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손정호 기자]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직을 상실해 자유인 신분이 됐다. 경제 분야에서 눈여겨볼 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에 등장하는 대기업들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대규모 정경유착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쉬쉬하며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우리 경제사회가 갖고 있는 한계로, 향후 우리 경제는 이런 문제점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최순실 게이트 출구전략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문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기아자동차, 롯데그룹,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 지인의 회사인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납품을 한 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원의 광고를 발주했다고 명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레저코리아는 스포츠팀을 창단해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더블루케이에 선수 에이전트와 운영을 맡겼으며,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송금한 점이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최순실 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줘 기업의 재산권과 자율적 경영권을 침해했으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헌법 등을 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십억 원을 기부한 다른 대기업들의 이름과 혐의 등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향후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의 정경유착과 사익 추구를 위한 정경유착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까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검토해볼 만한 데이터는 다른 국가 대통령들의 탄핵 이후 정부의 대응과 주가 흐름이다.

가장 최근인 작년 8월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적자를 분식회계를 통해 흑자로 바꿔 실정법 위반으로 탄핵됐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부정부패로 이미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였고, 탄핵 후 고강도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보베스파증시는 탄핵 당일 1.16% 하락했지만, 이후 올해 2월 6만9487p로 10% 이상 상승했다. 호세프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고조되고, 이후 들어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소득세 감면 등 경기부양책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필리핀의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로 국회가 탄핵 재판에 착수하자 2001년 1월 사임했는데, 차기정부는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사면했고 필리핀지수는 그해 1월 말 1687p에서 10월 978p로 하락하며 반토막이 됐다. 

부정부패로 탄핵된 인도네시아의 압둘라 와히드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했고, 차기정부에서 와히드 전 대통령을 사면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자 탄핵 시점인 2001년 7월 470p에서 11월 366p까지 떨어졌다. 민주당 도청사건인 ‘워터게이트’로 1974년 8월 하야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차기정부에서 사면을 받았는데, 그해 7월 3723p였던 다우존스는 12월 2883p로 2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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