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결정문, 18페이지 분량 “부당한 목적 제보라는 주장,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언론제보 피해 주장, 공익신고자보호법 취지상 알권리 제한보다 우월한 이익 아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내에 마련된 부패ㆍ공익침해 신고센터.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결함 은폐 등을 공익제보한 김광호 전 부장에 대해 지난 13일 복직 등 보호 조치를 결정했다. <일요경제>가 17일 18P 분량의 권익위 결정문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종합적 판단으로 복직 등 보호조치를 결정했으며 보호 제외 시 입법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문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 사건에 대해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결함 등을 은폐·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으며,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자동차관리법을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규정하고 있어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권익위는 피신청인인 현대차가 신청인인 김 전 부장이 원하는 부서로의 전보 요청, 중국 경쟁업체에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이전 직장 상사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청인의 다른 부서 전보 요청은 품질전략팀 내 불법적 은폐 관행 때문이었다고 주장했고, 신청인이 최초 전보 조치를 요구한 시기는 2015년 8월 14일로 이후 같은 해 9월 7일 전보 조치가 있었지만 작년 9월경 언론에 제보를 하고 10월 5일 이 사건 신고를 해 자신의 전보 등 특혜를 관철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권익위는 신청인이 피신청인에게 재판 중인 이전 직장 상사에 대한 탄원서 제출을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시기가 미국 교통안전국과 언론 등에 제보를 하고 난 후인 작년 9월경 회사 임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였고, 탄원서가 제출돼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전 직장 상사의 재판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이런 상황상 신청인이 탄원서를 제출해주면 언론보도를 막아보겠다고 협박했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신청인이 인간적 친분관계로 어려움에 처한 지인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일반적인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정도의 과도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김 전 부장의 제보에 부정한 목적이 있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또한 제보 후 해고된 김 전 부장에 대한 조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파면, 해임, 해고, 이외 신분상실 등을 불이익조치로 포함하고 있어서 불이익 조치인 것으로 분석했다.

<일요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 현대차 공익제보자 보호결정문.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언론기관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공익신고자가 언론기관 등에 제보할 경우 신분 노출 위험이 높아 보호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공익신고자 보호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청인의 언론 제보로 피신청인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피신청인의 영업비밀 유지로 얻는 이익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공익침해 방지라는 공익이나 국민의 언론 접근권이나 알권리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우월하고 특별한 이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의 보호를 통해 공익침해 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제도의 취지, 신청인이 언론제보 등에 이르게 된 목적과 공익적 필요성, 언론제보로 인한 피신청인의 피해 정도, 공·사익에 대한 비교형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익신고자인 신청인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소결했다.

권익위는 “공익신고 전후로 언론에 관련 사실이 공개 또는 보도됐다는 이유로 공익신고자를 보호대상에 제외할 경우 공익신고의 위축을 가져오는 등 공익신고자 보호법 및 보호제도의 입법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피신청인에게 신청인에 대한 이 사건 해고 취소 등 원상회복을 요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그러므로 자동차관리법 위반 신고와 관련한 보호조치 신청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0조에 따라 피신청인에게 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신청인에 대한 해고를 취소하고 원상회복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는 게 권익위의 결정이었다.

한편 권익위의 해당 업무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권익위의 결정은 행정처분으로 법률적 강제력을 갖는다”며 “보호조치 결정을 정해진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미이행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신청인은 권익위의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현대차는 공익 신고 전에 언론에 제보한 부분을 문제로 삼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 취지와 공익적 필요성, 알권리 필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공익신고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의 경우 14일 김 전 부장이 언론 외에 인터넷 등에 자료를 올린 점 등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제조사의 결함 은폐 문제 등을 다뤄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가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겹으로 부도덕한 일"이라며 "권익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복직 등 보호조치를 하고 나서 행정소송을 해도 하는 게 맞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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