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부당지원 485억 과징금”
좋은기업 “횡령·배임 유죄, 한전 부지 고가매입 적극 추진했지만 이사회 불참석”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검찰의 다음 칼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오는 17일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연임에 대한 반대 권고가 연이어 나왔다.

13일 퇴임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 씨)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면서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13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정몽구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2007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현대글로비스 지원 거래를 포함해 총 6개 계열사의 부당 지원과 수혜에 총 623억8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을 꼽았다. 

현대글로비스가 소송을 제기해 2012년 11월 대법원은 과징금을 485억 원을 최종 확정했고, 정 회장은 당시 수혜업체인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2006년 4월 1일 기준 지분율 28.12%)이며 지원업체인 현대차 대표이사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것.

증권업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등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작년 말 기준 지분 23.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정 회장 지분은 6.7%다. 2001년 정의선 부회장 15억 원, 정몽구 회장 10억 원을 출자해 만든 현대글로비스는 첫해 매출 3742억 원에서 그룹의 지원으로 2015년 14조6712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서스틴베스트는 정 회장이 1999년 3월 현대차 대표로 처음 선임됐는데, 2015년 11~12월 미르재단에 46억 원, 작년 3월 K스포츠재단에 22억8000만원을 출연한 점도 지적했다.

최순실 씨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최 씨가 실소유주인 플레이그라운드에 물품과 광고 수주 등으로 각각 11억 원, 62억 원을 추가 지원했으며, 안 전 수석 메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원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노사문제, 환율, 전기·수소차 지원, 현대차 신사옥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을 사내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투명경영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반박했지만, 출연금 모금 경위와 강제성, 대가성 등에 대해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기아차 사내하청을 모두 불법 파견으로 1~2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한 부분도 정 회장의 연임 결격 사유로 꼽았다. 2010년 대법원,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내하청 불법 파견 인정 판결에 이은 3번째 판결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달 24일 특검에 정 회장의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 좋은기업 “정몽구, 횡령·배임 유죄...한전 부지 고가매입 적극 추진했지만 이사회 불참석”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 회장이 횡령과 배임으로 2007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2007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과 사회환원 8400억 원,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정 회장은 2014년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주가치 훼손 비판을 받은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 당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의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현대건설과 현대파워텍 사내이사 겸직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는 업무상 높은 충실의무가 요구돼 해당 회사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경우 재선임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도 반대를 권고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외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과도하며, 기아차와 현대차의 경쟁관계, 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차 거래관계의 이해상충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은 현대차 등 계열사들의 현대글로비스 부당 지원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연구소는 검찰총장 출신인 김준규 화우 대표변호사와 신세계 감사위원인 임창규 김앤장 고문의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은 법률 계약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이태운 법무법인원 대표와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인 이병주 태평양 고문의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재선임은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이태운 대표와 이병주 고문의 현대모비스 감사위원 안건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31억9000만원을 출연한 점을 이유로 반대를 제안했다. 

현대건설 신현운, 서치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에는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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