수출은 전체의 71.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중국이 ‘판호(중국 현지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하며 게임 콘텐츠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작년 기준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게임은 13종으로 외산게임의 5.7% 수준에 그쳤다.

◇한국기업의 세무조사 강화 및 차이나머니 회수

사드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그룹의 경우 중국에서 전 사업장에 대해 점검에 들어갔다. 작년 12월 1일 중국정부는 중국 현지의 롯데그룹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세무·소방·위생·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상하이 롯데 중국본부는 설립 4년만에 구(區)단위가 아닌 상하이시가 직접 조사하는 최대 규모의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롯데백화점 등 10여개 계열사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달 7일에는 중국정부가 선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3조원 규모의 ‘롯데타운 프로젝트’를 소방점검 사항을 문제 삼아 공사를 중단시켰다.

주식, 채권 등에 유치됐던 차이나머니도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작년 8월부터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주식 투자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1770억원에 달하던 중국인 주식 순매수가 12월엔 1060억원으로 떨어졌다.

채권투자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작년 3월말 기준 상장채권 보유액은 17조 9000억원에 달해 외국인투자자중 1위국으로 등극했다. 이는 8.9조원 규모의 상장주식 보유액보다도 두 배 가량 많은 금액으로 차이나머니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VC(벤처 캐피탈) 관련 투자에도 차이나머니 유치가 어려워졌다. 작년 12월 21일 상하이 시영투자기관인 ISPC(International Sourcing Promotion Center China)는 기업용 UX·UI 개발 전문기업인 투비소프트에 1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투자합의각서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총수는 3582개로 현지 내수를 목적으로 진출한 기업이 많아 반한감정이 일어날 경우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이 2/3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경제보복을 견뎌낼 체력이 부족하다.

한 프랑스계 투자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중국에 영향을 받는 국가이며, 중국의 보호무역이나 긴축정책에 취약했다.

IBK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의 보도를 인용해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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