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2014년 5월, 러시아 범죄조직이 만든 페이퍼컴퍼니 4곳서 송금 의혹
시본, 영국 주소지만 사무실 없어‧자본금 1파운드...OCCRP‧가디언 등 32개국 언론 동시보도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은 시본 등 4개의 페이퍼컴퍼니에서 270억 원의 자금을 세탁받아 송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스타파 보도화면 캡처)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이 시본 등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7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세탁해 송금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4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대규모의 국제자금세탁 조직이 활용한 시스템으로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Samsung Electronics Overseas B.V.) 계좌로 수백억원이 세탁돼 유입된 사실을 동유럽에 본부를 둔 조직범죄 및 부패 전문 탐사보도 기관인 OCCRP(Organized Crime and Corruption Reporting Project)와의 공동취재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OCCRP와 러시아 언론사 노바야 가제타는 최근에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 범죄조직이 만든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정체가 불명확한 자금을 세탁한 사실을 보여주는 은행 거래 데이터를 입수했는데, <뉴스타파>는 이를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이 4개의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총 2400만달러의 자금을 송금 받았다고 전했다. 시기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다.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으로 송금된 금액은 시본 리미티드 1715만달러, 그리든 디벨롭먼트 리미티드 499만달러, 알라로 비즈니스 LP 49만달러, 트리골드 디벨롭먼트 115만달러 등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송금한 시본 리미티드(SEABON LIMITED)의 경우 영국의 기업등록 및 관리 담당 관청인 컴퍼니하우스에 확인한 결과, 사무실 주소가 영국 런던 툴리가 122번지로 등록돼 있었는데 주소를 실제 찾아가 확인하니 입주하지 않았다는 것.

시본의 2013~2014년 재무제표와 세금신고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시본의 자산과 자본금은 1파운드로 매우 적어,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영국 런던이 주소지로 기재된 시본은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으로 거액의 자금을 송금하면서, 동유럽의 소국 몰도바의 몰딘콘(Moldindcon)이라는 은행 계좌를 사용했는데 몰딘콘은 러시아의 자금세탁 통로로 활용돼 몰도바 정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검사 출신으로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내부고발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해외법인을 통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OCCRP와 가디언 등 32개국 언론사들은 이번에 확인한 사실을 <뉴스타파>와 동시에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24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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