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신간 출판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장>
“4차 산업혁명 특징, 무슨 일 벌어질지 몰라...혁신편에 서거나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 필요”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장은 4차산업 시대에는 가보지 않을 길을 가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적 조직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밝혔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수평적 조직문화는 미래사회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4차 산업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야 살아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알고 있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면 되거든요.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이런 상황에 맞지 않아요.”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 최순실 게이트 후 한국경제에 대한 넥스트 패러다임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서구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흐름과, 기존 추격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에 대한 동력을 요구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은 7일 아산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역삼로의 벤처기업공간 ‘마루180’에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문석현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런 시대에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편에 서거나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하는 일을 어떻게 기계가 하도록 할까 고민하고 실천하거나, 기계가 나의 역할을 뛰어넘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새로운 일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는 책도 출판한 문석현 소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등 실제적 적용에 대해서는 “요즘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남기고 분석해서 개선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빅데이터 마케팅은 고객의 행동을 정확하게 데이터로 남겨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찾아 효율을 꾸준히 개선하는 작업”이라며 “데이터는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SNS 같은 외부 데이터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타트업을 꿈꾸는 2030 젊은이들에게는 비즈니스는 컨설팅이나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제품을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이 점에 초점을 두고 직장생활을 하며 틈새시간을 활용하면서 스타트업에 맞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신중함도 좋은 길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문석현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쿠팡이라는 특정 기업을 제목에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 내용이 쿠팡에서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IT, 게임업계에서 몇몇 회사를 경험했습니다만, 쿠팡은 정말로 독특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한국에 있는 다른 회사에서 과연 이렇게까지 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쿠팡이 일하는 방식에서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 쿠팡의 수평적 조직문화가 가지는 경제적 생산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 기업들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는 수평적 조직문화는 미래사회에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봅니다. 요즘 4차산업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만, 제 생각에 4차산업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야 살아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서 정답을 알고 있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면 되거든요.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이런 상황에 안 맞습니다. ‘생각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군대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요즘 세상에는 그냥 혼자서 일하면 됩니다.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은 컴퓨터한테 시키면 되거든요.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가려면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는 불가능하죠.

-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는 책도 내신 적이 있습니다. 빅데이터 마케팅 책입니다. 빅데이터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요.

▲ 데이터를 가지고 비즈니스적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고 또 명확한 분야가 디지털 마케팅 분야입니다. 옛날에는 마케팅이 정성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해서 소위 ‘대세를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요즘은 고객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남기고 분석해서 조금씩 개선해가는 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하는 마케팅은 성과를 거의 수치로 볼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광고비 1억 원 집행해서 신규고객 1000명 확보했다.’ 이런 식으로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한마디로 말해서 ‘고객의 행동을 정확하게 데이터로 남겨서 분석하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찾아 효율을 꾸준히 개선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데이터는 회사 내부뿐만 아니고 SNS 같은 외부 데이터도 포함됩니다.

신간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출판

- 카이스트에서 데이터 마이닝으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데이터 마이닝이란 어떤 학문인가요. 기업들은 데이터 마이닝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 데이터 마이닝을 쉽게 말해서 대용량 데이터에 컴퓨터로 뭔가 연산을 해서 쓸 만한 지식을 뽑아내는 작업이에요. 사실 이 분야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건 옛날부터 예상되었고, 또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이 그만큼 발전하지 못해서 이론적인 성과를 실제 환경에 적용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컴퓨터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해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로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은 일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가?’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떠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이 고민부터 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방향이 나오면 기술적인 고민은 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네오위즈와 넥슨, 티켓몬스터 등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이곳에서 데이터 중심 경영문화를 안착시키는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데이터를 존중해주는 문화를 말합니다. 구글의 문화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합니다. ‘**ck up! I have charts and data on my back!’ 번역을 하자면 ‘닥쳐! 나는 근거가 되는 차트와 데이터가 있단 말이야!’ 정도 되는데요. 상사를 상대로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데이터 중심 경영문화가 제대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되어 있는 곳은 없어요. 쿠팡이 그마나 가장 이런 방향으로 많이 나가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전개될 거라고 보시나요.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제가 평생을 바쳐서 익힌 기술이 컴퓨터한테 눈 깜짝할 새에 따라잡힐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익히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어느 분야가 그렇게 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이런 시대에 필요한 사고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편에 서는 것입니다. 남들이 하는 일 보고 어떻게 하면 저 일을 기계가 대신 하게 만들까 그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이 사실 별게 아니에요. 지금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혁신입니다. 이 사고방식을 전제로 가져가야 합니다. 

또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입니다. 가령 초밥 만드는 기계가 나와서 30년 경력의 초밥 장인보다 더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치죠. 사고방식이 경직된 사람은 ‘내가 더 열심히 해서 기계보다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유연한 사람은 ‘이 정도면 어차피 기계하고는 경쟁이 안 되겠다. 그러면 초밥 만드는 일은 기계한테 맡기고 나는 다른 일 찾아봐야겠다’는 식의 발상 전환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건 당연해요.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일식 조리사보다 더 좋은 길을 찾을 수도 있거든요. 

- 스타트업으로 운영하고 계신 데이터경영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 데이터를 이용해서 비즈니스의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사람들과 함께 혁신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워낙에 데이터의 중요성을 많이들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막상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회사나 조직이 많습니다. 저희 데이터경영연구소는 이런 분들과 함께 그들이 하는 일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서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2030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 스타트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경로들이 있을 것입니다만, 제일 쉽게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모바일 소프트웨어나 앱 등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회사를 그만두고 그렇게 하면 돼요. 집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됩니다. 조금 배고픈 시기가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 결과물을 보고 투자 유치도 가능하죠. 그런데 만약 그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지점까지 가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을 하기 가장 쉬운 직군이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 컨설팅회사 출신들 중에 프레젠테이션을 굉장히 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그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사업입니다. 비즈니스는 자신이 만들어낼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됐든, 상품이 됐든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비즈니스가 됩니다. 

스타트업을 하려면 이 부분에 답이 제대로 서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냥 계속 직원으로 어떤 회사에 출근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 후 반 정도는 취미로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하나’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고, 회사생활을 하다보니까 답답하고,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것 같은데 설득이 잘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타트업에서 찾는 거죠. 이게 내가 만든 것이고,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것이라는 스타트업의 씨앗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길+> <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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